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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커즈 취향에 대해 생각해 봄

by macrostar 2021.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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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나이키 스니커즈 주변을 슬쩍 기웃거려 봤는데 이쯤이면 됐다는 생각을 요새 하고 있다. 이게 발매가 되면 리셀 시장에서의 가격 동향을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모습, 어떤 컬러가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지 파악이 된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내 취향과는 전혀 다르다. 그리고 뭔가 몰려가면 벗어날 생각을 할 거 같은데 오히려 더 몰려간다.

범고래 같은 게 대표적인데 원래 유행이라는 게 우르르 몰려가고 또 그런 쏠림을 가지고 멋지다느니 이야기를 듣는 바닥이긴 하지만 이 정도는 약간 이상하지 않나 요새 곰곰이 생각해 보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같은 가격을 주고 운동화를 샀는데 자기껀 떨어지고 옆의 사람 건 잔뜩 오르면 어딘가 억울한 기분이 들 수도 있을 거다. 혹시 돈이 필요해 중고로 넘길 일이 생기면 현실적인 차이가 생긴다.

아무튼 올해 여럿 출시된 나이키 - 사카이 콜라보를 유심히 봤었는데...

사카이 프래그먼트의 두가지 색 발매 제품 중에서라면 단연 네이비다. 정확한 명칭이 블랙큰드 네이비였나 그렇다. 회색은 사실 눈에도 안 들어오는 게 회색 신발의 방향 없는 우중충함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저런 밝은 톤 회색이라면 -_-


저번에도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이건 실제로 봤을 때 이 깊고 진중한 네이비 색은 사뭇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절제된 색 조합에 각 접합 부위들이 재질과 톤에서 미세하게 차이를 만들어 이 조그마한 신발 구경 같은 간단한 일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끌고가는 디테일도 훌륭했다. 사이즈만 맞았다면 무리를 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때도 그랬지만 현 시점에서 보면 인기는 회색이 훨씬 높다.


사카이 클롯 2종 발매에서는 단연 오렌지다. 저 파란 빛 도는 회색도 별로고(차라리 사카이 프래그먼트의 밝은 회색이 낫겠다) 회색 - 하늘색 - 네이비로 이어지는 조합도 이상하다. 오렌지가 좋지만 약간 무리다 싶은 감이 있기 한데 중간에 껴있는 그린색이 딱 좋다. 회색 버전에도 껴있기는 한데 기본이 파란톤이라 묻히는 느낌이다. 오렌지 버전에서는 아주 잘 살아난다.


이 조합은 볼때마다 흐뭇할 듯. 하지만 얘와는 연이 전혀 없었다. 이쪽도 물론 회색 버전 쪽이 인기가 많다.


얼마 전 나온 조던 2 오프-화이트에서는 물론 저 블랙 버전이다. 대부분 파란 톤을 골랐지만 사실 네이비가 선호하는 옷 색은 아니다. 셋업이면 몰라도 외투로도 바지로도 조합하기가 약간 애매하다. Schott 740 같은 데서 볼 수 있는 아주 짙은 네이비 정도면 그래도 괜찮다. 파란 톤이 많이 느껴지는 기본적인 네이비는 청바지와 매칭도 어딘가 애매하고 회색 - 네이비 조합으로 입으면 안정감이 없어서 살짝 불안하다. 그래서인지 차라리 브라운, 올리브, 베이지, 그레이, 블랙을 가지고 섞어가는 조합을 더 선호한다. 청바지를 안 입었을 때 파란 계열을 넣고 싶다면 방법을 따로 찾아 처리하는 게 낫다. 그렇지만 저렴하고 흔하기 때문에 네이비 옷이 아주 많이 가지고 있지.

아무튼 저 색의 이름은 블랙 앤 바시티 로열이다. 일단 하얀색 버전은 온통 마음에 들지 않는 것 투성인데 특히 저 몸통 중간의 빨간색 줄은 거슬려서 참을 수가 없다. 마이클 조던의 근본 색 조합이니 뭐니를 떠나 보고 있으면 지우든지 더 칠하든지 해야할 거 같아서 답답하다. 블랙 버전의 파란 줄도 약간 거슬리기는 하지만 톤이 비슷해서 그래도 좀 묻힌다. 그렇다고 아예 없으면 허전했을 거 같기 때문에 다른 톤으로 묻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파란색이 그나마 낫다. 이런 건 위 사카이 프래그먼트를 보면 후지와라 히로시가 잘 할 거 같은데... 거기에 살짝 올라온 밑창이 회색인 게 상당히 마음에 든다. 블랙 - 블루 조합이 약간 무리다 싶은 상황에서 안정감을 준다.

그렇지만 이 블랙 - 블루 조합에서 가장 좋은 건 여분으로 들어있는 짙은 핑크끈이라고 생각한다.


저 기본적인 색 조합의 지루한 부분을 한 방에 다 날려버리고 있다. 의외의 조합인데 뭔가 잘 맞아 떨어졌다. 실사용을 한다면 핑크 끈에 저 오프-화이트 집 타이 떼어놓고 다니면 완전 좋을 거 같다. 하얀 끈이 어울릴 거 같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그건 정말 운동하러 가야할 거 같다. 아주 짙은 베이지 톤의 내츄럴이면 괜찮을 지도.

다만 이 운동화의 결정적인 문제점이라면 바로 싸인이다. 안쪽 면에 오레곤 어쩌구 프린트 되어 있는 건 그려려니 싶지만 실착용 운동화에 싸인이라니 역시 이상하다. 저 싸인을 넣는 바람에 실사용 버전이라기 보다는 컬렉팅 아이템 같은 분위기를 풍겨 버린다. 버질 아블로가 생각하기에 비주류 조던 2를 살리는 방법은 컬렉팅 용도 밖에 없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싶다. 신고 다니지 않을 운동화는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아쉽다. 지워버리면 좋겠지만 새 신발을 사서 아세톤을 문질러 대는 건 역시 무리다. 게다가 이 운동화는 기본이 꽤 비싸기 때문에(29.9)... 혹시 누가 반드시 신고 다니는 조건으로 준다거나 해서 어차피 이 신발의 일생을 나와 함께 해야만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싸인 지우던가 하고 신고 다닐 거 같긴 하다.

하지만 이쪽도 화이트가 인기가 많다. 그것도 훨씬 많다.

이렇게 보면 셋 다 비주류 쪽 선택인데 모두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말 신고 다닐 생각이라면 나중 가격 생각해도 아마 같은 선택을 했을 거다. 당연하지만 마음에 드는 거 좋다고 열심히 신고 다녀야지. 그리고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운동화 같은 분야에서 프리미엄으로 이익 볼 생각은 절대 하지 말아야지... 라는 것 정도(올해 일년 간 얻은 매우 중요한 교훈). 좋은 점이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그래도 저렴하게 살 수 있고 갑자기 가격이 치솟거나 해서 두근거릴 일도 없을테니 불필요한 부담을 가지지 않고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겠다는 것 정도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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