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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Valentino의 에나멜 코트

by macrostar 2013.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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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티노는 2008년부터 Maria Grazia Chiuri와 Pierpaolo Piccioli가 이끌고 있다. 2007년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은퇴하고 들어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Alessandra Facchinetti였는데 2년을 못 버티고 물러났다. 이 교체에 대해서는 텔레그라프에 짧은 기사가 나온 적 있다(링크).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현재 얼마나 회사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사실 거의 없을 거 같은데), 은퇴한 마당에 굳이 회사의 움직임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할 거 까지야 있을까 싶긴 하지만, 또 그 분의 이미지를 생각해 보면 말 한마디는 보태는 게 어울린다 싶기도 하고 그렇다.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Maria Grazia Chiuri와 Pierpaolo Piccioli는 발렌티노 레이블에 대해 '모든 부분, 심지어 티셔츠까지도 꾸뛰르를 집어 넣는다'라는 방식을 천명한 적이 있다. 여하튼 이번 2013 Pre-Fall을 보고 있는데 이런 게 있었다.


에나멜 가죽이라는 게 희소하진 않다. 구두는 많이 나오고, 지갑이나 다이어리도 있다. 헬무트 랑에서는 낡은 모습의 보스톤 백 같은 게 나왔던 게 기억난다. 반짝거림은 에나멜의 매력이지만 이게 관리가 은근히 까다롭다.

예전에 모 회사에서 나온 에나멜 브라운 다이어리를 사용한 적이 있는데 오랫동안 사용해서 때가 꼈길래 싱크대 세정할 때 쓰는 물티슈로 닦았더니 바로 반짝거림이 싹 사라져서 눈물을 글썽인 적도 있다. 그리고 낡으면서 또 다른 자아를 드러내며 매력적으로 변하는 일반적인 가죽 제품과 다르게 에나멜은 초기의 반짝거림을 뒤로 하고 초라하게 낡는다. 그 과정이 꽤나 애처롭고 슬프다. 그런데 코트라니...

그냥 이해하기 쉽게 에나멜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이런 걸 Patent Leather라고 한다. 흔히 Japanning이라고 부르는 약간 더 큰 카테고리의 목록 중에 하나다. 보통은 가구에 칠하는 걸 지칭한다. Japanning은 아시아 특유의 락커칠을 부르는 말이다. 만년필 같은 경우도 락커칠을 한다. 나전칠기를 비롯해 옻칠 공예의 유구한 전통을 나름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약간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건 뭐 할 수 없다.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만년필 몸통 재질에 대한 이야기를 예전에 쓴 적 있다.
http://macrostars.blogspot.kr/2012/06/blog-post_09.html

다시 Patent Leather 이야기를 하자면 1700년대 벨기에에서 이 방식이 발명되었고 1818년 뉴저지 Newark에 살던 발명가 Seth Boyden(링크)이라는 분이 미국에 들고 와서 상업화된다. 처음에는 Linseed 오일을 이용한 코팅을 했다고 한다. 요새는 플라스틱 코팅을 주로 한다.

물론 직접 보면 광택이나 뭐 여러가지가 차이가 좀 나겠지만 이런 종류의 코트는 그냥 딱 봤을 때는 비닐의 느낌이 매우 강하긴 하다. 특히 롱코트의 경우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 등쪽이 난리가 날 거 같다... 물론 이런 걸 딱히 내가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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