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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애매한 계절, 애매한 옷

by macrostar 2020.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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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일요일의 경우 낮에는 반소매 티셔츠만 입고 돌아다녀도 더웠지만 밤에는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있었는데도 쌀쌀했다. 더위, 추위를 많이 타는 탓도 있겠지만 일교차가 10도 이상씩 계속 찍히고 있으니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예컨대 고립된 산 속에 있다면 이 정도 일교차엔 생존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 물론 도심의 생활이란 이와 약간 다르긴 하다. 아침에 출근해서 회사 안에만 있다가 밤에 귀가를 한다면 이 계절은 계속 쌀쌀할 테고, 아침에 바깥에 나와 야외 활동을 하다가 해 지고 나면 귀가한다면 지금은 햇빛이 따가운 계절이다.

 

이런 시즌엔 옷을 선택하기가 무척 어려운데 뭘 골라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밤에 온도가 꽤 떨어지기 때문에 생각보다 든든한 옷을 가지고 나가야 하는데 '든든'이라는 말은 보통 무게와 직결된다. 무게가 낮아지면 가격이 상당히 뛴다. 즉 어느 정도 무게를 감수할 수 있는가의 문제와 닿아 있다.

 

 

이런 종류의 옷을 겨울 외에는 거의 언제나 입고 있든지, 가방에 들어있든지 하고 있다. 에어컨 바람 때문에 여름에도 유용하다.

 

그렇다고 투자를 하기도 애매하다. 한정된 자본을 옷에 소모한다면 반소매 여름 옷과 겨울 옷을 사는 게 맞다. 여름 옷을 입고 좀 추워하다가, 약간 이르게 겨울 옷을 입고 좀 더워하다가 보면 일 년에 두 번 오는 이 환절기는 지나간다. 여름은 아무튼 시원하면 되고, 겨울은 아무튼 따뜻하면 되는데 이 계절은 목표도 복잡하고 애매하다. 수많은 옷들이 있고 게중에는 따뜻한 반소매나 의외로 가벼운 다운 파카 마저 있지만(건조하거나 습하거나에 따라 어딘가에선 필요하다) 정확히 이 계절에 딱 맞는 옷이란 없다. 

 

사실 딱 맞는 건 반소매를 입고 휴대용 울트라 라이트 다운을 들고 다니는 게 아닐까 싶다. 플리스보다 가볍고, 더 따뜻하다. 이런 계절에는 선제적 대응과 오버페이스가 보통 최선인 법이다. 아무튼 매우 흥미진진한 시즌인 건 분명한데 아직 나에게 적합한 답은 찾지 못했다. 어디에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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