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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밑단 폭은 역시 8mm가 좋다

by macrostar 2016.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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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체인 스티치에 대한 이야기(링크)와 연결되고 좀 더 크게는 즐거운 옷 이야기(링크)와 연결되니 함께 읽으면 좋을 거 같다. 자기를 멋져 보이게 하는 옷, 마음에 드는 옷도 중요하지만 자기가 입고 있는 옷에 대한 디테일한 관심과 취향은 즐거운 패션 라이프의 중요한 한 축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즉 음식마다 먹는 법이 다르듯 옷마다 즐거움을 느끼는 방식도 다른 법이다. 


이렇게 디테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신경 안 쓰던 곳에 신경을 쓰게 되고 뭔가 취향이 만들어지는 선순환(이랄까 쓸데 없는 걸 알게 되는 악순환 이랄까)이 있지 않을까. 또한 취향은 기준점이 되고 이후에는 베리에이션을 즐기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옷에 대한 애정은 특히 청바지나 빈티지 레플리카 류처럼 오래 입어도 괜찮은 옷의 수명을 늘리는 일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다. 최근 들어 너무 소소한 이야기만 하는 거 같아 대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계속 붙이게 된다. 



저번에 체인 스티치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고 그걸 모르면 몰라도 알고 나면 없으면 허전하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청바지 밑단에는 이 스티치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이에 수반되는 간격의 문제가 있다. 보통 레플리카 류의 밑단 체인 스티치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유니온 스페셜 43200G 재봉틀은 25mm인가까지 폭을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러므로 대략 5mm정도부터 25mm정도까지 미묘한 느낌의 차이가 존재한다. 뭐 이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여러가지 실험을 해봤겠지만 보통 사용하는 폭은 8mm 혹은 10mm다. 이보다 좁으면 뭔가 이상하고, 이보다 넓으면 뭔가 허전하다. 


그러므로 둘 중 하나인데(전문적으로 밑단 스티칭을 해주는 곳을 보면 이 두 옵션 중 선택하게 되어있는 곳들이 많다) 2mm차이라는 건 정말 미묘하긴 한데 이런 게 대부분 그렇듯 신경 쓰기 시작하면 눈에 걸리게 되는 법이다. 여튼 선호하는 건 8mm이다. 8mm 뷰에 익숙해 지면 10mm는 어딘가 둔해 보인다... 실로 딱 맞는 폭이다.



8mm(위)와 10mm(아래)의 미묘한 차이. 아래는 유니클로인데 이 쪽은 10mm다. 이것 저것 신경을 쓰고 있지만 10mm는 확실히 둔해 보이고 밑단 로핑 이펙트도 역시 좀 별로다. 위도 페이딩을 목적으로 "육성"한 건 아니라 시원찮긴 하지만.


사실 이 길이만 문제가 아니라 저 부분의 두께라는 문제도 존재한다. 이건 측정이 좀 어려운데 너무 얇지도 않고 너무 두껍지도 않지만 존재감이 있는 게 좋다. 말은 복잡하게 하지만 신경 좀 써서 만드는 레플리카 업체라면 대부분 이 정도는 맞춰서 내고 있다. 또한 실의 두께와 컬러도 중요한 요소다. 


대략적으로 인심을 따라 내려가는 일반용 스티치 실과 같은 컬러, 같은 두께를 쓰는 게 밑단에서 어색하게 튀지 않는 거 같다. 이런 문제 때문에 밑단 스티치 용 실을 함께 주는 청바지들도 있다. 아주 예전에 리바이스에서 뭔가 샀을 때 그런 실을 받고 꽤 놀란 적 있는데 괜히 주는 게 아니다.


두께의 문제는 다른 곳에서도 문제가 좀 되는 데 바로 주머니의 입구다.



즉 주머니에 손을 넣을 때 입구에서 존재감이 느껴지는 게 역시 좋다. 특히 이  부분은 이 옷이 튼튼하다는 인상을 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리고 최근 리바이스의 체인 스티치는 초기에 꽤나 딱딱한 감이 있어서 까칠까칠한데 그것도 좀 좋다. 이게 쓸 수록 실이 뭉툭해지며 오돌토돌한 게 사라지는 경년 변화가 생기는 데 이것도 나름 매력이 있다. 


혹시나 기회가 있다면 47과 66을 기반으로 슬러비하고 솜털도 많고 살짝 뻣뻣한 13.75온스 데님, 알맞게 두꺼운 두 가지 컬러의 실, 또한 알맞게 두꺼운 포켓 오프닝, 균형감 있는 코인 포켓, 반짝이는 철제 버튼, 헤링본으로 된 주머니, 얇은 가죽 패치 등등의 디테일을 가진 청바지를 한 번 만들어보고 싶지만 혼자 엄청 좋아하고 괜히 비싸고 별로 팔리진 않겠지... 그러므로 그 때까지는 이 방면으로 거의 모든 취향이 나와 비슷한 누군가가 이 비슷한 걸 만들고 있지 않을까 하며 찾아다니는 여정은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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