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 만에 중고옷 열전. 참고로 요새 이런 중고, 빈티지를 중심으로 한 패션을 아카이브 패션이라고도 하는데 예전에 유명했던 옷, 지금 패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옷 정도에서 그치면 안되고 거기에 디자이너, 스트리트 패션의 무언가(프린트, 문구, 자수 등등)가 들어가 있는 것들이 꽤 인기가 좋은 듯 하다. 아니면 사시코, 리페어 등이 들어 있거나 혹은 라프 시몬스나 꼼 데 가르송, 헬무트 랑의 오래된 제품이거나 등등.
아무튼 오늘은 알파 인더스트리의 M65 자켓. 몇 번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 옷이다. 지난 중고옷 열전 이야기가 워크웨어, 아웃도어 순으로 나아갔으니 이제 밀리터리. 그렇다면 빈티지 실용복 계열이라면 다음은 운동복? 아무튼 그리고 사진의 베이지를 비롯해 블랙과 올리브도 가지고 있었는데 올리브는 처분을 했다. 그러는 와중에 외장 후드는 처분하지 않아서 올리브 색의 후드는 또 가지고 있다. 이게 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음.
미국 제조판으로 밀리터리 스펙에 가깝기 때문에 스몰 - 레귤러 사이즈여도 좀 크다. 100정도 사이즈라면 괜찮게 입을 듯. 베이지는 밝은 색이라 하나같이 어두컴컴한 분위기가 나는 보유 중고옷 중에서는 그나마 환기를 하는 효과가 있긴 한데 그래봤자 밀리터리라 근본의 어두움과 칙칙함은 숨길 수가 없다. 물론 스타일링을 밝게 하면 되겠지만 잘 안 됨.
보통 M65 하나 가지고 있으면 여기저기 써먹을 데가 많다고들 하는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잘 못 입는다. 문제가 몇 가지 있는데 일단 좀 두껍다. 그걸 매력으로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두꺼워서 쉽게 움직이기가 어려움. 그리고 스탠드 칼라. 목을 감싸서 찬 바람을 막아준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런 걸 답답해 해서 잘 활용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펼치면 뭔가 좀 애매한데 몸이 건강하고 두툼하면 잘 어울릴 모습이기 때문이다. 나처럼 부실한 사람에게는 좀 이상한데 이 부분도 두꺼워서 잘 못 움직이는 것과 연관이 있음. 마지막은 견장. 언젠가부터 견장이 상당히 거슬린다. 블랙과 베이지 둘 중 하나는 떼어버릴까도 했는데 일이 복잡해지는 거 같아서 관뒀다.
맘 편하게 입고 다니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링의 측면에서 보자면 저 셋의 조화가 손이 가는 걸 망설이게 만든다. 사실 M65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게 이 셋이라는 점에서 약간 문제가 있다. 미군의 필드 자켓 계열을 보면 칼라가 있는 게 M-51, 견장이 없는 게 M-65 1세대다. 두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건 없음. 차라리 BDU 자켓에 안감을 붙이는 게 나을지도...
어쨌든 이런 이유로 그냥 덮고만 있어도 그 견고함과 탄탄함에 좋아라하면서도 입고 나가면 어딘가 신경이 자꾸 쓰이는 그런 옷이다. 팔아버릴까 싶기도 한데 귀찮기도 하고, 없으면 또 그래도 M65는 하나 가지고 있어야지 싶어질 거 같기도 하고, 베이지와 블랙 컬러 둘 다 좋아서 둘 중에 뭘 치워야 할 지 잘 모르겠기도 하고, 확 버리자니 그건 또 아깝고 등등 이러저러한 이유로 계속 안고 가고 있는 복잡한 감정의 옷이다. 입을 것만 가지고 있는다라는 원칙에 어긋나기도 한데 그래도 적어도 한두 번 씩은 입으려고 애쓰는 편이다. 그렇게 사는 게 맞는 지 모르겠음.
사진 찍을 때 스르륵 다가온 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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