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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히코리 스트라이프와 피셔 스트라이프

by macrostar 2019.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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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둘은 예전에 데님, 코튼 작업복에서 많이 쓰이던 패턴이다. 요새도 포인터 브랜드나 디키즈, 칼하트와 예전 미군 군복 복각 등에서 볼 수 있다. 둘이 용도가 거의 비슷한 데에 쓰이고 있는 거 같지만 온 길은 약간 다르다.

 

 

 

우선 히코리 스트라이프는 시어서커에서 왔다. 시어와 서커는 인도 말인데 밀크와 슈가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이건 제국주의 시대 더운 인도 지역 영국령에서 많이 입었는데 미국으로 넘어오면서 남부 지방에서 인기를 끈다. 물론 덥기 때문이다. 루이지애나에서 1900년대 초반 이걸로 슈트를 만들었는데 남부 지방 젠틀맨의 옷감이 되었다.

 

 

올드 웨스트에서는 헤비웨이트 시어서커를 만들어서 히코리 스트라이프라고 이름을 붙여 오버올즈 같은 걸 만들었다. 히코리 나무 껍질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히코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찾아보니까 이런 나무가 나오는데 이거일 수도 있고 이걸로 판자 만든 걸 수도 있고. 멀리서 보면 좀 비슷하려나. 인간이 나무처럼 보였나.

 

 

이 옷은 철도 종사자이 많이 입었는데 증기 기관차의 열기도 막고 바람도 잘 통하고 뭐가 좀 묻어도 눈에 잘 안띄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당시 옷에 비해 그랬다는 거지 지금 관점에서 보자면 열기를 그다지 막지 못하고 바람도 그다지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주유소(아메리칸 스탠다드 오일의 유니폼으로 널리 알려졌다), 정육점 등에서 많이 사용했다. 아무튼 작업복 소재로는 저렴했기 때문에 일상복으로는 데님을 입을 수 있는 나이가 되기 전까지 어린 아이들이 히코리 오버올즈 같은 걸 입기도 했다고 한다. 저번에도 말했는데 포인터 브랜드 옷을 보면 데님은 11.5온즈, 히코리나 피셔 스트라이프는 10온즈 짜리를 쓴다(링크). 히코리 쪽이 더 얇아야 되는 거다. 화이트에 파란 줄이 많이 보이기 때문에 생긴 것 부터 아무래도 더 시원해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피셔 스트라이프. 이 말은 포인터 브랜드와 디키즈에서는 쓰는데 보통은 헤링본이라고 한다. 

 

 

사선 무늬가 보인다. 헤링본은 청어뼈 모양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삼나무 무늬, 생선 뼈 무늬 등등 여러가지로 부른다. 헤링본이라는 말이 가장 유명한 거 같다. 물론 헤링이 청어고 본이 뼈다. 피셔 스트라이프에서 피셔를 찾아보면 예전에 낚시꾼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고(고어) 주된 뜻은 아메리칸 담비다. 아메리칸 담비랑 이게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메리칸 담비?? 아무래도 어부에서 온 말이겠지 싶은데 나중에 어원을 찾으면 적어보는 걸로... 그러고 보니 어빙 피셔라고 경제학자도 있었지. 

 

 

헤링본은 유럽에서 울 소재로 많이 사용되었다. 그러다가 2차 대전 때 미군복에서 썼다. 원래 파란색 데님, 여름에는 카키 코튼으로 작업복용 점퍼, 바지 등을 만들었는데 조금 더 컬러가 맞고 실용적인 옷이 있어야 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1941년 그린 컬러의 코튼 헤링본 트윌(HBT) 유니폼을 내놓게 된다.

 

 

 

헤링본 군복은 군복이라고 생각해서 그런건지 막상 입고 보면 뭔가 지나치게 고풍스러운데... 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이 무늬도 커버올, 워크 재킷 등 민간용 작업복에서도 많이 사용되었다. 포인터 브랜드 홈페이지를 보면 피셔 스트라이프는 라이트웨이트 듀러블 헤링본 위브고 1950년대부터 작업복으로 많이 사용되었다(링크). 혹시나 해서 히코리 설명을 찾아봤는데 여기에는 그냥 열차 엔지니어와 레일로드 작업자들이 많이 입어서 유명해졌다(링크)라고만 되어 있다. 미국 대륙에서 처음으로 히코리나 피셔 스트라이프로 코튼실을 꿴 사람이 과연 누구인지, 최소한 어느 동네 쯤인지가 궁금했지만 그런 건 찾을 수 없었다. 

 

 

지금 시점에서 보자면, 예전에도 그랬겠지만,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그냥 취향 차이다. 히코리 가문과 피셔 가문 사이의 다툼이 껴 있다거나 히코리 파와 피셔 파가 서로 정통성을 주장하며 대결을 하고 있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그저 둘 다 데님의 거대한 세계 구석에 껴 있는 소박한 줄무늬들이다.

 

 

히코리는 더 시원해 보이지만 일자 스트라이프라 그런지 무늬가 좀 쎈 느낌이 있다. 헤링본, 피셔 스트라이프는 약간은 더 차분한 느낌이 있다. 그렇지만 화이트 - 네이비 헤링본은 그런 차분함이 좀 희석된다. 둘 다 더러워져도 원래 그런 색 같은 것도 작업복 스러운 면이고 입고 다니면 심심치 않고 재미있는 패턴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난 히코리, 시어서커 옷은 하나도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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