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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눈보라가 몰아치는 발렌시아가

by macrostar 2022.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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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어디까지나 생존과 기능의 세계다. 패션이 옷과 다른 점이라면 그 위에 무엇인가가 씌워져 있다는 거다. 그건 조금 더 폼나고 멋져 보이는 걸 수도 있고, 스토리와 분위기가 씌워져 있는 걸 수도 있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 극단적으로는 생존과 기능의 부분을 버리기도 한다. 패션의 본질이 과연 옷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아무튼 보다 즐거운 삶을 위한 도구다. 즐겁다는 단어를 즐겨 쓰기 때문에 가끔 오해가 있기도 한데 여기서 즐겁다는 말은 윤택하고, 상상을 자극하고, 단순한 삶의 결을 조금 더 복잡하게 만드는 등의 일이다. 가만히 있으면 결코 만날 수 없는 것들을 패션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2022FW 발렌시아가는 한동안 시커먼 화면 속에서 대기를 타더니 눈보라가 치는 길을 모델들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모델 역시 참 극한 직업이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유리 칸막이 안 보다 안락해 보이는 곳에서 사람들은 그 걸음을 본다.

 

 

봉다리 가방은 눈보라를 뚫고 걷는 데 그다지 유용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대피와 피난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는 분명 더 적합하다. 힘들어 보이는 풍경을 패션화 시키는 것도 역시 패션이 자주 하는 일이다. 현실과 옷, 패션과 갤러리 사이는 이렇게 점프를 하면서 다른 맥락 속으로 진입해 들어간다. 같은 옷도, 같은 사람도 다른 취급을 받게 된다. 혹시 비비안 웨스트우드나 카니예 웨스트의 옷을 입고 있었다면 약간 더 그럴 듯해 보이긴 할 거 같지만 아무튼 이건 영화는 아니다. 이건 발렌시아가의 컬렉션이고 그러므로 모델들은 바디 슈트와 롱부츠, 고급 소재로 만든 멋진 드레스와 자켓 같은 걸 입고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  

 

몇 가지 상업적 고려들도 놓치지 않았다.

 

 

애플하고 뭘 하려나 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애플은 예전에 노스페이스와 파타고니아와 협업으로 애플 컬렉션을 만들었는데 이제는 발렌시아가인가보다. 뭐 그때는 애플2를 만들던 회사였고 지금은 i생태계를 만드는 곳이니 위상이 다르긴 하다. 또 다른 측면으로 발렌시아가는 요새 갭, 애플 같은 곳과 일을 계속 벌리는 거 같다. 이번 쇼 초대장으로 스키장에서 망가진 아이폰을 보냈다는 인스타그램 피드를 본 적이 있는데 재난은 시대와 만나 이미지가 달라졌다.

 

 

발렌시아가에서는 스키를 타다가 아이폰을 떨어뜨리는 장면을 영상으로 남겨놓기도 했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메시지도 멈추지 않았다. 뎀나도 러시아와 전쟁을 벌였던 조지아 출신이고 피난민이었으니 마음 속이 더 복잡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공포와 저항, 사랑과 평화의 승리에 대한 글을 남겼고 월드 푸드 프로그램(WFP)의 기부 링크도 남겼다(링크).

 

 

하이스노비어티에 몇 가지의 자세한 사진이 올라왔길래 추가해본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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