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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코로나 재택, 새로운 필요

by macrostar 2020.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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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와도 반바지를 거의 입지 않는다. 별 이유는 없고 그렇게 살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입는 경우는 잠잘 때, 운동을 할 때. 이렇게 해서 교체용으로 2+2 = 4의 반바지가 필요하다.

 

잠잘 때 반바지는 유니클로 스테테코를 사용하다가 매번 엉덩이에 구멍이 나서 이번에 인견 혼방으로 만든 무명씨 버전으로 바꿨다. 가격은 사실 매대에 있는 경우의 스테테코와 비슷한데 훨씬 가볍고 편하다. 다만 천 자체가 너무 허술해서 세탁기 돌리면 실이 뜯어져 있어서 다시 꿰매고, 그래서 세탁망을 반드시 이용해야 하고 등의 문제가 있다. 세탁망 쓰면 좋지 뭐.

 

운동할 때 반바지는 상당히 오래된 무릎 정도 오는 얇고 편안한 게 있었는데 체육관에 다니게 되면서 수요가 늘어나 역시 유니클로에서 하나를 더 구입했다. 런닝용이라 좀 짧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는데 바로 재택 근무다. 집에서 일을 하는 시간이 늘어났지만 계속 잠옷만 입고 있으면 계속 자는 듯한 기분이 든다. 사람들은 이런 문제 때문에 여러가지 선택을 하고 있는데(링크를 꼭 참고해 주세요!) 내 경우엔 상의만 외출복으로 바꿔 입고 하의는 그냥 잠옷을 계속 입자로 정했다. 옷이란 신체와 정신 모드의 변경과 강화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뭔가 갈아입는 것으로 경계를 정하는 건 불완전한 인간을 다루는 데 있어서 좋은 방식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스테테코가 쉬이 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그걸 잠잘 때만 입어야 하는데 자꾸 집에 들어와 잠옷으로 갈아입고 컴퓨터를 뒤적거리느라 "의자에 앉아" 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즉 마찰이 가장 많이 생기는 부분에 저 취약한 얇은 섬유는 오랜 기간 버티질 못한다. 인견 혼방 반바지도 마찬가지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그 옷은 누울 때만 입는 게 옳다.

 

여기서 새로운 반바지 수요 2개가 생겨난다. 이 바지는 의자와의 마찰에 그나마 오랜 기간 버틸 수 있어야 하되 그래도 집에서 일하는 건데 너무 갑갑하면 안된다. 긴 바지는 별 짓을 다해도 어쨌든 갑갑하고 덥다. 그러므로 튼튼한 반바지가 제격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데님 혹은 샴브레이 류, 서플렉스 나일론 류, 치노 정도의 면 류 등등의 약간은 튼튼한 반바지다.

 

그런데 어쨌든 코로나 재택의 시대는 끝날 거고 그러고 나면 사용처가 사라져 버린다. 그러므로 모모타로 반바지에 파타고니아 서플렉스로 만든 파타고니아 배기스 같은 걸 사 입으면 약간 신나겠지만 지나친 투자는 곤란하다. 또한 프리랜서에게 유난히 가혹한 기간이라(링크) 그런 호사를 부릴 여유도 없다. 그래서 유니클로 매대에 5천원 아래 짜리가 있으면 두 벌을 사자라고 결심을 했지만 그런 게 안 나오고 있다. 하나 발견했는데 화이트 코튼이었다. 하얀색이라니 그건 또 그것 대로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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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2+2+2가 필요해졌는데 그러는 시간 상황에 변화가 찾아왔다. 1) 코로나 2.5단계로 체육관이 문을 닫았다. 반바지 2가 할 일이 없어졌고 지금은 그걸 입고 있다. 그리고 2.5단계가 연장되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이건 아무튼 길어봤자 시한이 명백히 보인다. 2) 여름이 지나가 버렸다. 이건 조금 더 장기적인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이 정도 습도와 온도면 얇은 류 긴바지를 입어도 괜찮을 정도다. 그러므로 어떻게 좀 버티다 보면 2+2 계속 유지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날씨의 변화가 어떻게 될지(북서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동쪽의 뜨겁고 습한 공기와의 대결 추이!)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다. 

 

아무튼 이 변화무쌍한 날씨의 나라에서 효과적이고 적절한 대처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일상복 생활(링크)이란 바로 그런 재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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