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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옷 위의 메시지

by macrostar 2013.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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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옷에 새겨져 있는 (내용이 있는) 프린트나 문구에 그다지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런 직접적인 메시지라는 건 너무 환기시키는 바가 크다. 옷이 이미 말을 하고 있는데 쓸모없는 사족을 붙여놓는 듯 하다. 허름한 티셔츠에 기발한 문구 정도가 납득할 수 있는 상한선이다.

하지만 바야흐로 과잉의 시대. 옷에다 대고 각종 컬러와 레이어로 시끄럽게 떠들고도 모자라 프린트와 문구도 빼곡히 채워넣는다. 또 10년 전 쯤의 로고 마니아 시대를 발전 계승한 개와 눈 같은 시그내쳐 형 프린트 들도 득세하고 있다. 높은 덴서티가 보통 그러하듯, 이미 눈이 익숙해지면 다른 것들은 영 심심해 보이기 마련이다.

참고 포스팅
대체 무엇에 화를 내고 있는가 (링크)
레이어를 계속 쌓아버리기 (링크)

요즘도 나오는 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건전한 방송을 하자는 류의 공익 광고를 보면 화면 뒤로 동물의 왕국만 나오면 제일 먼저 죽고 마는 톰슨 가젤이나 눈이 수박 만하게 큰 노루가 어슬렁거리고 있다. 아마 그 광고를 만든 사람도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 맥주 한 캔을 손에 쥔 채 그런 걸 보고 있지는 않을 거 같을테다.

여튼 '필수'를 넘어선 잉여라는 건 애초에 꼭 필요는 없는 것들의 장이고, 그렇다면 흥겹고 즐겁고 자극적일 수록 좋다. 이왕이면 신는 사람, 입는 사람의 안전과 건강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탁상 행정이 낫고 더 흥미로운 결과들 만든다. 그런 걸 꼭꼭 붙잡고 인생을 탕진하다 웃으며 죽으면 되는 것.

뭐 그렇다는 이야기고, 올해 시즌에도 각종 메시지들이 옷 위를 장식하고 있다. Opening Ceremony가 겐조의 티셔츠 위에 "No Fish, No Nothing"이라고 써 놨다고 남획되는 물고기 양이 한 마리라도 줄겠냐 싶지만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세상 만사 다 하나마나한 짓이다. 알고 하니까 더 웃기는 거기도 하고.


비비안 웨스트우드, All for One, One for All. 최근 인류에 관심이 많으시니까.



겐조의 No Fish, No Nothing.

 


크리스토퍼 케인의 꽃, 잎, 꽃

 


제레미 스콧의 Earth Sucks와 I'm a Mess

 


패션 이스트의 드림 보트, 하지만 이 세트의 매력은 저 뻔뻔한 나이키 슬리퍼! 정식 명칭이 나이키 베나시 솔라소프트 슬라이드인가 뭐 그러함.

 

 셀린느, 러브. 세상에 사랑이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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