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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패션에 대한 태도, 그 무력함

by macrostar 2015.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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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왜 패션에 대해 이렇게 무력함(혹은 무기력함 또는 무상함)을 느끼는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는 잡담이다. 사실 이런 류의 잡담을 요 몇 년 안에 이 곳에 몇 번 끄적인 적 있는 데 아직 해결되지 않았으므로 그 연장선이다. 근데 태도 하니까 미스피츠의 애리튜드가 생각나는군.. 소 퍼킹 애리튜드, 인사이드 유어 피블 브라인 데어스 프라버블리어 호어, 잎 유 돈 셧 유어 마우스 유 고나 필 더 플로 어... 중고딩 때 마냥 외워가며 듣던 가사의 생명력은 이토록 길다.


여튼 단순 도식화를 해보자면.


*같잖은 패션을 본다 -> 잘 팔린다 -> 와, 잘 됐네, 욕봤다.
*같잖은 패션을 본다 -> 잘 안 팔린다 -> 아유, 좀 잘하지, 담 번엔 화이팅.

*등산복 -> 그거 편하지, 사실 남이사 뭘 입든 벗든 별 관심도 없다. 통풍 기능성이 좋아 땀내가 그나마 덜 나니 대중 교통에서는 좀 낫다.

*클론 SPA -> 며칠 전에 현대 백화점으로 바뀐 디큐브에 구경을 갔는데 층 안내에 보니 5층인가 6층인가에 SPA라고 적혀 있었다. 그래서 와 이 백화점엔 목욕탕이 있나봐... 완전 좋네라고 한참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고 짜라, 유니클로, 스파오 같은 것들이 모여 있었음. 어쨌든 뭐 옷 같은 걸 입고, 인생 같은 걸 살면서, 회사 같은 걸 다니며, 가구 같은 걸 쓰면서, 삶 같은 걸 영위하는 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일이다.


대충 이런 식이다. 걸그룹 아이돌을 대하는 태도와 같은데 어쨌든 다들 잘됐으면 좋겠어. 이는 최근 내가 세상을, 주변인을 대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하도 안되는 게 많아서 그런 지 대체적으로 뭘 보든 불만이 사라진다. 그거 참 욕보고 있다...가 기본 마인드가 되니 무력해 진다. 이는 범 패션 신, 범 인류에 대한 애정의 쇠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샤넬의 2015 봄여름 광고 캠페인


그렇다면 관심이 가는 건 전혀 없는 가 하면 그건 물론 아니다. 관심의 양상이 달라졌고, 그 와중에 좀 지루해 하게 되었고, 감탄 같은 걸 하지 않게 되었을 뿐이다.


*럭셔리 페미니즘 -> 이런 걸 보고 진정한 페미니즘이 아니다 라고 하는 건 방향을 잘못 짚은 거다. 더불어 셀레브리티 페미니즘도. 아리아나 그란데의 솔로의 삶(링크)을 잠깐 응원해 본다.

*패션 페미니즘 -> 이건 좀 애매한데 페미니즘 트렌드 속에서 맨 리펠러(링크) 같은 부류의 비상을 기대해 봤지만 시장도 그닥 녹록하지는 않아 보이고 딱히 별 거를 하고 있지도 않다. 물이 들어 왔을 때 노를 젓는 데에는 생각보다 센스와 행동력이 필요하다. 사실 물이 들어오면 대부분 빠져 죽는다.

*란제리 패션 -> 이건 지지부진 한 듯. 험난한 세상 속에서 방탕 효과를 노린 과소비가 보다 몸 가까이에 스며들 거라 예상했는데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립스틱 자본주의는 여전히 유효하고 한정 된 자본을 가능하면 보여지는 데에 사용하는 방식도 여전히 주요하다.

*스트리트 패션, 그 외 디자이너 하우스들 -> 스트리트 패션을 가감 없이 하이 엔드 패션 신에 집어 넣는 행태에 불만이 있었는데 요새는 그래도 정돈이 되어 가는 분위기다 / 구찌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잘 못 고른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긴 한데 그 충돌이 또 나름 재미있다, 비싼 옷을 입은 시실리 할머니에 이은 밀라노 할머니라니... 꽤 좋군 / CFDA는 매년 똑같은 후보군을 내놓는 거 같은데 게다가 올해는 톰 포드한테 상을 줬다. 톰 포드라니! 정말 쓸데없다.

*복각 데님들 -> 복각 데님은 이제 문화 유산이다. 자본주의 성립 이후 탄생한 몇 안되는 크래프트맨십이다. 보존 합시다.

*좀 더 상황이 안 좋아지다 보면 SPA 살 돈도 없게 되면서 원단과 패턴북이 더욱 대중화되지 않을까. 동대분 종합시장이 개인 구매자로 북적거린 게 벌써 몇 년 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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