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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Denime SHINS시절 66모델의 매력

by macrostar 2016.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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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사이드바 아래 My Link에 HIDDEN RIVET이라는 텀블러 사이트를 추가했다. 예전에 운영하던 러버라이즈...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올릴 게 별로 없어서(퍼옴 중심으로 운영했더니 그저 평범한 야한 러버라이즈 페티시 텀블러가 되어 버렸다...) 히든 리벳이라는 이름으로 개편했다. 그래서 청바지, 헤비 듀티 캐주얼, 경년 변화 같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올리려고 했는데 제목도 쓸 수 없고 뭔가 귀찮아져서 거기엔 심심할 때 사진이나 올리고 역시 그냥 여기에 모는 게 낫겠다... 싶어서 올려 본다. 


Denime(이하 드님)은 여기(링크)에도 잠깐 업급되어 있는 하야시 요시유키가 만든 브랜드다. 이 분은 최근 레졸루트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고, 한국에도 취급점이 있기 때문에 행사 차원에서 가끔 방문하는 거 같다. 


간단히 배경 설명을 해보자면 일본에서 1990년 정도에 레플리카 청바지를 내놓기 시작한 대표 브랜드 다섯 개를 오사카 파이브라고 하는데 스튜디오 다티산(Studio D'artisan), 드님(Denime), 에비수(Evisu), 풀 카운트(Full Count), 웨어하우스(Warehouse)다. 초창기 신을 이끌었긴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자면 얘네만 좋은 레플리카를 내놓는 건 물론 아니다. 하지만 빈티지 계열은 똑같은 걸 계속 똑같게 만들기 때문에 역사가 또 쌓이면(벌써 30여 년 이다) 나름의 노하우와 트래디션이 생기기 마련이다. 즉 자기 네가 예전에 내놓았던 걸 다시 복각 발매할 수 있는, 말하자면 응용의 응용 버전을 다시 응용한 제품을 내놓을 레벨은 된다.


그리고 드님은 몇 번의 부침을 겪었는데 모회사가 오리존티 - SHINS - 나일론으로 바뀌었다. 마지막 나일론에 오면서(나일론은 더 리얼 맥코이의 창립자인 츠지모토 히토시의 회사다) 하야시 요시유키는 드님에서 손을 뗐고 레졸루트를 만들었다. 리얼 맥코이라니 드님보다 옷을 더 잘 만들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나일론의 드님은 여러 마이너 체인지로 기존 고객들의 발을 끊게 만들었고 문제를 깨닫고 다시 예전 풍으로 이것 저것 내놓고는 있지만 이제는 마니악한 레플리카 회사라기 보다는 평범한 의류 브랜드의 느낌이 더 강한 게 사실이다. 


물론 66이나 XX 같은 유명 모델은 여전히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현 시점에서 드님의 66과 비슷한 실루엣인 레졸루트의 710을 비교해 보자면 역시 710 쪽이... 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개인적으로는 레졸루트의 그 단순한 패치도, 그 폰트도, 허리 안쪽에 빨간 딱지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드님의 역사를 보면 역시 잘 나갔던 때는 오리존티 시절과 SHINS 시절까지다. 한때는 정말 잘 팔려서 매장에 가봐야 재고는 하나도 없는 경우가 많았고, 뭔가 들어오는 날이면 소식을 듣고 오픈 전부터 길게 줄을 서 있다가 자기 사이즈 66이나 XX는 몽땅 다 사가버리는 식의 소비 패턴도 자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가만히 보면 드님의 팬들은 한 가지를 계속 사는 경우가 좀 많이 보여서 다섯 번 째 66이니 하는 리뷰도 많다. 한때 꽤나 많이 팔렸던 모델이라 그런지 재고도 많고 중고도 많은데 데드스탁 등 상태 좋은 것들은 역시 비싸고 금방 사라진다. 


이런 브랜드인데... 사실 가지고 있던 청바지들은 가죽 패치에 히든 리벳을 고집하던 시절에 구입한 빈티지 풍 레귤러 스트레이트 일색이라 대부분 뻣뻣한 느낌의 데님을 사용한 제품이 많았다. 그러다가 몇 가지 계기로 부드러운 데님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언더 사이즈를 골라 늘려 입는 재미를 좀 알게 되었고 이런 식이라면 역시 66을 입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던 중 상태가 꽤 좋은 드님의 SHINS 시절 66 모델이 상당히 저렴하게(유니클로 셀비지 할인가보다 낮다) 중고 매장에 올라와 있는 걸 구입했다(모님이 사줘서 리뷰로 보답함... 좀 복잡한 중간 과정이 있는데 여튼 감사).


개인적으로 1108XX나 66XX처럼 기존 모델에 XX 붙여서 헤비 온스로 만들어 놓는 모델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옷을 검색해 보면 확실히 그냥 66보다는 66XX가 인기가 많은 거 같다. 아마도 페이딩의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두꺼운 종류가 페이딩이 잘 잡힌다. XX 모델은 원단 뿐만 아니라 디테일에서도 여러 차이가 있다. 그리고 내가 구입한 제품은 이 전 주인이 대체 뭘 하려고 했는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일본인들은 대부분 원워시 후 수축이 되면 일단 밑단을 맞추는 데 그런 것도 없이 그냥 원래 길이다. 그저 세탁기에만 열심히 돌린 듯 어떤 종류의 페이드도 거의 없고 닳은 자국도 없이 그냥 리지드에서 파란색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입은 것도 아니고 안 입은 것도 아닌 상태라 대체 뭔지 좀 궁금하다.


사진을 어떻게 찍어도 잘 안 나오길래 그냥 요새 파는 66이다. SHINS 시절까지는 뒷 주머니에 DENIME이라고 적힌 레드 탭이 붙어 있었는데 요새 모델에는 없다. 정가가 세전 15,000엔으로 세전 12,800엔인 슈가 케인의 1947과 함께 2만엔 대 이하 빈티지 셀비지 계에서 탄탄히 자리매김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특히 두 제품은 특성이 완전히 반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다르기 때문에 디테일을 즐기는 점에서도, 페이딩을 즐기는 점에서도 브랜드 별 차이를 매우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둘 다 입어보면 셀비지 데님, 레플리카 청바지를 왜 찾아 입는지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쨌든 간단히 드님 66의 특징을 말하자면 슬림한 스트레이트고 히든 리벳이 없는 바택 모델이다. 그리고 뭐... 이런 저런 디테일이 있는데 그런 건 들춰보는 재미로 남겨두고... 참고로 원형이 된 리바이스의 66 후기(전기인가?) 모델과는 꽤 다르고 바택과 종이 탭 말고는 사실 별로 관계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하야시 요시유키라는 분의 기본적인 신념이 청바지란 디테일 X 구조 X고 페이딩과 낡음을 즐기는 세계! 라는 분이라 그런 건 그냥 대충 처리한 듯한 분위기다. 


사실 오리존티 - SHINS 시절의 드님은 봉제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고, 특히 버튼 홀도 잘 만들 줄 몰랐던 게 아닐까 싶은게 쉽게 망가지는 걸로 유명해서 보통은 고쳐가면서 사용한다(레졸루트 710과 이 점이 가장 다르다, 그쪽은 그냥 봐도 훨씬 잘 만들어져 있음). 결정적으로 바지가 통으로 돌아가 있다. 빈티지 리바이스가 원래 수축율 차이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것도 다들 복제하긴 하는데.. 이건 그냥 다 돌아가 있다. 특징이 다름. 이 점에 대해 여기에서 잠깐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링크) 처음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역시 아니다. 그냥 뭐... 훌륭한 데님 원단을 만든 다음 정작 바지는 대충 만든 거다. 그런 게 저렴하게 대량 생산한 작업복의 특징!이라고 말하면 할 말은 없다.


단점을 잔뜩 말했으니 장점을 말하자면 우선 흔히 요철 데님이라고 부르는 원단이다. 이게 그 모든 걸 뛰어넘는 엄청난 장점이다. 이 데님은 꽤나 울퉁불퉁해서 입체감이 느껴지는 데 그럼에도 매우 부드럽다. 당연하지만 오사카 파이브의 나머지 브랜드나 또 요새 유명한 다른 브랜드들과는 매우 다르다. 물론 리바이스하고도 다르다. 이 개성이 너무나 두드러져서 촉감, 질감 모든 면에서 이후 다른 걸 접하면 어딘가 심심하다. 드님을 몇 벌 씩 구입해 계속 입는 건 이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소재와 뿌옇고 조악한 버튼, 무뚝뚝하고 어딘가 우중충한 리벳도 꽤 잘 어울리고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면 어설픈 봉제와도 꽤 잘 어울린다. 


즉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성이 있는데 그건 슈가 케인의 살짝 날이 선듯한 차가움이나 웨어하우스의 포근함 같은 것과는 다른 묘한 정겨움이다. 지금 뭔가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 같은데 여튼 이게 바로 SHINS 시절 드님 66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회가 닿는 다면 꼭 한 번 입어보세요. 모델 번호가 적혀 있지 않거나 아무 말이나 찍혀 있기 때문에(로트 번호를 매장에서 아무 거나 찍을 수 있었다. 역시 이상한 회사다, 요즘 나오는 모델에는 66이라고 제대로 찍혀 있다) 중고 제품을 사려면 특징을 좀 알아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 디테일 상 특징이 그다지 복잡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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