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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 도쿄 올림픽, 블레이저, 아메토라

by macrostar 2021.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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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 아메토라(링크) 관련 이야기. 1964년 도쿄 올림픽이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이 공중에 붕 떠 있는 것과 무관하게 이건 블레이저에 대한 이야기다. 책을 읽어보신 분은 알겠지만(안 읽어보신 분들은 부디 읽어주시길!) 도쿄 올림픽을 통해 블레이저라는 낯선 서구의 아이템이 일본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군대 세레모니처럼 도열해서 걷는 게 인상적인데 그런 시대였으니까. 심지어 민속 의상을 입은 아프리카 대표팀도 열을 맞춰 힘차게 팔을 젓는다. 

 

 

 

 

올림픽 공식 유튜브 채널에 있는 개회식 하이라이트. 당시 한국은 154명이라는 꽤 큰 규모의 선수단이 참가했는데 위 영상에서는 잘 못찾겠다. 

 

아무튼 빨간 색 블레이저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일본팀의 개회 의상인 빨간색 테일러드 재킷과 화이트 팬츠가 아메토라 책에는 VAN의 이시즈 겐스케가 디자인했다고 되어 있고 일본 올림픽 위원회나 공식 자료에도 그렇게 적혀 있다. 하지만 여기(링크)를 보면 도쿄 칸다에서 니쇼도라는 테일러 샵을 운영하던 모치즈키 야스유키 디자인 설이 등장한다. 패션 평론가 안조 히사코의 글인데(위 링크는 아이디가 없으면 끝까지 읽을 수가 없다) 이런 증언이 꽤 많다고 한다. 그리고 아메토라의 저자 데이빗 막스도 2016년 이에 대한 글을 썼다(링크).

 

위 글을 보면 모치즈키는 1952년 헬싱키 올림픽 때부터 올림픽 유니폼을 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옥스퍼드에서 공부했던 지치부노미야 야스히토(링크, 쇼와의 동생이다)가 이것은 정확한 블레어저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모치즈키는 오센틱한 블레이저를 만들기 위해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56년 일본 올림픽 위원회에 일본팀은 레드 옷을 입어야 한다고 주장을 했다. 이후 여러 일들이 있고 모치즈키는 올림픽 위원회에 레드 옷에 화이트 파이핑, 화이트 옷에 레드 파이핑 두 가지를 제안했고 결국 1964년 레드 옷이 받아들여졌다.

 

또한 안조 히사코는 이 유니폼에 대한 이시즈 겐스케의 참여를 반박하고 있다. 이시즈는 1964년 요미우리에 일본팀도 미국팀처럼 테일러드 대신에 레디 투 웨어를 입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이시즈는 레드 재킷의 선정에 대해 '신중해야'한다고 이야기했고 안조는 이 부분을 근거로 이시즈 겐스케의 유니폼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위 글에는 이에 대한 반박 의견도 들어가 있다. 예컨데 모치즈키 자신이 자기에게 유니폼 디자인을 결정할 권한이 없었다고 말한다. 안조의 글이 나오기 전 일본팀 유니폼에 대한 글을 쓴 패션 평론가 토야마 슈헤이의 글에 의하면 모치즈키는 디자이너도 아니고 테일러도 아니고 테일러 샵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또한 모치즈키가 레드 재킷의 선정을 바랬던 것 외에도 일본팀 유니폼에는 골드 버튼 등 아이비 패션의 요소들이 깊게 들어가 있다. 

 

또한 구로스 요시유키의 이야기에 따르면 당시 일본팀 유니폼에는 디자이너는 없고 테일러만 있었다. 그리고 이시즈 겐스케는 쓰리 버튼에 싱글 브레스트 디자인을 제시했고 컬러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못했었다. 이시즈는 구로스에게 자료 조사를 부탁했지만 별게 없었고 결국 이시즈가 레드로 결정했다는 거다. 

 

물론 일본 올림픽 의상의 결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우리가 알 필요는 없다. 보면 모치즈키 설을 주장하는 안조는 빨간색의 선택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고 이시즈 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이비 블레이저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이 정도만 대충 알고 있으면 될 거 같다. 여기서 흥미롭고 재미있는 부분은 1964년에 선택된 올림픽 의상에 대해 여러 평론가, 조사자들이 여전히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점 정도. 게다가 안조 히사코는 2019년에 도쿄 올림픽 유니폼의 수수께끼에 대한 책을 출간했다(링크).

 

 

그렇게 많이 읽힌 거 같진 않지만 이런 식으로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아메토라를 읽어 보시는 분들도 98페이지의 올림픽 유니폼 사연에 이런 뒷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조금 더 흥미진진하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인스타그램에 아메토라 감상을 올리신 분 중 한국 패션에 대해서도 이런 식으로 문화와 사회 속에서의 패션의 변화를 탐색하는 작업이 있다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지금의 작업들은 그런 지점으로 가기 위한 긴 여정의 부분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디테일한 이슈의 탐색과 브랜드의 자기 아카이브 확보(디스이즈네버댓의 책은 그런 점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 링크), 또한 패션의 중요성의 재인식 등 필요한 부분들이 아주 많기는 하다. 아무튼 결론은 아메토라는 물론이고 패션과 연관된 다른 많은 책들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물론 이왕이면(링크) 제(링크) 책(링크)들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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