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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화이트마운티니어링 구경기

by macrostar 2021.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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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 화이트 마운티니어링의 첫번째 콜라보 시리즈가 나왔다. 다운 파카, 플리스 자켓, 풀오버, 라이트 다운 이렇게 나왔는데 파카가 특히 인기가 많은 거 같다. 리세일 하려고 막 사가고 그러는 듯. 사실 사진만 많이 보고 구경도 못했고 살까 하기엔 돈도 문제고 호기심으로 뭔가 사기에 이제 둘 데도 없고 그렇다. 그래도 이것저것 많이 읽어본 김에 생각난 이야기들 잠깐. 

 

전반적으로 멋부리는 젊은이용이라기 보다 가족 콘셉트다. 전체적으로 남성, 여성, 아이용으로 되어 있는데 셋이 조금씩 다르고 그러는 와중에 다운 파카는 여성-아이가 같고 풀오버는 남성-아이, 여성-아이로 이어지는 제품군이 있다.

 

자세히 보면 마운틴 파카 형태로 나온 다운 파카는 남성용은 전형적 4포켓 디자인이고, 여성용과 아이용은 넓어지는 주머니가 붙은 2포켓 타입이다. 어른용은 하이브리드로 다운과 합성 충전재가 섞여있고 아이용은 합성 충전재만 들어있다. 아이니까 눈에 뒹굴고 뭐 이래도 아무렇지 않도록 고려한 게 아닐까 싶다.

 

 

패턴에 대한 분석을 한 패션스냅의 착용 리뷰 기사(링크)를 봤는데(위 사진도 패션스냅에서) 라글란 어깨인데 후드에서 팔로 이어지는 패턴이 상당히 복잡하고 천 조각도 많다. 후드 부분도 꽤 복잡하다. 가격의 제한으로 재질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심플하게 보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입체적 설계로 편안함을 만들어 낸다는 다른 면에서 화이트 마운티니어링 만의 특징을 찾아 밀어 붙인 거 같다.

 

 

풀오버는 남성 - 아이, 여성 - 아이 구성이다.

 

 

아이용은 유니섹스로 홈페이지 제품 사진 보면 남녀 아이들이 차례로 입고 있는 모습이 있다. 모크넥 풀오버도 아이에게 은근 잘 어울림. 여성용의 리본은 약간 오버가 아닌가 싶은데 그냥 멋이라는 건 패션으로 성립되지 않는다는 화이트 마운티니어링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도 필요없는 건 넣지 않는다는 이야기일텐데 왠 리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들어 놓고 보니 너무 단순했을까? 그가 생각하는 아웃도어의 즐거운 가족 풍경에는 여성의 옷에 리본이 달려있었을까? 

 

 

플리스 자켓은 나는 좀 별로였고 - 가운데 라인을 따라 뭔가 있는 걸 하나같이 좋아하지 않는다 - 재미있다고 생각한 건 라이트 다운. 전형적인 내피 디자인이다. V형 넥인데 요새는 아우터로 입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이런 옷이 목이 좀 높게 나오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이 옷도 꽤 복잡하게 생겼다. 특히 겨드랑이 라인.

 

 

삼각형 패턴이 들어가 있는데 여유로움 확보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목 양쪽에서 어깨를 따라 길게 내려가 있는 라글란 라인의 곡선도 재미있다.

 

 

 

유니클로의 라이트 다운 컴팩트 자켓을 예전에 선물로 받아서 하나 가지고 있는데 버튼 스냅이 그냥 얇은 나일론 위에다 박아 놔서 이거 단추 열다가 언제 뜯어져서 털이 날리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옷은 그래도 버튼 부분에 튼튼해 보이는 나일론을 덧대어 놨다. 이건 너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 아니었을까. 

 

기사를 읽어보면 이 옷의 옷감은 운더라벨(링크)과 합작으로 새로 개발한 빅 립스톱 소재라고 한다. 보고 온 사람의 이야기에 의하면 상당히 커다란 네모 모양이 보이더라고. 완전 흔하고 평범한 아이템에 이상하게 공을 많이 집어 넣었고 그래서인지 이상하게 비싸다. 다운이라고 하지만 플리스 자켓이 59900인데 이게 99000이면 뭔가 균형 감각이 이상하다. 하지만 하나를 산다면 아마도 이것... 그렇지만 홈페이지에 나오는 모크넥과의 스타일링은 좀 이상하지 않나...

 

전반적으로 심심하지만 입는 사람의 편의는 꽤 생각하고 마운틴 자켓, 라이트 다운 등 평범한 아이템이라도 그냥 지나가는 거 없이 나름 열심히 생각해서 나온 유니클로의 라이프웨어 콜라보스러운 컬렉션인 거 같다. 로고 플레이나 웃기고 재미있는 거 넣어서 어떻게 해보려는 거 전혀 없이 정말 그냥 가격 한도 내에서 괜찮은 옷을 만들려고 나아간 티가 나는 것도 괜찮게 보인다.

 

하지만 또한 이런 부분은 패스트 패션 콜라보에서 가지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어차피 델리킷한 디테일에 걸맞는 좋은 소재를 사용한 것도 아니고 같은 가격으로 편하고 따뜻하게 입는 게 목적이라면 어디 이월이나 그런 데를 뒤적거리면 더 따뜻하고 더 가벼운 옷을 찾을 수도 있다. 고작해야 몇 년 입을 수 있는 걸 찾는 소비자에게 눈에 잘 들어오는 디자인 대신 흔한 아이템이지만 공이 많이 들어간 자기만족적 디테일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그에 의해 희생될 수 밖에 없는 이러한 옷의 근본적인 착용 목적인 겨울을 잘 나기 위함과 비교해 봤을때 과연 적절할까 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세상엔 워낙 겨울옷이 많으니 이런 것도 있고 저런 것도 있는 거고 그런 다양성 속에서 이런 제품도 나름의 자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분명한 제한 안에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어딘가 의심할 만한 곳은 없을까, 다른 거 대신 이걸 선택할 이유를 무얼 제시할 수 있을까 등등 이런 걸 재미있고 즐거워하는 사람이 세상에 있고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든 웃돈 붙여서 리세일로 살 정도는 아닌 거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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