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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필슨의 매키너 크루저와 텀블 드라이

by macrostar 2018.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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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슨의 대표적인 옷으로 크루저 재킷이라는 게 있다. 1900년대 초반에 등장한 작업복이다. 매키너 크루저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데 앞에 매키너는 울 원단 이름이다. 매키너 말고도 틴 크루저라고 왁스 코튼 버전을 팔고 있다. 


예전에는 종류가 더 많았는데 울이라고 해도 매키너 외에 휩코드, 워스트 서지, 서지 울 등등이 있었고 26온스, 18온스 등 두께도 다양했다. 또 크루저 재킷 말고도 자니맨, 크루저 셔츠, no 16 등등 생긴 모습도 여러가지가 있었다. 지금도 나오는 게 있고 사라진 게 있다. 서지 울 버전 크루저는 몇 년 전에 한정판으로 나온 적이 있다. 왜 그렇게 종류가 많았을까 하면 예전에는 카탈로그 기반으로 주문을 했기 때문에 아비꼬에서 카레 주문할 때처럼 주문서에다가 크루저 재킷, 온스, 컬러, 무늬, 휩코트 체크하고 뭐 그런 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렇게 생긴 옷이다. 플래드 패턴이 가장 자주 보이기는 하지만 단색도 좋다. 



뒷면은 이렇게 생겼다. 게임 포켓 혹은 맵 포켓이라고 부르는 커다란 주머니가 등 아래에 있다. 이 등 주머니를 필슨을 비롯해 시에라 디자인스 등등에서 상징처럼 수많은 제품 뒤에 붙여 놓고 있지만 이제와서 별로 쓸 데는 없다. 물론 없으면 허전할 거다.


아무튼 위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옷은 안감이 없다. 휩코드나 서지 울 버전 뿐만 아니라 틴 크루저도 마찬가지다. 가끔 안감으로 폴리에스테르나 퀼팅이 붙어 있는 버전이 있기도 하지만 기본은 없다. 울 버전의 경우 100% 울인데 설명에 의하면 옷 무게의 30% 정도까지 물을 흡수할 수 있다. 


즉 장대비야 어쩔 수 없겠지만 나무를 자르러 숲 속에 들어갔을 때(원래 목수용 옷으로 나왔다) 비인 듯 아닌 듯 그 습기찬 환경에서 입기 좋게 만들어진 거다. 울은 생각보다 탄탄해 방풍 기능도 나름 있다. 울이 젖었다가 마르면 줄어들거나 할 수 있기도 하고 또 다른 작업복 위에 걸쳐 입는 용도기 때문이기도 하다. 버버리의 개버딘 코트나 고어텍스 쉘이 왜 탈착식 내피를 선택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된다. 같은 원리다. 물론 매키너 울로 만들어 내는 기능성이라는 건 게임 포켓과 마찬가지로 이제와서 별로 쓸모는 없다. 비를 맞을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필슨의 매키너가 아니라 싸구려 윈드브레이커를 들고 가는 게 훨씬 낫다. 애초에 야외에서 일을 할 예정이면 필슨의 크루저나 바버의 왁시드 재킷 같은 건 입지 않는 게 당연한 생각이다.


이런 옷인데 이건 옛날 미국 옷이라 동양인의 체형과는 잘 맞지 않는다. 34사이즈, XS를 사도 품이 크고 어깨가 넓다. 기본적으로 어깨와 몸통 굵기 사이의 비율이 미국인들 몸에 맞춰져 있다. 시애틀 핏이라는 슬림핏이 나왔지만 그것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그런데 위에서 말했듯 이건 안감이 없는 100% 울이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일본 사이트를 보면 이걸 물에 세탁한 다음 고온 건조기에 돌려봤다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여기(링크)를 참고해 보면 된다. 사실 청바지도 세탁한 다음 바싹 말라 단단한 모습을 보면 실로 기계의 견고한 느낌이 난다. 이걸 입을 수 있는 건가 싶지만 바싹 말라 굳은 옷의 모습은 가장 멋진 모습 중 하나다. 이걸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뭐든 이렇게 고온 건조기에 돌려댄다. 면 100%와 울 100% 같은 게 효과가 확실하다.


방법은 간단한데 세탁기에 세제 없이 물 세탁만 한다. 그렇게 젖은 옷을 대형 건조기가 있는 코인 빨래방 같은 데서 건조시킨다. 그러면 옷이 촘촘해지고 줄어든다. 실행한 사람들 이야기를 보면 어깨 폭, 품, 길이, 팔 두께 등이 대략 3cm 정도씩 줄어든다고 한다. 그렇게 줄어들면 몸에도 더 잘 맞는다. 게다가 이 옷은 기본적으로 울 덩어리인지라 약간 뻣뻣한 감이 있는데 더 부드러워 진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이렇게 워싱 매키너를 파는 업체들도 등장했다. 위 제목을 보면 아메리카 제 무료 배송 필슨 워싱 싱글 매키너라고 적혀 있다. 몇 년 전에는 워싱 버전 판매하는 곳이 꽤 많았는데 요새는 좀 줄어들었다. 핏한 옷 유행이 지나고 옷이 점점 커지는 것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뭐 이런 시도를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옷으로 이것저것 해보시라는 뜻에서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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