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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비와 바지의 불편한 관계

by macrostar 2019.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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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뚝 떨어졌다. 이렇게 비가 내리면 가지고 있는 방수, 발수 재질의 옷을 테스트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진진한...은 개뿔 귀찮고 짜증나고 지나치게 에너지가 소모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바지다. 우산은 상체를 가려주지만 바람에 날리는 비는 하체를 방치한다. 그렇다고 긴 레인 재킷 류를 입는 건 대중 교통 이용에 너무나 불편하다. 

 

 

 

그래서 가벼운 방수, 발수가 되는 바지가 없을까 심심하면 찾아보지만 특히 이런 기능성 바지는 트레이닝 복, 등산복, 낚시복의 아우라를 벗어나는 걸 찾기가 어렵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평범한 어번 라이프의 옷들이 아니다. 그나마 몇 개 있는 걸 찾아보면

 

 

 

 

스틸 바이 핸드 같은 브랜드에서 워터 리펠런트 치노 같은 걸 내놓은 적이 있다. 면 100%인 거 보면 약품 처리 같은 걸 해놓은 게 아닐까 싶다. 이런 정도는 그냥 집에 있는 면바지에 발수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과 비슷할 거 같다. 발수 스프레이는 지속 기간이 꽤 짧은 문제가 있다. 닉왁스 같은 발수 세제로 세탁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크게 다르진 않을 거다.

 

 

 

노스페이스 퍼플 라벨에 보면 워터 리펠런트 치노가 나온다. 노스페이스가 잘 쓰는 소재 중에 나일론 100%인데 뭔가 면 비슷한 느낌이 나는 게 있다. 콤팩트 재킷 같은 데에서 볼 수 있다. 크게 두드러지지 않게 쓸 수 있지만 이 바지 역시 등산복 스러움이 완전 제거된 건 아니다. 

 

 

 

파타고니아에도 이런 게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생각하는 게 다들 비슷한데 등산복 - 일상복 사이의 균형점을 찾고는 있지만 대부분 등산복 스러움을 떼어내진 못한다. 이건 기본적인 기능성을 위해 희생할 수 없는 많은 부분이 있기 때문일 거다.

 

 

 

아크테릭스에는 A2B 치노라는 바지가 있다. 도심의 일상복 같은 느낌이 그나마 있지만 자전거 커뮤터를 위한 옷으로 역시 거기에 많이 맞춰져 있다.

 

 

 

허벅지 로고는 다들 어떻게 안되는 건가.

 

 

 

옛날 옷을 보면 바버의 왁시드 팬츠 같은 게 있다. 이쪽은 등산복이고 뭐고 순식간에 마니악한 세상으로 넘어가 버린다. 재킷과는 느낌이 다르다. 피엘라벤 같은 데서 나오는 왁스를 칠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런 것도 지속 기간이 상당히 짧았다.

 

 

 

필슨 같은 데서도 이런 류의 낚시, 헌터 바지가 나온다. 단색도 있다. 

 

 

 

조금 더 멀리 가면 이런 것도 있다. 농장을 가지고 있다면 괜찮을 지도.

 

 

비라는 건 지구의 축복이고 없어서는 안되는 자연 현상이지만 그에 대처하며 살아가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그리고 이런 작은 대안들이 있음에도 가장 큰 문제는 저걸 사 놓을 만큼 많이 쓰는가, 어차피 건물에서 다른 건물로의 이동에 쓰려는 건데 어떻게 하루 이틀 꾹 참고 지나가면 되지 않나 하는 마음의 장벽이 상당히 높다는 거다. 오늘도 올 때는 매우 불편했지만 막상 와서 있으면 뭐 이렇게 마르면 됐지... 싶어지는 게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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