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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플리스 노화의 두가지 다른 추세

by macrostar 2018.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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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아주 오래된 플리스가 있다. 플리스가 울 스웨터의 대체재가 될 수 있는가가 요 몇 년 간 관심사 중 하나였기 때문에(링크) 플리스의 노화 양상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아무튼 둘 다 노스페이스 제품인데 같은 플리스지만 약간 다른 제품이다.



위 두 개. 빨간 것과 초록 것.



이건 몰든 밀과 노스페이스가 함께 만든 Armadilla라는 플리스다. 위 사진은 약간 핑크톤인데 그냥 빨간 색. 보일러실 폭발로 몰든 밀이 불에 타버린 게 1995년이기 때문에 그 전에 나왔다고 가정할 수 있는데 아르마딜라 제품들은 미국과 일본에서 80년대 정도부터 나왔다.



보통 이런 라벨이 붙어 있다. DWR 코팅이 되어 있어서 방수가 되는 버전이다. 위는 미국 제품으로 미국 제조네. 일본 건 일본 제조. 아무튼 이 플리스는 털이 좀 있는 스타일로 싸구려 나일론 털 소파를 만지는 비슷한 기분이 드는 옷이다. 몰든 밀이 원래 인조 퍼 만들던 회사라 아르마딜라가 그런 느낌이 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참고로 이 전에 몰든 밀은 파타고니아와 신칠라를 만들었고 일본의 몽벨과도 초기 타입 플리스를 만들었다. 몽벨의 플리스는 CHAMEECE 등 자기네 상표 이름을 쓴다.


가지고 있는 건 일본 노스페이스 제품인데 중고가 보이길래 궁금해서 4, 5년 전 쯤 구입했다. 총길이가 짧고 품이 넓은 전형적인 미국옷이고 요새 패션 분위기로 보자면 여성들이 입기에 더 잘 어울리기는 한데 그냥 있으니까 열심히 입고 있다.


아무튼 이 옷은 올해 들어 털이 무지하게 빠지고 있다. 옷장에 넣어뒀다가 빼서 세탁을 몇 번 했는데 그게 문제를 일으켰나 싶다. 원래 빠지긴 했지만 작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아무튼 옷에 붙어 있으면 보이고 떼어 내고 나면 너무 작아서 어딨는지 찾기도 힘든 미세 먼지다. 이걸 계속 마시고 다니나... 싶은 생각에 찜찜하기도 하고 세탁하면 이게 무지하게 빠질텐데 바다 오염에 기여한다는 미세 플리스틱이 바로 이거구나 생각을 하게 된다. 버린다면 밀봉해서 버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이건 데날리 플리스인데 데날리가 아직 독립하지 못하고 이너 라이너로 등장했을 당시 버전이다. REPREVE라는 섬유로 만든 폴라텍 300 플리스를 사용했고 역시 DWR. 몰든 밀에 불이 나고 회사가 망한 다음 여기 팔려다니다가 2007년 Versa 캐피탈이라는 회사가 자산을 구입해 폴라텍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하지만 저번에 말했듯 데날리라는 옷은 1980년대 폴 피아나와 토드 스키너의 무슨 산 등정을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 즉 처음에는 폴라텍이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무튼 뭐 단독 제품으로 자리를 잡은 건 데날리 2부터인데 이건 이전 버전이지만 가끔 그냥 입고 다닌다.


이 옷은 노화 추세가 아르마딜라와 조금 다른 데 아주 많이 밟은 싸구려 카페트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즉 털이 복슬복슬하거나 한 부분은 없고 전반적으로 납작하게 뭉치고 있다. 이건 털은 별로 날리지 않지만 구김이 좀 있고 볼품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이 볼품이 없음은 원래 내피로 만든 걸 바깥에 입고 다녀서 나오는 볼품이 없음과 합쳐져서 수치가 배가된다. 물론 이것도 털이 빠지긴 하고 세탁을 하면 미세 플라스틱을 양산하긴 할텐데 숨을 쉬면서 페트병과 조상이 같은 빨간 나일론 털이 쉼없이 폐 속에 들어가고 있다는 기분은 덜하다.


참고로 유니클로 후리스의 경우 초반에 털이 좀 빠지다가(그래도 저 빨간 노페 정도는 아니다) 털 빠짐은 좀 잠잠해지면서 점점 납작해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게 변화하기 시작한다. 무게를 측정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건 착각일 수도 있다.


현 상태의 결론을 말하자면 플리스를 스웨터로 사용하는 건 괜찮은 데 울 스웨터만큼 오래 입을 수는 없는 거 같다. 참고로 새 걸로 구입해 입기 시작해 상당히 오래된 에스프리의 울 스웨터가 하나 있는데 뜯어진 부분을 기운 데가 있긴 하지만 이래도 되나 싶게 멀쩡하다. 그런데 이것도 보풀이 날리기는 한다. 그렇다면 이 울 보풀은 폐에 들어가면 플리스 털과 다른 작용을 할까? 저절로 녹을 리는 없을 거 같은데 그게 약간 궁금하다. 


털이 주는 시각적 만족감과 심리적 안정감이 분명 있긴 하지만(몽벨인가에 무슨 강아지 탈을 쓴 거 같은 느낌의 플리스가 있는데 만져보면 상당히 기분이 좋다) 일상복의 관리와 운용의 측면에서 보자면 가능한 털의 느낌이 없는 압축 플리스 쪽이 더 나은 거 같긴 하다. 그리고 밀도가 높은 좋은 플리스라면 안감으로 입었을 때 분명 더 따뜻하다. 빨간 버전을 몇 번 더 세탁해 보고 정 안되겠으면 포기하고 내년에는 데날리 2로 갈아타야 하나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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