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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패션 디자이너와 케이팝 아이돌

by macrostar 2015.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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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팟캐스트 녹음 소식을 전했었는데(링크) 거기서 말했던 내용에 대해 생각나는 게 있어서 붙여본다. 이야기에서 패션 산업의 현재 모습에 대해 한국에서 케이팝 아이돌을 내놓는 연예 기획사와 비교해서 말한 부분이 꽤 많다. 아무래도 패션에 대해 잘은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방송이라 그나마 알기 쉽지 않을까 생각해서 그렇게 말하긴 했는데, 사실 비슷한 부분이 꽤 많고 점점 더 비슷해 지고 있다. 


우선 전반적인 측면에서 대형 기획사, 패션의 경우 대형 회사 체제로 나아가고 있다. 예전에는 예컨대 노래 잘하고 춤 잘추는 재능만 가지고도 충분히 해나갈 수가 있었는데 요즘 그렇게는 결코 쉽지가 않다. 대형 회사에서는 보다 정밀하게 이미지를 만들고 마케팅을 한다. 패션도 마찬가지로 커다란 회사가 여러 브랜드를 지니고 시장의 변화에 맞춰 알맞게 대응을 한다. 


이런 산업의 측면도 그렇지만 개개인을 봐도 비슷하다. 물론 패션은 배움의 시간이 훨씬 길기 때문에 데뷔 타이밍이 더 늦다. 요즘 디자이너의 전형적인 성장 코스 중 하나로 크리스토퍼 케인의 예를 들어보자. 


1982년 스코틀랜드 출생

테일러 하이스쿨을 나와 세인트 마틴에 들어감

대학 재학 중 러셀 사가, 질스 디콘 등에서 일함

2005년 랑콤 컬러 어워드 수상. 이때 도나텔라 베르사체의 눈에 띔

2006년 졸업 컬렉션으로 해로즈 디자인 어워드 수상

졸업하자 마자 바로 도나텔라 베르사체가 데려감 - 아틀리에 쿠튀르 컬렉션에서 일함


2006년 프로 데뷔 이후

동생 타미 케인(텍스타일 디자인을 전공)과 함께 자기 레이블 런칭

2006년 스코티시 패션 어워드에서 영 디자이너 오브 더 이어 수상

같은 해 탑샵과 캡슐 컬렉션 런칭

카일리 미노그 의상 제작, 베스 디토와 콜라보, 아틀리에 스왈로브스키에서 일함 등등 여러가지 함. 

베르사체에는 계속 적을 두고 있음.

2007년 브리티시 패션 어워드에서 올해의 신인 디자이너 수상

스코틀랜드의 VisitScotland 홍보 대사 같은 것도 함

2009년 6번째 컬렉션을 선보이고 베르사체와 콜라보로 캡슐 컬렉션 VERSUS 출시


2013년 케링이 크리스토퍼 케인 라벨의 주식 51% 인수

같은 해 브리티시 패션 어워드에서 올해의 여성복 디자이너 수상



위 사진은 2012년 크리스토퍼 케인의 마지막 VERSUS 패션쇼



대충 이렇다. VERSUS는 캡슐 컬렉션이었는데 인기가 좋아서 6시즌이 나오고 2012년 크리스토퍼 케인이 그만둔다. 그리고 2013년에 JW 앤더슨이 이어 받는데 그도 탑샵과의 콜라보를 거쳤고 비슷하게 여러가지 하며 올라가고 있다. 


여튼 위를 보면 알겠지만 프로필이 꽤 화려한 데 물론 이 정도는 되야 케링 같은 데서 회사를 인수하든지 디자이너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들어간다. 여튼 2006년 데뷔를 전후로 해서 2009년 까지는 도나텔라 베르사체의 후원이 큰 힘이 되었다. 2013년 케링이 인수하면서 이제 다른 노선을 타고 올라가게 되었다.


능력이 세간에 회자되고, 후원자의 케어를 받다가(이 시점에 연습생에서 데뷔 후로 갈린다), 대형 회사 안으로 들어간다. 디오르와 이브 생 로랑의 시대였다면 케링은 등장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지금은 그게 중요해졌다. 케링이 이제 보다 정밀하게 이미지를 만들어 내며(같은 회사 소속인 보테가-구찌-발렌시아가-맥퀸-스텔라 매카트니 사이에서 포지셔닝을 갈라야 한다) 시장에서 자리를 잡게 될거다.


가만히 보면 미술 쪽에서 아티스트가 성장하는 과정과 대형 회사 연습생이 탑스타로 성장하는 과정을 합쳐 놓은 듯한 모습이다. 이 산업이 두가지 측면을 다 가지고 있긴 한데 어쨌든 이건 장사가 본질이고 그 측면이 더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전자가 후자로 가는 기반이 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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