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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패션과 예술 사이의 줄타기

by macrostar 2011.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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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을 바라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가장 크게 구분하면 하나는 소위 코디로써의 패션이 있고, 또 하나는 감상의 대상으로써의 패션이 있다.

전자는 이해하기 쉽다. 당장 주변을 둘러봐도 이에 관련된 이야기들은 널려있다. 자신있게 보이는 법, 전문가처럼 보이는 법, 신체 사이즈에 맞는 코디, 얼굴형에 맞는 코디, 첫 데이트에서 잘 보이기 위한 코디 등등등. 이건 생활의 팁이고 방편이고 작전이다. 이쪽 방면의 활용은 조금이라도 삶을 윤택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 하나는 약간 더 복잡하다. 사실 복잡한 건 아닌데 동원되는 단어들이 자주 쓰이는 생활 용어들이 아니기 때문에 복잡하게 보인다. 어쨋든 패션은 보여지는 것이고, 사람이 만든다. 무엇이든 만들다 보면 익숙해지고, 그러다 보면 더 잘 만들고 싶어진다. 그리고 디자이너가 그때까지 살면서 보고 배우고 느낀 것들이 끼어드니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반영된다.


위에서 말한 둘은 배척하는 관계가 아니다. 둘 다 가치가 있다. 굳이 생활의 편의를 훨씬 중시하는 디자이너를 바보 취급할 이유도 없고, 입고 다닐 수 없다는 점에서 아무 짝에도 쓸모 없어 보이는 옷을 만드는 작가주의 디자이너를 폄하할 필요도 없다. 하나를 해도, 둘을 해도 다 각자 자기 나름대로 갈 길을 가고 있는 거다.

건축이나 조명 같은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네모난 각진 아파트도 필요하고, 건축가의 개성이 가득 반영된 예술적인 집도 필요하다. 눈을 편하게 만드는 3파장 전구에 더 가치를 느끼는 사람도 있고, 약간 거추장스럽고 많이 비싸지만 파텍 필립이 디자인한 스탠드에 더 가치를 느끼는 사람도 있다.

어차피 한 줄에 세워놓고 점수를 메길 종류가 아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감상 지향 쪽에서 평론가적인 평이 좀 좋은 편이고 가끔 운이 좋으면 잠시라도 시대를 이끌어 보기도 한다. 하지만 박리다매형은 대신 훨씬 많은 돈을 버니 말하자면 쌤쌤이다. 그리고 또 이런 생활용품과 예술은 서로 교류한다. 좀 더 큰 틀에서 보면 예술가들도 실용적인 것들을 넣을 때가 있고, 생활 용품을 만드는 디자이너들도 예술을 반영할 때도 있다.


말이 길었는데 가끔 예술가 - 정확히는 미술가 - 의 작품을 패션 디자인에 반영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직설적인 인용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예술로서도, 실생활 용품으로써도 약간 모자라다고 생각한다. 굳이 말하자면 뉴스 편집자가 100개의 기사 중에 한 두개를 선택하는 정도의 크리에이티브다.

그래도 가끔씩, 꽤 의미심장한 게 나오기도 하고, 입어도 멋진게 나오기도 한다. 패션 인디에서 4가지 컬렉션을 뽑아봤길래 옮겨본다.

Inspired by Art (링크)
 


몬드리안의 그림에서 따온(보다시피 이건 그저 영감을 얻는 수준이 아니다) 이브 생 로랑의 1965 FW 컬렉션. 실제로 이걸 입고 거리를 걷는 사람은 아직 본 적이 없지만 영화나 사진으로는 많이 봤다.




잭슨 폴락의 그림에서 가져온 알렉산더 맥퀸의 2010 리조트 컬렉션의 데님. 그냥 데님을 다 덮어버렸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윌리 포가니의 그림을 인용한 프라다의 2008 SS 컬렉션 중 하나. Willy Pogany는 19세기 말 헝가리에서 태어나 20세기 중반까지 활동하던 아르누보 풍의 일러스트레이터다. 꽤 많은 어린이용 동화의 삽화를 그렸고, 그 말은 190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이 그림들이 그려진 동화를 보며 자라났다는 뜻이다.





패션 인디가 마지막으로 왜 이걸 골랐는지는 모르겠다. 오른쪽은 앤디 워홀의 수프 캔이고 왼쪽은 캠벨에서 직접 선보인 종이로 만든 'Souper' 드레스다. 앤디 워홀의 수프를 가지고 뭔가 만들어볼까 싶었던 디자이너들의 의지를 꺾는 캠벨의 한 수가 아니었을까 싶다.꼭 앤디 워홀을 집어넣고 싶었다면 차라리 2009 FW에서 카스텔바작이 선보인 드레스 쪽이 더 재미있다.


맨 왼쪽 마이클 잭슨 참 귀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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