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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로고와 샘플링의 패션 대퍼 댄, 그리고 구찌의 크루즈

by macrostar 2017.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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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이야기한 힙합 패션에 관한 영화 프레시 드레스드(링크)를 보면 대퍼 댄(Dapper Dan)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저거 아니더라도 힙합 패션에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들어봤을 만한 이름으로 여러모로 화제가 되었던 뭐 전설이 아닌 레전드... 같은 사람이다.


여튼 할렘을 중심으로 힙합 스타들이 마구 배출되기 시작했고, 돈이 왕창 생기는 이들이 있고, 그러면서 고급 제품에 대한 수요도 폭증한다. 하여간 화려하고 요란하고 거기에 실크, 퍼, 가죽, 금목걸이 뭐 이런 식이었는데 프레시 드레스드를 보면 알겠지만 그때도 구찌 같은 유럽산 고급 브랜드가 인기가 많았다. 


대퍼 댄은 할렘 출생으로 1983년에 샵을 오픈했다. 비스포크 가먼트 샵이었는데 저런 취향에 부합할 만한 화려한 옷을 만들어 판매했다. 그런데 그가 주목한 건 바로 브랜드의 로고였다.


그러니까 이런 식이다.



이렇게 당시 힙합 뮤지션들이 원하던 것들 위에 누구나 봐도 알 수 있는 루이 비통, 구찌, MCM 등의 로고를 사용해 덮어 버렸다. 처음 주목했던 건 디올이었고(당시 디올의 모자가 인기가 많았다고) 그 다음은 피에르 가르댕이었다고 한다(링크). 프레시 드레스드를 보면 저게 바로 샘플링! 힙합!이라는 말을 누가 하는데 뭐 그럴 듯 한 이야기다. 


하지만 패션 브랜드가 샘플링 용 원단을 판매하고 있는 게 아니므로 물론 저런 게 계속될 수는 없다. 결국 90년대 들어 구찌, 루이 비통, 펜디 등등이 소송에 들어가기 시작하자 1992년 문을 닫게 되었다. 하지만 대퍼 댄은 여전히 이것저것 하며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는 있다(링크).


재밌는 건 이 옷이다.



왼쪽은 루이 비통의 프린트에 퍼를 결합한 80년대 대퍼 댄의 옷이다. 오른쪽은 이번 구찌 크루즈 쇼에 등장한 옷이다(링크). 보다시피 기본적인 발상이 같다. 특히 왼쪽 옷은 대퍼 댄 옷을 안다면 왠만하면 봤을 유명한 옷이다. 즉 알레산드로 미켈레도 그걸 모를리가 없다. 즉 우연 같은 것 일리가 애초에 없고 일부러 내놓은 옷이다. 


그러므로 이런 식으로 루이 비통의 로고를 무단 샘플링해 "창조"해 냈던 옷은 다시 30년 만에 이렇게 구찌의 프린트로 "재창조"가 되어 캣워크 위에 올라서게 되었다. 뭐 (법적으로 무슨 일이 생길 지는 잘 모르겠지만) 즐거운 패션 세상이 보여줄 수 있는 재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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