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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회사 허먼 밀러 108주년

by macrostar 2013.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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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주년하니까 108번뇌가 생각난다. 굳이 108년 같은 거에 맞춰 기념을 하는 것도 그런 의미가 조금은 들어있는 게 아닐지 싶다. 말하자면 미국의 자랑, 가구 회사 허먼 밀러가 108주년을 맞이해 108초짜리 동영상을 올렸다.



어떤 사람은 월급을 모아 루이 비통이나 샤넬의 가방을 사고, 어떤 사람은 아르마니나 제냐의 수트를 산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만화책을 사고, 고양이 밥을 먹이고, 자전거를 산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좋은 의자를 산다.

사실 고급 소파는 너무나 비싸서 월급을 모아 그런 걸 사는 건 약간 문제가 있다. 하지만 허리 등의 건강 문제, 또 그래도 좀 좋은 의자에 앉는 삶을 살아보겠다는 의지, 무슨 회사는 의자가 다 에어론이라며? 또는 부인이 샤넬 가방을 산다고, 그렇담 나는... 등등이 결합되어 (주로) 남자들이 (물론 여자라고 못 살 이유는 전혀 없다) 지르는 것중에 하나가 에어론 체어인데 그걸 만든 곳이 바로 허먼 밀러다.


뭐 이런 환경...

허먼 밀러(Herman Miller)는 1905년 미시간의 Zeeland라는 곳에서 오픈했는데 처음에는 베드룸 수트를 만드는 회사였고 이름도 Star Furniture였다. 그러다가 1909년 이 회사의 점원으로 입사한 Dirk Jan De Pree라는 사람이 승진을 거듭해 1919년 회사의 대표가 된다. 이윽고 1923년 그와 그의 장인인 허먼 밀러가 회사 주식의 51%를 사들이면서 사명도 허먼 밀러로 바뀐다.

계속 나무로 된 전통 가구만 만들던 허먼 밀러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이 닥치면서 회사의 방향을 달리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한다. 그래서 모더니스트 풍의 디자이너 Gilbert Rohde를 고용했고 1933년을 기점으로 이 회사의 모든 것이 바뀌면서 지금 우리가 아는 허먼 밀러의 가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후의 역사는 블라블라블라.

비트라나 놀같은 가구 회사들이 그렇듯이 가구 회사는 디자이너가 한 명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디자이너의 제품 라인을 내놓는다. 허먼 밀러에서 유명한 것들로는 빌 스텀프와 돈 채드윅이 1994년에 내놓은 에어론, 찰스 & 레이 임스가 1950년대에 쭉 내놓은 임스 시리즈 의자들, 그리고 최근에 나온 Studio 7.5의 Setu나 Yves Behar의 Sayl같은 의자들이 있다.


 
에어론 신형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에어론하고 관계라고는 같은 허먼 밀러의 오피스 시리즈라는 거 뿐이고 에어론보다 고가인 엠바디.


 
허먼 밀러 카탈로그에 적힌 가격표를 보고 한숨만 쉬다가 이 정도는..?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Sayl. 하지만 이 의자는 허리 지지대가 없기 때문에 에어론이나 엠바디처럼 몸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느낌은 사실 부족하다.


뭐 이런 것들이 나온다.

 
수많은 카피가 만들어진 임스 쉘 사이드 체어도 있다. 무명씨 카피본들도 많지만 리바X에서도 거의 똑같이 생긴 게 나온다.



예전에 방송했던 김승우의 승승장구에도 허먼 밀러사의 의자가 많이 나왔었다. 위 사진인 2PM 출연했을 때는 임스의 쉘 암체어, 김남주가 출연했을 때는 역시 임스의 피아노 의자가 나왔었다.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모조품이었고(제작진이 을지로 상가를 돌면서 구입했다고)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비트라가 협찬하기 시작했었다.



개인적으로 대량 생산의 냄새가 나는 무덤덤한 풍모의 스택 가능한 의자와 스툴을 매우 좋아하는데 그 중 허먼 밀러의 제품으로 스택 체어인 Caper가 있다.

 
보통 이런 의자들은 바닥 부분이 옵션인데 바퀴는 Caster, 고정 받침은 Glide라고 한다. 하지만 이 의자는 대학교 매점 의자 처럼 생겼으면서도 가격이 Sayl과 비슷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외에도 스토리지 유닛이나 Goetz 소파 등 신기한 게 잔뜩 나온다.

 
허먼 밀러 홈페이지(링크)의 프로덕트를 참고하면 된다. 뭐 개인적으로는 꼭 유한 계급이 아니어도 이 쪽에 관심이 있다면 좋은 의자는 한 번쯤 사서 써보는 것도 괜찮지 않나 생각한다. 가끔 전시회나 좋은 의자가 들어가 있는 커피집 같은 데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예전에 홍대 405 키친에 임스 의자들이 꽤 있었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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