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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Figs와 Tilit

by macrostar 2019.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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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둘 다 브랜드 이름이다. 지금까지는 모르는 브랜드들이었다. Bof에 흥미로운 기사가(링크) 실렸길래 읽어보다가. Figs는 의사용 수술복 같은 걸 만드는 브랜드고 Tilit는 쉐프용 옷을 만드는 브랜드다. 기사 내용은 간단히 말해 진짜 사용되는 워크웨어가 패션계,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것. 예전에 의사 가운 이야기(링크)를 한 적이 있는데 그건 어차피 입을 거 더 좋고 멋진 의사 가운을 입고 싶어하는 열망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건 일상복 선택 범위의 확장을 생각하며 여러가지 도전을 해보고 있는 소비자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Figs

 

패션을 위한 패션이 아니라 다른 데서 쓰던 옷이 그 자체로 "멋짐"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지 이미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알다시피 리바이스 청바지는 광부의 옷이고 레드윙은 농부의 신발이었다. 더 크게 보자면 스니커즈는 테니스, 농구, 볼링, 스케이트 보드의 신발이고 티셔츠나 스웨트셔츠는 군복과 운동복이다. 이런 게 실용적인 목적으로 일상복으로 편입되었고 또 그렇게 넘어온 다음 기존의 패션과는 다른 유니크한 면모를 활용하며 새로운 패션이 되었다.

 

최근 들어서도 이런 추세는 계속 되고 있긴 하다. 많은 콜라보를 하는 칼하트는 WIP라는 보다 본격적인 패션 라인을 따로 내놓기도 했다. 왜 건설 노동자가 아니면서 칼하트를 입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생각해 보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긴 한데 그렇게 변형된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이런 것도 있고 저런 것도 있고 그러면 좋지 뭐.

 

Tilits

 

사실 보다 본격적인 워크웨어는 아무래도 빈티지 계열에서 많이 왔다. 원래는 노동복이고, 여전히 그런 용도로 쓰이고 있긴 한데,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 보니 포지션이 달라진 거다. 목수와 사냥꾼의 옷 필슨, 공장 노동자의 옷 베트라, 요리사와 가드너의 옷을 많이 만들던 당통 등등이 이런 식으로 패션이 되었다. 

 

그러던 게 이제는 정말 그런 옷만 내놓는 브랜드를 뒤지기 시작한 거다. 얼마 전 여기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 일본의 작업복 브랜드 워크맨(링크)도 비슷한 수순을 거치며 일상복, 패션 시장으로 진입했다.

 

 

프렌치 초어 재킷.

 

많은 이들이 편하고 실용적인 유니폼을 찾고 있다. 주의해야 할 건 코스프레와의 구별이다. 예컨대 코스프레는 생긴 모습이 중요하고 일상복에선 그 기능성과 편리함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원래의 형태에서, 예를 들어 수술복이라면, 무엇을 가져올 것인가가 달라진다. 그대로가 좋을 수도 있지만 또 일상에 맞게 조금씩 변형도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일상복의 폭은 넓어지고 각자의 취향과 필요에 따른 선택의 여지도 넓어진다. 새로운 모습의 일상복은 반발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런 걸 상관할 때는 아니다. 그러라고 하고 버리고 가면 된다. 레깅스 가지고 뭐라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지만 차곡차곡 저변이 넓어졌고 요즘 돌아다니다 보면 피트니스 센터에서 입을 거 같은 레깅스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꽤 볼 수 있다. 각자의 삶이 있고 각자의 취향과 필요가 있는 법이다. 패션 브랜드 대신에 오픈마켓에서 작업복이나 군복을 찾아 입는 사람들도 있다.  

 

당연하지만 이런 부분에는 우열 같은 게 있을 수 없다. 기능을 완전히 무시한 비합리적인 옷도 효용이 있다. 그걸 입고 즐거워하는 게 효용이다. 또한 기능적인 부분을 패셔너블한 요소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 역시 즐거움이 효용인데 환절기, 혹한 혹서기에 약간은 도움도 된다. 극단적인 양쪽이지만 어쨌든 맥락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의해 생긴다.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시대의 분위기가 구색을 맞추는 즐거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고 가능한 편함으로 향하고 있다는 거다. 아무대나 들어가기 시작한 스니커즈가 그런 흐름을 가장 크게 보여준다(링크). 

 

옷이 없다면 생존이 불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필수품으로서 옷의 시대는 분명히 지났다. 자동차, 콘크리트 건물, 주변의 병원과 약국같은 것들이 예전 옷의 역할을 분담해 주고 있는 덕분이다. 뭘 입든 자신의 히스토리 안에서 기능하고 남은 그 이유를 알 길이 없다. 억측만이 있을 뿐이다.

 

 

Figs는 작년에 팝업 스토어도 열었다고 한다. 브랜드는 이런 식으로 새로운 길을 열고, 사람들의 일상복도 이런 식으로 새로운 단계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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