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남성용 올인원 에센스

by macrostar 2013. 8. 11.
반응형
예를 들어 화장품이라는 게 있는데 뭐가 뭔지는 잘 모르던 남자가 요새 화장품이라도 발라야 된다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백화점에 갔다고 쳐보자. 색조 화장이 없기 때문에(물론 BB 크림이라도 하는 남자가 늘어나고 있다고는 한다) 그나마 조금 간단하기는 하다. 남성용 화장품이 유난히 많이 팔리는 나라라고 하지만 많은 이들이 끈적거림에 질색을 하고, 비누만 있으면 여튼 살 수 있고, 사용 순서 따위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대략이라도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하튼 매장 점원은 열과 성의를 다해 피부 상태를 봐주며 우선 클렌징을 쓰셔야 하고요, 그 다음엔 로션, 에센스, 아이크림, 크림을 발라야되고 에센스는 피부톤 에센스, 주름 에센스, 크림은 수분 크림, 영양 크림, 립밤도 발라야 하고, 자외선 차단제도 발라야 하고 어쩌구 말을 듣다 보면 나는 누구냐, 너는 뭔 소리를 하는 거냐 하는 생각이 들며 분명 정내미가 떨어지게 된다. (그게 아니라면 이미 매장 점원만큼, 혹은 더 많이 알고 있는 상태다 / 그게 아니면 이것들이 날 속이려 드는 게군이라고 생각할 거다)

이렇게 되면 하나 사러 온 사람에게 열 개를 팔려다가 하나도 못 팔게 되버린다. 그러므로 이런 중간 단계의 사람들을 위해(입문을 하고 싶다, 자세히는 알고 싶지 않다, 비싸면 곤란해) 올인원이 적절한 선택지가 된다. 이거만 쓰시면 되요. 이 얼마나 간단한가. 준 전문가의 비율은 고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입문자가 늘어나면 이 시장은 더욱 매력이 생긴다.

그러한 이유인지 한동안 중저가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스킨 - 로션류를 통합한 올인원 제품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었다. 이 시장의 레인지를 넓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올인원 로션 다음 단계를 내놓는 거다. 그러므로 이제 올인원 에센스들을 우리는 만나게 되었다.

사실 안티에이징이나 화이트닝 같은 고성능을 탑재해 에센스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지만 올인원 로션과 거의 비슷하게 활용된다. 올인원을 사는 사람이 올인원 로션과 올인원 에센스를 나눠서 사용할 리가 있나. 역시 마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중저가 브랜드들이 전면에 있고 이니스프리의 포맨 피톤치드나 숨에서 나온 디어옴므 올인원 에센스 같은 제품들이 있다. 키엘의 헤비리프팅은 모이스쳐라이져라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탄력이니 리프팅이니 올인원이니 하는 문구가 붙어있다.


사실 이렇게 생긴 케이스 - 동그랗고, 납작하고, 돌려서 여는 - 를 쓴다는 거 자체가 남성용 화장품 세계에서 이제는 꽤 멀리왔구나 하는 징표 중 하나다. 이 허들을 넘기 쉽지 않다. 물론 더 가다 보면 쥴리크 같은 고약한 세계나 진짜 불편한 뚜껑을 가진 애들를 만나게 되겠지.

개인적으로는 아무 것도 안 쓰던 사람이 딱 하나만 바꿔보고 싶다고 하면 좋은 비누를 추천해 주고 싶고, 그 다음은 수분 크림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기서 하나 더 하라면 자외선 차단제.

예전부터 말했듯 Aesop 비누의 오랜 팬이다. 진저 루트도 괜찮고 최근에 나온 그레인 드 코리앤더(두근거리는 이름이다)도 궁금하다. 비오템의 퓨어팩트 비누도 이번에 큰 사이즈가 나왔고, 크리니크의 비누도 나쁘지 않다. 비누라는 건 성능도 그저 그렇고 사용이 불편할 지 몰라도 듬직하게 생긴 게 여하튼 좋다. 낯선 이름의 더 좋은 제품들도 많지만 백화점에서 파는 것들로. 여튼 비누는 일단 하나는 가지고 있을만 하다. 좋다니까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