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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 부시 자켓

by macrostar 2021.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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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전에 셔츠 자켓 이야기(링크)를 하면서 윌리스 앤 가이거와 얽힌 헌팅 자켓, 사파리 자켓 이야기를 잠깐 했었는데 그런 김에 사파리 자켓에 대한 이야기. 사파리 자켓을 부시 자켓이라고도 한다. 예전에는 커다란 주머니가 달린 얇은 면 돕바를 사파리~ 라고 많이 불렀는데 한동안 그 후줄근한 옷은 잘 보이지 않다가 또 잠깐 유행을 하다가 그렇다.

 

이 옷은 1900년대 초 아프리카, 인도 등지에 주둔한 영국 군대의 카키 드릴이라는 유니폼이 시작이다. 당시 영국군 유니폼에서 카키라는 말도 나오고 치노 바지, 클락스 부츠 등등 많은 패션 파생 용품들이 나왔다. 

 

 

위키피디아에서 카키 드릴을 찾으니까 이런 사진이 나왔음. 가슴 주머니 플랩의 아치형 곡선이 매우 인상적인데 사파리 자켓도 저걸 이어 받은 게 많다.

 

 

아무튼 그러다가 1930년대 들어 사람들이 아프리카 등지로 사파리 투어 같은 걸 많이 가게 되었는데 특히 미국 동부의 부유층들 사이에서 꽤 유행을 했다고 한다. 이때 나온 게 사파리 자켓이다. 밝은 색 고밀도 코튼 포플린으로 만들어서 햇빛도 반사하고 또 모기, 파리가 뚫지 못할 정도로 촘촘한 섬유를 사용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게 윌리스 앤 가이거의 코튼 부시 포플린이다. 이 직물은 나중에 여러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사용하게 된다.

 

당시 헤밍웨이가 아프리카에 갔던가 그랬는데 당시에는 고급 의류 맞춤 전문점이었던 뉴욕의 아버크롬비 앤 피치에서 윌리스 앤 가이거의 헌팅 자켓을 구입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게 나름 유행을 한다.

 

 

윌리스 앤 가이거에서는 헤밍웨이가 헌팅 자켓을 입었다고 하는데 위 사진에 입고 있는 게 그 제품인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저번에 말했듯 이 아저씨는 주머니에 이것저것 잔뜩 넣어다니는 타입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사방에 주머니가 달려있고 모두 플랩이 붙어 있고 또 넓어지는 주머니다.

 

이런 옷이다. 윌리스 앤 가이거에서는 아예 헤밍웨이 부시 자켓이라고 부르고 있음.

 

 

이후 사파리 자켓은 또 한번의 전기를 맞이하는 데 1960년대 이브 생 로랑이다. 1967년 패션쇼에서 사파리 자켓을 가져온다.

 

 

자세가 아주 당당해 보이심. 아무튼 이렇게 해서 하이 패션계에도 편입이 된다.

 

사실 이렇게 슬림하게 만들어서 패셔너블해 진 거지 사파리라는 옷은 애초부터 귀족, 부유층이 아프리카 같은 데 여행을 가면서 입는 옷이었다. 즉 아웃도어 옷 중 드물게 럭셔리 패션의 기반을 가지고 있다. 일하자고 입는 옷이 아니라 까탈스러운 부유층이 멀리서 아프리카의 초원 같은 데를 바라보는 옷이었고 그러므로 기반에 깔려있는 군복의 분위기와 제국주의의 냄새를 숨기긴 어렵다.

 

영국 왕실에서도 대자연 이런 느낌이 나는 곳에 갈 때 사파리 자켓을 종종 입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농장 느낌이 나는 곳을 갈 때 바버를 입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이후 이 옷은 영화 등에서 사냥, 대자연 등과 결합되어 옷 잘 입는 아저씨들이 그런 데 갈 때 입는 옷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그러다가 이게 2010년대 들어 유럽, 미국 등지에서 잠깐 또 인기를 끌게 되는 데 중고 매장에서 워크 재킷과 함께 사파리 자켓도 입게 되어서라고 한다. 하지만 워크웨어 류에 비해 그렇게 많이 본 거 같지는 않은데 헌팅 재킷 류와 구분없이 섞여 있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위에서 말했듯 이건 작업용 옷이 아니지만 그래도 군복 기반의 기능성 옷이라 대충 막 입는데 적합하고 또한 제대로 만든 건 모기도 뚫을 수 없다고 하니 그런 유용함도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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