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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옷열전

필슨의 매키너 버킷 햇

by macrostar 2021.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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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중고옷 열전. 하지만 옷이 아니라 모자다. 견고함과 매끈함에 반해 필슨의 매키너 울에 한참 빠져있던 시절 우연히 이 모자를 보고 모자도 있었네! 따뜻하겠네! 하면서 구입했다. 예전엔 꽤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요새는 잘 안 보이는 거 같다. 필슨에서도 단종된 지 한참 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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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위에서 찍었더니 뭔지 잘 모르겠군... 검색을 해봤다.

 

 

이런 모자다. 버킷햇인데 매키너 울. 간단하다. 튼튼하고 단단하게 잘 만든 모자다. 눈이 펑펑 내리고 바람이 슝슝 부는 겨울 날에도 안심하고 쓸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렇게 잘 쓰고 있지는 못하다. 문제가 몇 가지 있는데 우선 이 재질은 모자로 사용하기에 너무 단단하다. 차라리 패커햇처럼 모양이 딱 잡혀있는 거라면 괜찮다. 버킷햇이란 그보다는 더 자유로운 데가 있는 모자인데 쓰고 있으면 약간 애매한 느낌을 받는다.

 

 

또 패커햇은 너무 목장주 룩이다. 나에겐 목장이 없고 말도 타지 않는다. 그래서 버킷햇 대용품이 되긴 어렵다. 여하튼 이 단단함이 일으키는 가장 큰 문제는 후드가 있는 아우터를 입었을 때 서로를 간섭한다는 점이다. 뒤를 치고, 휘지 않고 밀려버린다.

 

또 레드 플래드 버킷햇은 월리를 찾아라가 너무 떠오르고 또 약간 큰 사이즈를 구매해 버리는 바람에 나오는 엉성한 모습은 어설픈 자미로콰이도 생각나고 하여간 여러가지 상념이 든다. 그리고 저번에 올렸던 레드 플래드 매키너 크루저와 함께 사용하는 데는 꽤나 용기가 필요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울리히 레드 플래드 바지 같은 것도 하나 구해볼까 싶기도 하고. 이렇게 셋을 함께 입으면 목장주보다는 퀀틴 타란티노 영화에 나와서 마차 안에서 잘난 척 하다가 총맞아 죽는 사람 같지 않을까 싶다.

 

 

예전 제품들을 찾아봐도 필슨에서는 레드 플래드 울 바지가 나온 적은 없는 거 같다. 외투와 모자는 여전히 그렇게 많이 만들고 있으면서 바지는 내놓지 않다니, 역시 필슨은 레드 플래드에 있어서 울리히 만큼 진심 혹은 미친 게 아닌 거 같다. 

 

머리 통이 따뜻하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따뜻하다. 하지만 귀는 어쩌지 못한다. 사실 정말 한파에 대비하고자 한다면 모자는 발수 - 충전재 - 귀마개 조합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필슨의 울은 이제 가질 만큼 가지고 있고 쓸 만큼 써보고 있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굳이 대체품을 찾지는 않고 있다. 최근 관심이 있는 건 필슨의 틴 클로스인데 예전에 어느 매장에선가 잠깐 만져봤더니 생각보다 그냥 그래서(왁스가 밀리는 느낌이 나는데 그게 관리의 문제인지 원래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이 모자 이후 필슨의 대한 애정은 현재 멈춤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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