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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by macrostar 2014.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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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FW 서울 패션위크(2014.3.21~3.26)를 DDP에서 하고 있는 덕분에 DDP를 잠시 구경했다. 패션위크에 대해서는 뭔가 할 말이 좀 있는데 아직 정리가 안 되서 일단 생략. DDP 오픈 이후 구경기를 많이 찾을 수 있지만 그래도 한 번.

 
패션 위크는 -2F (라고 안내판에 적혀있다, 지하 2층, 사진의 광장 - 이름이 어울림 광장이다 - 이 -2F에 있다)에 있는 회의실 비슷한 곳에서 열린다. 장소의 사이즈가 그다지 크지 않아서 긴 일자형 캣워크를 못 만든 거 같다. 하지만 예전 텐트에 비하자면 음악의 전달 등이 더 좋다. 저음에 의자가 막 흔들려...

DDP에 딱히 불만은 없다. 뭐 따져보자! 라고 하면 따질 거야 많겠고, 대체 저거 이제 어쩌려고 저러지... 라고 생각하면 또한 끝도 없겠지만 여하튼 만들어졌다. 이제 저 자리에 놓여있고, 구글 지도의 위성 사진에도 선명하게 나온다. 실재하는 것이다.

 
이런 건물은 어지간히 이상한 갑부가 내 돈을 펑펑 써보마 하고 나서지 않는 한 세금으로 밖에 못 만들 거 같다. 만약 그런 자가 있다면 나중에 영화로 만들어지고 누군가는 칭송하겠지... 백화점 타일도 예전보다 저가형을 쓰는 세상인데 알루미늄 패널의 납작하고 비효율적인 건물이라니 어불성설이다. 저 돈이면.. 이라고 생각하면 물론 원통하다. 할 일이 있다면 저런 건 이제 미래에 혹시나 찾아올 태평성대에 만들자... 정도일 것이다.

혹시나 이 건물의 책임을 지고 있는 누군가에게 불법의 행위가 있어 이 비용의 일부라도 물어내게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찬성한다. 그리고 저게 웃기든 말든 저런 걸 만드는 건축가가 인기를 누리는 세상이다. 크고 신기한 것에 대한 욕구는 어느 때나 마찬가지겠지만 요즘은 더욱 심하고 특히 여기 서울에도 그런 사람들은 흔히 볼 수 있다. 투표 제도가 지속되는 한 저런 걸 좋아하는 자를 뽑은 이들을 비롯해 저런 걸 좋아하는 자를 당선이 안되게 막지 못한 이들에게도 약간씩은 책임이 있다. 그리고 결국 저런 걸 내내 만들어 온 사람에게 일을 맞겼다. 보이는 결과는 당연하다.

그리고 언제나 생각하지만 정말 괴상하고 이상한 건 - 그런 괴상한 것들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는 말하겠다 - 세금으로 하는 탁상 행정만이 만들어 낼 수 있다. 도시를 만들어 가는 주체들이 냉철한 현실주의자들만 있다면 좀 더 효율적일지 몰라도(그래도 인간이라는 종의 한계상 천만이 넘는 도시에서는 거기서 거기일 거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괴상한 건 생기지 않는다. 소비에트는 현실이 되면 위대할 지 몰라도 문제는 현실이 될 수 없다는 거다. DDP는 그런 쪽으로는 손색이 없다.

뭐 여튼 이런 이야기는 하나마나하고. 일단 너무 넓어서(운동장 하나 크기니) 돌아다니면 다리가 꽤 아프다. 동선도 매우 이상한데 그게 건물 자체가 지닌 문제인지 아니면 그곳에서 처음 열린 패션위크 행사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위의 세번째, 네번째 사진처럼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내려가면 딱 좋을 거 같은 이상하게 넓은 길이 있는데(역시나 스케이트 보더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고, 현장 관리 요원들이 쫓아내고 있었다) 저것은 원래 괴상한 것이니 저게 왜 있냐라는 물음도 딱히 의미가 없을 거 같고(뭐 따져 본다면 뭔가 이야기가 있겠지만 그런게 의미가 있을까?) 위화감도 딱히 없다.

그나마 인상적인 외부와 달리 내부는 (당연히) 시시하다. 내부도 외부처럼 만들려면 지금도 많이 든 비용이 아마도 훨씬 뛰었겠지. 석고에 글래스파이버를 섞은 재질을 사용했는데(GRG, 급격한 곡선의 경우에 사용했고 보통은 석고) 특별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일단 인테리어가 글렀다. 천장에 구멍이 잔뜩 뚫려 있다. 외부의 패널과 마찬가지로 예전 맥프로 케이스가 생각난다.

안에는 디자인 장터인가 뭔가 하는 것도 있고 패션위크 행사장 안에는 몇몇 업체의 부스를 만들어 마치 코엑스의 전시회 같은 느낌 - 산업 박람회 - 도 만들어내고 있다.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패션위크가 자진해서 (+애써가며) 업체 내부 사업 분위기를 내려고 애쓰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성과에 써내야 할 게 거기서 이뤄진 계약 건수 뭐 이래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지만 자세한 내용은 역시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알루미늄 외부의 패널보다 노출 콘크리트가 더 인상적이었다. 저런 건 앞에 서 있으면 만져볼 수 밖에 없는 그런 것이다. 역시 콘크리트의 '덩어리'라는 느낌은 최고로 좋다. 그냥 콘크리트만 덩어리로 잔뜩 쌓여있었다면 무척 좋아했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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