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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재킷의 기능적 설계

by macrostar 2014.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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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사진에서 본 무슨 가방을 하나 찾다가 결국 뉴질랜드의 윤무부 교수 같은 분 이름도 알게 되고 뭐 그랬다. 어쨌든 그러면서 트위터에 잠깐 떠든 걸 옮겨 놓는다.


가방은 이거였음. 이제는 흥미가 사라졌지만 혹시 아는 분 제보 요망. 뉴질랜드니까 macpac일까 했는데 아닌 듯.



옷에 붙어있는 기능성 원단 그리고 기능성 부자재나 기능적인 설계 같은 건 조막만해서 웃기긴 한데(따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으니 지렛대의 원리를 벗어나는 법이 없다 - 히트텍은 모르겠고 발열 쪽은 예외적) 굳이 에베레스트나 남극에 가지 않는다고 해도 그게 또 막상 요긴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없다고 죽진 않겠지만.


하지만 재킷의 지퍼가 목 아래 / 코 어디까지 올라오느냐, 손목을 저밀 수 있느냐 같은 사소한 것들이 정말로 어떤 차이를 만들어내는 지는 겨울에 동네 뒷산만 가봐도 알 수 있다. 가만히 뜯어보면 발견할 수 있는 단순한 발상들이 나름 재미있기도 하고.

 
맨 위에 회색 아인라이드 재킷은 오른쪽 주머니 안에 빌트인으로 나침반이 붙어있고 바로 위 무닌 파카는 손목에 붙어있는데 사실 일상복, 혹은 평범한 트레일 용으로 이 옷을 구입한 사람이 저게 정말로 필요한 상황이 오면 그것도 곤란하다. 이런 건 2500미터 방수 시계랑 비슷한 거다. 2500미터 수심에 들어갈 일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그만한 정도의 수압을 견딜 수 있다면 혹시나 있을 수도 있는 상황에, 예를 들어 설거지하겠다고 물 틀어도 수압이 꽤 높다, 10미터 다이빙 대에 올라가 있는데 누가 밀었다든가, 시계가 버텨 줄 확률이 높아진다. 물론 어디까지나 확률이다.

그런 기능적인 면을 보면서 더 스타일리시하다고 느끼는 건 약간 다른 측면이다. 스펙에 너무 함몰되면 그런 경향이 생기는데 남성복 쪽은 아주 오래 전부터 그런 경향을 가지고 있다. 특히 기능성 섬유가 나오기 전, 하지만 인간이 하늘을 높이 날거나 깊은 물 속에 들어갈 수 있게 된 20세기 초기 즈음에 재밌는 발상이 꽤 많이 나왔다. 그 덕에 엘엘빈이나 필슨, 바버와 벨스타프 같은 성향의 브랜드는 여전히 살아있다. 천원짜리 비닐 우비만 사도 물이 안 들어오는데 왁시칠한 면이 대체 뭐냐고. 그리고 혹시나 언젠가 이걸 써먹을 수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을 잠재 의식에 파묻어 놓는 재미랄까. 뭐 아무래도 영 재미없어 할 수도 있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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