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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노동자의 옷, 동키 재킷

by macrostar 2014.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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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키 재킷, 영어로는 Donkey Jacket은 영국의 대표적인 워크웨어다. 19세기 초 영국의 워크웨어였던 색 코트(Sack Coat)에서 왔다.

 
울 코트로 안감이 없고 짧은 길이의 코트(말하자면 반코트)다. 커다란 주머니가 두 개 있고 보통 안에도 하나가 있다. 동키 코트하면 대표적인 모습은 어깨와 등판을 가로지르는 패치다. 이 코트는 발명을 한 사람이 있는데(존 패트리치) 뭐 여러가지 사연이 있는데 결론적으로 처음 나왔을 때는 어깨 패치가 왁스칠을 한 캔버스였다. 그러다가 가죽으로 바꾼다.

 
최근에 나오는 일상복 버전은 역시 가죽이 붙어있는 게 많다. 동키 코트하면 일단 이렇게 생겼다고 생각하면 된다. 리바이스 + Supreme 컬래버레이션으로 나왔던 옷.



동키라는 이름은 어깨 패치가 당나귀 가죽이라든가 노동자 놈들 당나귀처럼 일이나 해 이런 건 아니고 당시 많이 사용되던 증기 엔진 이름에서 나왔다.


이게 동키 엔진이다.



동키 재킷은 기본적으로 영국 노동자들의 옷이었고, 본격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아이콘이 된 건 대처 시대의 대규모 파업 때다.


 
작업복이기 때문에 직장에서 보급하는 버전은 어깨의 가죽 패치 대신에 선명한 컬러의 PVC나 하이비스를 붙인 경우가 많다. 물론 복각도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게 많다. 멀리서도 잘 보이라고 붙이는 거다.

 
영국의 National Coal Board 동키 재킷. 위 데모 사진에서 팔에 줄 그어진 재킷이 이거다. 이베이 보면 빈티지 매물을 꽤 볼 수 있다. 여하튼 이런 이유로 동키 재킷은 소위 반항적인 서브컬쳐 - 펑크와 스킨헤드 - 씬에서 어슬렁거리던 이들도 많이 입었다. 일종의 아이콘이라 이렇게 생긴 옷을 입고 있으면 노동자 계급이구나 생각하면 된다.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에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

 
마이클 풋이 공식 행사장에 동키 재킷을 입고 나타났던 모습은 유명하다. 논란이 일어났을 때 그는 이게 와이프가 골라준 꽤 비싼 녹색 코트였을 뿐이라고 답변했다.

물론 그렇다고 노동자가 아니면 못 입는다든가, 꼭 좌파를 지지해야 입는다는 법은 없다. 울은 튼튼하고 따뜻하며 펠트는 그나마 저렴하고 밝은 컬러의 어깨 패치는 밤에 돌아다니다가 자동차 사고를 당할 위험도 줄여준다. 패치가 있으니 백팩을 자주 매는 이에게도 좋다. 점잖은 옷은 아닐 지 몰라도 별 약속도 없는 평범한 겨울날 오늘은 대체 뭐 입고 나가지 싶을 때 츄리닝 걸치는 기분으로 입을 수 있으니 이런 게 하나 있으면 역시 편하다. 막 입는 울 코트라는 건 언제나 소중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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