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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집인(Zip-In), 확장의 매개체

by macrostar 2020. 9. 8.

저번에 쓴 노스페이스에 대한 이야기(링크)가 나열이었다면 이번에는 왜 그런 리스트가 되었나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집인(Zip-In)이 있다. 집인은 옷 안에 옷을 붙일 수 있게 하는, 그러니까 3-in-1 같은 거다. 노페는 점점 신경 쓰지 않고 있는 듯 하지만 그래도 지금 동절기 일상복 생활의 중심 개념을 점유하고 있다. 입고 다니다가 벗기도 하고 뭐 그러라고 만들었다는 데 물론 그렇게 귀찮게 쓰진 않는다. 변경은 계절 단위 정도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런 류의 사진들이다.

 

 

패딩 위에 패딩, 자켓 위에 자켓.

 

예전에는 패딩 안에 울 스웨터를 거의 무조건 입었다. 하지만 이게 좀 지나치게 더운 경향이 있다. 특히 추운 바깥에서 만원 지하철로 빨려 들어갔을 때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등산복의 구성 방식을 따라하면 더 쾌적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건 어느 정도만 맞다. 예컨대 두툼한 울 스웨터를 안에 입고 있는 것보다 따뜻하기는 무척 어렵다. 등산복이란 산을 막 걷고 뛰고 기어 오르는 무적 체력의 특정 인류가 효과적으로 사용하라고 만든 옷이다. 혹시 뛰어다닌다면 몰라도 가만히 앉아 추위를 이겨내길 바라는 사람에겐 뭘 어떻게 해도 울을 이기긴 어렵다. 그렇지만 쾌적하고 가벼운 건 확실하다. 이 모든 걸 해결해서 훨씬 가볍고 쾌적하지만 더 따뜻한 뭔가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있더라도 아마 상당히 비쌀 거다. 어차피 무리다.

 

 

아무튼 시작은 이 오래된 눕시다. 굉장히 오래 되어서 아마 이사도 함께 3번 정도 다녔을 거다. 그렇찮아도 할 일이 없었는데 다른 눕시를 하나 구입한 후 이 옷은 할 일이 아예 없어졌다. 버려질 운명이었지만 문 옆에 걸어뒀다가 겨울에 집 앞에 쓰레기 버리러 나갈 때 입는데 그것도 일부러 사용처를 만들어 낸 거다. 그래도 아직 따뜻한 편이다. 그러다가 마칼루라는 옷을 마련했다. 이유는 물론 결합과 단독 사용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후보였기 때문이다. 마칼루, 닷 샷, 스쿠프, 마운틴 등의 후보들이 있었는데 이게 가장 먼저 나타났다. 

 

 

NP10716. 일본판인데 이 역시 꽤 오래됐지만 상태는 괜찮다.

 

 

이 둘은 이렇게 한 겨울 옷이 된다. 하지만 눕시는 한국판 90(S), 마칼루는 일본판 L이라 사이즈는 미묘하게 맞지 않는다. 그래도 뭐 잘 달라붙고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다. 그리고 대체 라이너 용으로 엑셀로프트 라이너, 이 안에 입을 옷으로 에이펙스 안드로이드 후디 같은 걸로 확장을 해 나간다. 안에 패딩을 하나 더 입어보면 어떨까 하는 실험의 결과물도 몇 가지 있다. 미드웨이트 풀 오버 위에 플리스 자켓을 입고 그 위에 저걸 입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다. 또한 동계옷의 상징인 후드 퍼가 없기 때문에 머플러 등의 보조 수단이 필요하다. 사실 레이어로 입은 후드를 뒤집어 쓰는 게 효과는 가장 좋다. 그 방면으로 에이펙스는 매우 훌륭하다.

 

그런가 하면 새로 장만한 눕시는 미국판 S다. 사이즈는 같은 데 국내판, 일본판과 지퍼 방향이 반대다. 그러므로 쉘 방향으로 다른 방향 지퍼를 가진 옷 쪽으로 뻗어 나간다. 하나가 있는데 상당히 낡고 삭고 있어서 수년 안에 교체할 가능성이 있다. 하이벤트의 경우 잘못 관리한 채로 아주 오래되니까 옷 안에서 무슨 하얀 가루가 계속 떨어져 나온 적이 있다. 그러므로 아예 안 입는 것도 안되고, 입고 땀을 흘리거나 했는데 세탁을 하지 않는 것도 안된다(코팅 벗겨지는 가장 빠른 길인 듯).  

 

이런 식으로 눕시에서 시작해 가장 외부와 가장 내부까지 확대가 되어 간다. 봄과 가을에는 여기서 보온재 옷인 눕시만 빠진다. 영역 확장의 핵심이지만 겨울이 아니면 쓸모가 없다. 그렇지만 나머지는 눕시 때문에 내 방에 들어와있다. 뭔가 묘하군. 그리고 바지 쪽도 비슷할 텐데 등산복 바지 수요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상의 만큼 수가 늘어나진 않는다. 

 

결국 그렇기 때문에 다른 수많은 브랜드의 겨울 옷이 혹시 저렴하게 구입할 기회가 생겨도 선뜻 손이 가질 않게 된다. 다른 게 끼어들 틈이 없고, 정말 마음에 드는 게 들어와도 역할이 한정적이면 활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른 걸로 바꾸게 된다면 대대적인 교체와 시행 착오가 생길 텐데 굳이 그럴 이유가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원흉은 결국 눕시다. 브랜드에서 중심의 자리를 차지하는 옷이란 그만큼 중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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