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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냐노 / 피렐리

by macrostar 2014.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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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나가면서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겨울에 아무 것도 안하고 죠스 떡볶이만 줄창 먹었더니 몸도 둔하고 속도 안 좋아져서 소화도 잘 안되고 쉽게 피곤해지고 여하튼 운동을 좀 해야 되서... 작년에 쪽모자 사놓고 겨울이 오는 바람에 사용하지 못했는데 올해 들어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생겼다.

 
모자는 싸구려라 별 특징은 없음... 겨울 내내 옷걸이에 걸어 놓고 피렐리는 좀 알겠는데(피렐리 타이어~) 레그나노라고 써 있는 건 대체 뭘까 궁금해 하면서도 귀찮아서 안 찾아보다가 심심해서 찾아봤다. 보니까 레냐노 / 피렐리라고 읽나 보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Emilio Bozzi라는 사람에서 시작된다.

에밀리오 보찌는 이태리 사업가다. 1908년 밀라노에 Emilio Bozzi & Co라는 자전거 제조사를 만든다. 최초의 모델은 오로라였다고 하는데 사진은 못 찾겠다. 그러고보니 오로라라는 자전거 브랜드도 있는데... 여튼 다른 모델도 만들기 시작하며 미국에 수출도 하고 그랬나보다. 그러다가 회사 이름을 Legnano로 바꾸는데 고향 동네 이름이란다. 

1176년에 레냐노에서 신성 로마 제국과 롬바르디아 동맹과 전투가 있었다. Battle of Legnano라고 부르는데 당시 전투에서 롬바르디아 동맹은 프레드리히 1세가 이끌던 신성 로마 군단을 무찔렀고 1183년에 콘 조약에 의거 황제의 권위를 인정하는 대신 도시의 자치를 승인받게 된다. 

이 이야기를 왜 하나면 레냐노의 심볼이 알프레도 빈다라는 사이클 선수가 레냐노 전투에 의거해서 그린 워리어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거임.

여하튼 꽤 유명한 이태리 출신 선수들을 보유하며 투르 드 프랑스도 나가고 어쩌고 하면서 팀을 꾸려갔는데 나중에 비앙키에 흡수된다. 비앙키하면 하늘색이 생각나듯이 레냐노 하면 모자의 초록색과 빨간색이다.

 
검색해 보면 이런 초록 인간들을 찾을 수 있다. 1960 사진은 마치 유아용 내복같은 분위기다. 예전 저지는 울 같은 걸로 많이 만들었다고 한다. 빈티지 레냐노 피렐리 저지를 찾으면 나오는 옷도 소재가 울이다.


색이 좀 이상하지만 위에 1953년에 나온 옷 같다. 가슴 부분에 떡하니 주머니가 있는게 재미있다. 자전거 대회는 오래도록 달리니까 담을 게 많다.

 
빵을 열심히 먹고 있는 사람이 레냐노 심볼을 그린 알프레도 빈다. 1928년 Giro d'Italia 대회에 나갔을 때 모습인데 우승했다. 이 대회 말고도 지로 드 이탈리아 대회에서 5회나 우승한 분이다. 당시 사진 같은 걸 보면 저지나 자전거의 소재나 기술들은 크게 발전했겠지만 기본적인 모습(특히 자전거 대회에 임하는 사람의 몰골)은 요새와 크게 다를 건 없다.

 
빈티지 자전거라는 건 참 예쁘다. 구하기 어렵고, 관리가 어렵지만 그 자태가 모든 걸 뛰어넘는다. 검색해 보면 국내에도 레냐노 빈티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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