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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지속 가능한 패션의 미래

by macrostar 2019.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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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일 중요한 이슈는 패션의 지속 가능성이다. 이걸 무시하거나 어떻게 되겠지 하고 바라만 보고 있는 브랜드들, 소비자들, 그외에 이런저런 관련업들은 앞으로 설 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은 이런 걸 기반으로 한 패션 - 섬유, 부자재, 옷의 형태, 옷을 입는 방식 - 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예컨대 자동차가 전기, 수소, 무인 등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근본적인 부분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다. 문제는 익숙함인데 그런 지지부진함은 유행을 통해 넘어설 수 있기 마련이다.

 

 

지난 달에 프랑스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이 열렸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을 비롯한 복잡한 정치적 현안과 대립이 워낙 많은 회담이었지만 그런 와중에 패션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주최국인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의 주도 아래 케링의 프랑소와 앙리 피노 회장이 주축이 되어 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한 패션 협약을 만들었다.

 

이 협약에는 32개 글로벌 기업의 150여개 브랜드가 파트너로 나서기로 했는데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 스포츠웨어 브랜드부터 H&M이나 자라의 인디텍스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 그리고 그 협약을 주도한 케링의 구찌나 발렌시아가 뿐만 아니라 샤넬이나 에르메스, 프라다, 랄프 로렌 등 럭셔리 브랜드까지 폭이 꽤 넓다. 이외에도 매치스패션이나 노르드스트롬 같은 리테일 체인도 동참을 했다. 이 브랜드들은 글로벌 패션 및 의류 시장에서 30% 정도의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섬유 소재 부분은 전세계 온실 가스 배출의 6%를 차지하고 살충제 사용량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세척 및 염색 등 공정으로 산업 수질 오염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이들 브랜드가 서명한 협약은 크게 3가지로 나눠서 볼 수 있다. 즉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실천 계획을 만들어서 배치하는 것, 종의 다양성 보호 등 자연 생태계 회복을 위한 노력,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의 점진적인 중단을 통해 바다를 보호하는 것 등이다.

 

사실 합의 사항이 선언성 협약으로 이뤄져 있고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은 브랜드가 각자 알아서 만들어 내게 되어 있다. 또한 브랜드들 끼리의 자체 협약이기 때문에 법적 강제성은 없다. 대신 매년 리포트를 내놓으면서 각각의 브랜드들이 협의한 내용을 잘 실천하고 있는지 보고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주요 브랜드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얼마 전 프라다는 폐기된 그물 등을 이용해 재생산 한 에코닐이라는 섬유를 가지고 만든 리나일론이라는 컬렉션을 발표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2021년까지 프라다에서 내놓는 나일론 제품들을 모두 에코닐 섬유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쿠아필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에코닐은 최근 인기가 많은데 분해중합 및 재중합 과정을 통해서 폐기된 섬유를 계속 재활용해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버버리나 MCM을 비롯해 H&M 같은 브랜드도 에코닐을 사용한 옷이나 가방 등 컬렉션을 내놓고 있다.

 

 

노스페이스 + REI의 100% 리사이클 컬렉션

 

 

리사이클 패브릭을 일부 제품에 사용하고 있고 가끔 특별 버전으로 내놓고 있는 노스페이스나 마무트, 파타고니아 같은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대부분 2020년대 초반까지는 모든 합성 소재 제품을 재활용 제품으로 대체할 계획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게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물 사용량을 줄이고, 모피를 사용하지 않고, RDS같은 검증된 다운을 사용하는 등 환경, 동물 문제 등 폭넓은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을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물 사용이나 바다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공정의 개선과 폐기 플라스틱의 재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물론 그런 대책이 의류 산업이 만들어 내는 환경 오염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지금처럼 많이 팔리 팔리고 패션의 흐름이 쉼없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한 쌓이고 있는 문제에 대한 일시적 해결책 들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런던 패션위크를 취소하라고 시위를 벌인 영국의 기후변화 방지 운동 단체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 같은 곳도 있다. 패션은 분명 환경 오염에 큰 책임을 가지고 있고 주요 패션위크는 그 상징적인 행사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과격한 이상적인 목표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이 단체 역시 이런 시위 한 두번에 런던 패션위크가 사라질 거라고 기대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향을 제시하는 거다. 그리고 이런 이상적인 목표 설정 만큼이나 현실적으로 바다 위를 떠다니는 페트병 쓰레기들을 하나라도 줄이려는 노력 역시 가치가 있는 법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지속 가능한 패션, 환경 친화적 패션 같은 이야기를 하는 곳은 환경 NGO나 일부 패션 브랜드 정도 밖에 없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 주제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세상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어떤 브랜드는 정말 이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공익적인 태도로 시작했을 수도 있고, 또 어떤 브랜드는 마케팅의 일부로 이미지 개선을 위해 시작했을 수도 있다. 또 어떤 브랜드는 그저 세금처럼 할 수 없이 늘어나는 불필요한 비용으로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속 가능한 패션은 친환경적 브랜드의 특징이 아니라 글로벌하게 제품을 내놓는 모든 패션 브랜드가 당연히 가져야 할 속성이 되어가고 있다.

 

사실 패션 같은 분야에서 굳이 소비자가 라벨을 뒤적거리는 수고를 해가며 재활용 섬유를 사용했는지, 물 오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골라서 살 이유는 없다. 이런 식으로 뜻있는 소비자들의 선의에만 기대서는 결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또한 그런 식으로 죄책감을 몰아 넣는 것 역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결국 재활용 소재, 썩는 소재, 수거 같은 문제는 판매자가 알아서 해결을 해야 할 문제가 되는 게 기본이다.

 

재활용 소재의 사용이나 물 사용을 줄이는 새로운 공정의 도입 등은 모두 비용이 드는 문제다. 이것들은 옷 제조 비용을 높일 거고 그건 생산 업체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자본이 부족한 소규모 브랜드들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렇게 높아진 생산 비용은 결국 옷 가격을 높이게 될 거다.

 

그렇지만 결국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브랜드들은 앞으로 패션 시장에서의 입지가 계속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저 선의 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게 이미 확인되었다. 결국 지금의 자율적인 협약으로도 해결이 안되면 강제적인 규제로 넘어가게 될 게 분명하다. 결국 소비자는 뭘 사서 입든 지속 가능한 패션의 순환 굴레 안에 이미 들어가 있도록 하는 게 지금 패션 산업이 만들고 있는 지속 가능한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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