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켓

마운틴 파카의 60/40

by macrostar 2016. 9. 30.
반응형

마운틴 파카를 보면(유니클로에도 있으니 쉽게 볼 수 있다 - 링크) 60/40이라는 말이 적혀 있다. 코튼 60, 나일론 40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생겼음.



뭐 안 적혀 있는 옷도 있긴 한데 그래도 빈티지 마운틴 파카의 상징은 60/40이라 할 수 있다. 이 섬유는 50년대에 미국에서 나왔는데 고어텍스도 없고, 윈드프루프도 없고, 후리스도 없던 시절에 비도 적당히 막아주고, 공기도 적당히 통하는 선에서 잡은 균형점이다. 이걸 가지고 60년대에 시에라 디자인에서 처음 마운틴 파카를 선보였다.




위 사진은 시에라 디자인의 60주년 기념 모델 60/40 플러스. 말은 60/40인데 사실 면 54에 케블라 6, 나일론 40으로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 플러스 모델이다. 헤리티지 모델이라고 해서 이런 걸 내놓다니... 싶지만 동시에 요즘 같은 세상에 굳이 고생할 필요도 없는 거다. 그렇다고 해도 마운틴 파카라는 건 기본이 미국 제조 60/40 섬유를 쓰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시에라가 아닌 다른 회사들도 레플리카 풍 마운틴 파카를 내놓을 때는 미국산 원단 60/40을 사용한다.


70년대 말 헤비 듀티 시절에 이 빛 바랜 컬러의 아웃도어 의류는 꽤 인기를 끌었다. 그렇지만 이름이 마운틴 파카이긴 해도 이 옷이 본격적으로 스테디셀러가 된 건 일상복 용도다. 쌀쌀할 때 재킷 위에다 입어도 되고 스웨터 입고 위에 입어도 되고 등등. 



원조는 이런 느낌이다.


이 옷의 특이점 중 하나는 면60, 나일론40중 면60에서 나온다. 즉 면은 오랫동안 입으면 낡고 바래가면서 경년 변화가 일어난다. 즉 개인화의 대상이 되어 옷의 주인과 함께 늙어가는 거다. 그런 결과를 통해 자신의 생활 패턴이 반영된 옷이 만들어진다. 이런 옷은 기본적으로 낡았다고 버리고 반짝이는 새 걸 사고 하는 옷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선 당연히 기본에 충실한 옷을 골라야 한다.


재밌는 점 중 하나는 유니클로의 경우 정확히 60/40으로 나온다. 제품 설명에도 마운틴 파카의 루트인 "60/40"을 사용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오리지널 아이템에서 뺄 건 빼고 남길 건 남기면서 패스트 패션 의류화 하는 게 유니클로의 일인데 60/40이야말로 마운틴 파카의 핵심이라고 파악했다는 게 유니클로라는 회사의 아메리칸 캐주얼에 대한 열망, 지식, 신념 같은 걸 느낄 수 있다. 옷감을 좀 더 얇게 만들고, 부속품을 인조 가죽을 쓰고, 안감이 좀 얄쌍해도 마운틴 파카라는 건 60/40이어야 하는 거다.


참고로 이번 시즌에는 나온 게 없어서 잠깐 검색을 해봤는데 스파오에서는 100% 나일론 제품이 나온 적있고, 에잇세컨즈는 저번 시즌에 58/42 구성의 제품을 내놓은 적이 있다. 물론 이런 것들이 기능성 자체의 측면에서는 더 좋을 수도 있다. 여튼 이런 사실을 가지고도 각 브랜드들이 뭘 생각하는지, 뭘 향하는 지 어림짐작을 해볼 수 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