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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서 표절의 문제, 윤은혜와 아르케

by macrostar 2015.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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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은 유난히 패션계와 그 언저리에서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맥심은 패션지라고 하기는 그렇고 피쳐지에 가깝지만 여튼 패션 화보를 싣고 있는 잡지고 그게 문제를 일으킨 거니(링크) 언저리 정도라고는 할 수 있겠다. 


패션에서 표절 문제는 아주 오랫동안 세계 각국에서 나오고 있는 문제다. 이 블로그에 적은 것만 봐도 에잇세컨즈가 처음 런칭했을 때 중소기업인 코벨의 양말 표절 문제가 있었고(링크), 같은 링크에 나오는 솔리드 옴므와 지크 파렌하이트의 문제도 있었다. 좀 크게는 이브 생 로랑과 루부탱이 빨간 바닥을 두고 법적인 다툼이 있었고(링크), 최근에는 VMA에 마일리 사이러스가 입고 나온 의상을 두고 호주 브랜드 DU에서 자사 옷 표절 의혹을 제기했었다(링크). 아주 예전에는 컬렉션에서 캘빈 클라인이 아르마니 옷을 너무 배낀다는 의혹이 한참 돌았던 적도 있다.



이번 사건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배우 윤은혜가 중국에서 방영중인 디자이너 서바이벌 방송 "여신의 패션"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중인데 여기서 나니아 연대기를 테마로 한 의상을 제작했다. 이게 1위를 했는데 이 옷에 대해서 아르케의 윤춘호 디자이너가 SNS를 통해 표절 의혹과 불만을 제기했다. 이게 9월 4일 일인데 이틀 후 6일 윤은혜 쪽 소속사에서 이 문제에 대해 전면 부인하면서 보도 자료를 냈다.


 

일단 옷은 이렇다. 왼쪽이 윤은혜가 디자인한 옷이고 오른쪽 장윤주가 입고 있는 게 아르케의 옷이다. 2015 FW 컬렉션에 나왔던 옷이다.


표절은 법적인 문제이므로 섣부르게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의혹은 제기할 수 있고 해명을 하면 된다. 이번에 윤춘호 디자이너 "조금 다르니 아니라고 할수도 있다, 유별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쾌하다"라고 적었다. 이틀 뒤에 나온 윤은혜 소속사 쪽 대응은 내용이 약간 강한데 표절 의혹의 전면 부인하면서 프릴의 사용 예로 빅토앤롤프나 랑방, 이자벨 마랑 등의 레퍼런스에 대해 언급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F/W 콜렉션을 앞두고 자사의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윤은혜라는 이름을 도용하지 않기를 바라는 바다" 같은 사족을 붙였다.


표절이야 여기에선 판단 외의 영역이라고 해도 위 대응의 마지막 부분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렇잖아도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가는 와중인데 별로 필요도 없어 보이는 바이럴 마케팅 의혹을 붙여서 논쟁을 폭발 시키고 있다. 사전 논의 없이 SNS에 올린 점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거 같긴 한데, 그렇다고 과연 저런 섣부른 발언이 누구 한 명에게라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건지 전혀 모르겠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말 한 마디로 특히 패션계의 수많은 이들을 적으로 만들고 있다.



어차피 법정 대응을 시사하긴 했지만 물론 아직 둘 사이에 여러 가능성은 열려 있을 테고 그러므로 갑자기 사건이 마무리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떠나 세상사, 인간사라는 게 사법부는 여하튼 마지막에 등장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데 사회 안의 합의 절차와 요령이 잘 돌아가질 않으니 자꾸 무슨 문제든 사법부로 끌고 가는 현상에 대해서는 좀 생각해 볼 만 하다. 


물론 뭐 맨 위에 등장하는 다른 표절 문제들도 법정으로 간 것들이 꽤 많긴 하다.  표절 문제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상황이 많이 다르긴 한데 YSL과 루부탱 사건에 대한 법적인 판단이 좀 재미있다. 꽤 포괄적인 내용의 특허(트레이드 마크로써 구두의 빨간 바닥)를 가지고 있는 루부탱에 대해 판사가 지적 재산권의 너무 넓은 범위에 대해 애매하게 의문을 표시했었다. 여하튼 이 사건의 전개는 일단은 지켜봐야 할 거 같다.



PS 1) 여기서 약간 더 나아갔는데 패션디자이너협의회(CFDK) 신장경 부회장이 "표절로 보여진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디자인 도용 문제에 대해 함께 언급했다. 이 기사는 여기(링크)에서 볼 수 있다. 사실 패션과 연예인의 관계는 매우 미묘하기 때문에 소수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은 특별한 언급은 안하고 있다.


PS 2) 윤은혜의 소속사가 1인 기획사라고 한다. 작은 회사는 대부분 사건 사고에 취약한 데 그렇다면 저런 식의 어설픈 대응을 내놓은 점이 약간 이해가 간다. 저 발언은 아마 이 사건이 끝날 때까지 문제가 될 거고, 딱히 큰 반전을 마련하지 않는 한 끝나고 나서도 윤은혜의 이미지 위에 남지 않을까. 그리고 여신의 패션에서 내놓은 다른 옷들에 대해서도 표절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건이 확대되고 있다.


PS 3) 이 포스팅에 붙이는 마지막 PS. 국내 패션 쪽의 표절 문제에 대한 기준점 같은 게 생기게 되지 않을까 기대했던 이 사건은 약간 이상하게 나가고 있다. 처음 표절 시비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의 패션 디자이너들과 대중들에게, 그리고 SNS에 마치 놀리는 듯한 엉뚱한 이야기를 올려서 한국의 언론에게 포화를 맞고 있다. 아래는 오늘 뜬 기사들 제목이다. 무슨 생각을 가지고 나아가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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