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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청바지는 안 빠는 게 맞는 건가 2 - 셀비지 응용

by macrostar 2016.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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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레졸루트(Resolute)의 하야시 요시유키 식 청바지 운영 관리 방법을 중심으로 한다. 이 분이 언제나 주장하는 바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1) 청바지의 선택 - 레귤러 타입이라면 버튼을 겨우 잠글 수 있는 정도


2) 루틴 - 물이 빠진 경향에 따라 짙은 색 - 약간 짙은 색 - 밝은 색 - 아주 밝은 색 이렇게 4개 정도를 돌린다. 밝은 색이 수명을 다 한 거 같으면 선발에서 빼고 로 데님을 새로 구입해 집어 넣으면 계속 유지된다.


3) 청바지 초기 수선 - 길이는 맨발로 입었을 때 바닥에서 10cm 정도 위. 접고 다닐 거면 접힌 채가 기준이다.


4) 청바지 관리 - 계속 세탁한다, 건조기에 돌린다. 아니면 뒤집어 햇빛에 말린다. 벌집이니 고양이 수염이니 하는 페이딩 따위, 청바지인데 깨끗하게만 아무렇게나 입자.



개인적인 경험에 따른 약간의 이론을 이야기하자면


1)의 경우 요새 들어 저 정도는 너무 힘들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버튼이 잠기는 정도가 괜찮은 거 같다. 그러므로 아무래도 정사이즈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1을 넘지 않는 정도가 적당하다. 아주 넓어서 허벅지 부분이 펄럭펄럭한 걸 즐기는 취향이 아닌 이상 정 사이즈 혹은 -1 사이즈까지다.


2) 저런 식으로 컬러별로 루틴을 돌릴 수도 있지만 굵은 것 / 가는 것 중심으로 돌릴 수도 있다. 여름용 굵은 / 가는, 그외 계절 커버 가능한 굵은 / 가는. 페이딩도 일상 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상태에서 4개까지는 좀 무리고 일주일에 한 번 세탁도 무척 큰 일이 된다. 수명을 10으로 봤을 때(로 10, 완전 하얀 0) 하나는 10->5로, 또 하나는 5->0으로 진행 중인 게 괜찮을 거 같다. 전자가 10에서 5가 되었을 때 바로 뒤로 넘길 수도 있고 좀 휴식기를 두면서 다른 청바지를 경험해 보는 것도 괜찮다.


3) 아래에 나와 있는 롤 업 안 한 하야시의 청바지가 밑에서 10cm 정도인 모습이다. 드님의 66을 하나 가지고 있어서 딱 저렇게 해봤는데 저게 여름엔 괜찮은데 한국의 겨울엔 무리다. 그러므로 다 폈을 때 발등에 닿을 정도로 밑단을 올려 놓고 겨울엔 한 번 접고 여름엔 두 번 접는 정도가 너무 무리하지 않는 청바지 라이프에 적당하다. 롤 업을 싫어하는 경우 두 가지 버전을 장만해 두는 게 낫다.



예전에 이야기했듯 미국 쪽 매니아들은 페이딩 관리에 관심을 두는 경우가 많다. 네이키드 앤 페이머스나 누디 진 같은 브랜드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업체들은 대부분 가능한 세탁하지 말고 페이딩을 만들자! 그게 비싼 셀비지 청바지를 샀으면 해야 할 일이고 잠재된 멋을 끌어내는 방법이라고 권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 쪽은 소위 "상쾌한 블루"를 지향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페이딩에 주력하는 매니아들이 있긴 하겠지만 레플리카 문화가 오사카의 구제 빈티지 시장에서 시작되었고 그때 마주친 구제 리바이스란 대부분 페이딩이고 뭐고 거의 바랜 지경에 이르는 바지가 많은 법 이라 거기에 익숙하다. 또한 더러우면 좀 그렇지 않나...도 있을 거 같다. 1년, 2년 된 청바지 페이딩 리뷰를 보면 2, 3회 입고 세탁하는 경우가 많고 1회 입으면 반드시 세탁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즉 네페진의 안내문처럼 냄새가 너무 나서 주변에 사람이 다 사라지는 게 청바지 매니아의 길! 따위는 받아들이기가 좀 힘들다.


물론 환경 등의 요인도 있을 거 같은데 요새 부각되는 타이, 대만, 싱가폴 쪽의 페이딩을 보면 거기 날씨가 워낙 습하고 더운 탓에 청바지 물 빠지는 데 최적이고 그래서인지 미국 취향의 페이딩이 만들어진 바지들이 꽤 많다. 14온스 데님 재킷을 여름에도 계속 입어서 이런 모양이 되었어!라고 자랑하는 경우도 봤다... 어떻게 입냐... 헤비 온스도 유행이고 최근의 일본 레플리카가 물이 확확 빠져서 예전에는 몇 년 걸릴 페이딩이 금방 만들어지는 추세라 이왕 만들어지는 거 보고 지나가자는 케이스가 많지 않나 싶다. 


이런 경향들이 있고 나 역시 페이딩을 만들어 볼까 생각도 해봤는데 역시 좀 귀찮고 힘들다... 더러운 것도 짜증나고 결정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진 모습이 별로 예쁘지도 않다. 게다가 통계에서 봤는데 무슨 균인가가 잔뜩 있는데 햇빛에 24시간 정도 말리고 나니 0으로 완전히 사라진다. 살균한다고 얼리는 사람도 있는데 녹으면 다시 살아나서 소용없다고 한다. 햇빛이 최고다!


 


결론은 깨끗한 게 좋고 상쾌한 블루라니 말만 들어도 즐겁잖아. 그래서 실험용으로 하나(링크)를 세탁 안하고 버텨보다가 결국 얼마 전에 세탁했고(하지만 못 입게 되었다.. 입을 수 있겠지만 힘들다 - 링크) 보통은 2, 3개 정도를 돌리면서 겨울엔 2주, 여름엔 1주에 한 번 세탁하고 있다. 매번 세탁하는 걸 해보고 싶지만 집에 너무 늦게 들어가고 메인을 4개나 꾸준히 장만하기도 힘들고 ㅜㅜ



여기서 부터 본론 : 얼마 전 명동을 돌아다니는데 셀비지 데님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꽤 봤다. 다시 유행인가! 싶어서 유행에 편승하고자 다시 셀비지 청바지 세탁과 관련된 이야기를 올려 본다. 사실 빨면 안된다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얼마 전에 쓴 적 있기 때문에(링크) 이번에는 그 반대되는 이야기로 열심히 빨아입자!가 되겠다.


보통 셀비지 데님을 입는 경우 벌집 무늬, 고양이 수염, 스택 등(맨 아래 그림 참조) 페이딩을 좋아하기 때문에 빨아입으면 안되!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고 그 중심에 네이키드 앤 페이머스나 아페쎄 같은 브랜드가 있다.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 예전에 드님(Denime)을 만들었고 2010년인가 부터 레졸루트(Resolute)라는 청바지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하야시 요시유키다. 이 분은 레졸루트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일종의 청바지 전도사를 자임해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 매력인 이런 것 등을 방송이나 글로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VAN의 이시즈 켄스케도 그랬지만 누군가 이렇게 떠들어 주는 게 좋고 그래서 그걸 따라해 보는 사람이 생기면 더 좋은 법이다.


드님은 66모델, XX모델이 인기가 많았는데 그 유산을 레졸루트 710같은 모델이 이어받았고 찾아보면 한국에서도 나름 인기가 있다.



이 분임.


어쨌든 이 분의 주장은 청바지는 작업복, 청바지 따위, 열심히 빨아입자! 되겠다. 미국은 세탁의 나라 세탁기에 뱅뱅 돌리고 고온 건조기에도 뱅뱅 돌리고! 특히 건조기에 돌리면 이상한 주름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어때! 청바지인데... 예컨대 원래 그런 옷이야 라는 스타일이다.


그 이유는 원래 그런 옷이야도 있지만 세탁을 안하면 세균이 증식하고 실이 꽤 약해진다. 그러므로 사실 열심히 세탁하는 게 청바지의 수명을 더 길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열심히 세탁하며 입으면 벌집 무늬, 고양이 수염 등 꽤나 구질구질해 보이는 무늬는 잘 안나오겠지만 대신 셀비지 청바지 페이딩의 대표적이 특징 중 하나인 양사이드의 바퀴 자국같은 3선 무늬는 더욱 선명하게 나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무엇보다 좋은 점은...


세탁을 잘 안하고 페이딩을 하면 저렇게 노르스름해진다. 빈티지 데님 특유의 저 세균(?)같은 색깔... 저거 너무 싫어 하는데 그걸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선 열심히 세탁하는 게 좋다.



이런 이야기를 한 김에 트위터에도 올린 청바지 컷에 대한 하야시 요시유키의 주장을 이야기해 보자면 맨 위 사진을 봐도 알 수 있는데 신발 안 신고 맨발로 입고 바닥에서 4인치(10cm 정도) + 사이즈는 원워시 상태에서 맨 위 단추가 겨우 잠길 정도의 사이즈다. 그리고 벨트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보통 유니클로 면바지 정사이즈에서 -1 하면 된다. 그보다 더 작으면 페이딩은 좀 나올 지 몰라도 바지 바깥 쪽 실들이 압력을 너무 받아서 약해질 수가 있다. 


겨울의 헤비 온스는 이런 식으로 하기가 좀 그런데 66모델처럼 슬림한 테이퍼드 라인의 청바지의 경우 이런 식으로 해 놓으면 봄여름가을 꽤 즐겁게 입을 수 있다. 



정교한 초기 세팅...




여기서 약간 응용해 롤업을 안해도 운동화에 닿지 않을 정도 컷이 괜찮은 거 같고 롤업은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까지 귀찮게 이것저것 따지는 것도 좀 그런데 여튼 가능한 스택 무늬는 안 나오는 걸 선호하는 데 저렇게 되면 밑단이 너무 빨리 낡기 때문이다. 찢어지고 구멍나는 곳 없이 곱게 낡아가자...가 열심 세탁을 중심으로 한 청바지 관리의 핵심 목표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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