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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알로하 셔츠, 레인 스푸너

by macrostar 2020.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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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알로하 셔츠, 하와이안 셔츠가 유행인가 하더니 다시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굳이 하와이가 아니라면 그냥 입고 싶은 사람은 입고, 아니면 말고 뭐 그런 옷이다. 그렇긴 해도 이 강렬한 무늬는 열대의 섬이 생각나게 하고, 하늘하늘한 옷감은 시원하기도 하다.

 

이 옷은 은근 이상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1920년대~30년대 사이 호놀룰루에서 일본인이 운영하던 무사-시야 셔츠메이커에서 화려한 일본 프린트를 가지고 셔츠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하고, 그리고 1930년대에 와이키키의 중국 상인이 운영하던 킹-스미스 옷가게에서 지금의 하와이안 셔츠로 고안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어디까지나 전설이라 확실치는 않고 하와이 여성의 전통 옷 무우무우의 옷조각을 모아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킹-스미스가 알로하 셔츠의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한 건 대체적으로 맞는 듯 하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일단 이런 데(링크)를 시작으로 연구를 해 보시고.

 

 

그런가 하면 레인 스푸너도 은근 이상한 지점을 점유하고 있다. 레인 스푸너는 한 사람이 아니고 가게 운영하던 레인과 바느질 장인 스푸너가 합작한 브랜드라고 한다. 아무튼 보통 알로하 셔츠라면 레이온 뭐 이런 걸로 하늘하늘 시원한 느낌이 나야 하는데 레인 스푸너는 면 100% 혹은 면 + 폴리 혼방에 버튼 다운, 백 플리츠 등등 아이비 셔츠류의 질서를 따르고 있다. 뭐 하와이에서는 비즈니스 웨어로도 쓰인다니 여러 공략 지점이 있겠다. 

 

아무튼 이런 결과로 레인 스푸너는 살 때부터 햇빛에 바래있고, 복잡한 알로하 셔츠의 프린트를 담고 있으면서도 튀지 않고, 하늘하늘 거리는 대신 버튼 다운 옥스퍼드 셔츠의 프레피 스타일 비슷한 것 까지 담고 있는 묘한 셔츠가 되었다. 게다가 그냥 반팔 셔츠와 함께 풀오버, 클래식 핏, 긴팔 셔츠까지 다양한 변주가 함께 있다. 알로하 셔츠계의 브룩스 브라더스라는 별명을 얻을 만 하다.

 

 

 

풀오버가 스타일 126이라고 하는군. 위 캡처는 아래 영상.

 

 

아무튼 위 영상을 보면 알로하 셔츠치고는 꽤 점잖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레인 스푸너도 런칭한지 시간이 꽤 흘렀는데 그 동안 라벨이 계속 바뀌었다.

 

 

이걸 보면 초창기엔 톱리스이던 분이 비키니를 입게 된 과정을 볼 수 있다. 80년대까지는 골드 단색이었다가 90년대에 컬러판이 되었는데 요새 레인 스푸너 옷을 보면(라벨이 몇 가지 있긴 하다) 이렇게 생겼다.

 

 

 

금색 비키니 버전. 

 

 

레인 스푸너의 특징이라면 위에서 말한 이상하게 포멀한 느낌과 함께 겉은 바래고 안에는 선명한 프린트가 있다. 이왕 자외선에 바랠 거 미리 해 놓는다는 느낌이 좋다.

 

 

 

그런가 하면 알로하 셔츠의 특징 중 하나인 원 포켓의 프린트를 맞추는 것도 있다. 이 이야기는 위 영상에도 잠깐 나온다.

 

 

스윽~ 봐선 잘 안 보임.

 

 

 

위 셔츠도 주머니가 있지만 잘 안 보임. 위 제품 같은 걸 구하고 싶었지만 이런 종류의 옷은 한 번 지나가면 만나기가 어렵다. 위 셔츠는 이분(링크)이 구한 것. 매년 컬렉션, 리미티드 컬렉션 등 다양한 프린트, 게다가 빈티지까지 있다는 건 꽤나 수집을 자극하는 아이템이다. 

 

나름 두께가 좀 있는 면, 면 폴리 혼방이라 처음엔 꽤 빳빳하고 답답하지만 슬슬 부드러워진다. 그렇지만 어떤 식으로 생각해도 한국의 여름에는 잘 맞지 않는 거 같다. 당장 뛰어들 바다라든가,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본격적인 바람과 파도 이런 게 있어야 되는 옷이다. 한국의 여름은 역시 면 + 리넨 혼방 혹은 인견 레이온 정도가 아닐까 최근 생각하고 있다. 

 

 

 

사실 위 그림 말고 레인 스푸너 라벨은 꽤 다양하니까 이런 걸 찾는 재미도 있을 듯 하다. 하지만 컬렉터의 길은 "뭘 모아보자!" 하는 사람이 가는 길이 아니라 자기가 뭘 모으느니 어쩌느니 따위를 의식하기도 전에 이미 뭔가 체계적으로 모으고 있는 사람이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레인 스푸너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알로하 마스크를 팔고 있다. 프린트에 따라 겉감은 코튼 100% 혹은 레이온 100% 두가지가 있고, 안감은 소프트 코튼 100%라고 한다. 사실 코로나에는 별 쓸모 없다고 생각하지만 몇 개 가지고 있으면 두고 두고 유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겨울에 방한용으로 알로하 마스크를 쓰는 것도 나름 근사할 듯...

 

길었던 장마가 끝나고 있다.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16일에 끝이 날 거라는 예보가 있다. 그러고 나면 23일이 처서인데 계절이라는 게 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예측을 할 수가 없다. 아무튼 짧든 길든 분명 습기가 넘치는 지독한 더위가 찾아올 거 같으니 부디 다들 잘 대비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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