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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Raf Simons의 Dior 2013 SS, 그리고 자잘한 이야기들

by macrostar 2012.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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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f Simons의 디올 데뷔 컬렉션이 있었다. 오 뜨 꾸뛰르가 이미 있었고, 레디-투-웨어로는 처음이다. 기본적으로 라프는 내 취향의 디자이너는 아니다. 그런 편견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아래의 내용으로.

이게 좋은 컬렉션인가 하면 그런 거 같다. 색감이 좋고, 옷 자체에 공이 많이 들어가보이고, 발란스도 좋고, 거기에 자잘한 재미도 있다.

디올의 쇼로서 훌륭한가 하면 그건 아직 잘 모르겠다. 디올의 디올과, 존 갈리아노의 디올과, 라프의 디올은 매우 다르다. 쇼가 훌륭하다고, 살만한 옷들이 많다고, 혹은 아름다운 옷들이 많다고 끝은 아니다. 마세라티가 어느날 누가 봐도 페라리인 자동차를 내 놓으면 이야기가 곤란해지는 법이다. 마세라티도 훌륭하고, 페라리도 훌륭하다. 하지만 방향이 다르다.

그렇다고 이것은 완벽히 디올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도 없다. 시대가 변하고 있고, 세월이 흐르고 있고, 그러므로 디올도 변한다. 만약 디올이 지금까지 컬렉션을 해나가고 있다면 무엇을 내놓았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훨씬 사이버한 무엇을 보여줬을 지도 모르고, 갑자기 젠한 세상에 빠졌을 수도 있고(근래들어 자연주의에 너무 천착하시는 요지 야마모토를 보는 기분이 들겠지), 지금 라프가 보여준 것과 거의 비슷한 게 나왔을 지도 모른다. 사실 "디올 본인이 지금까지 작업하는 것" 자체가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음악이나 미술과는 다르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 디올스럽군 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다. 말하자면 아직은 라프에 좀 더 무게가 가 있는 디올이다.

옷을 동영상으로 접하는 것 - 선명한 사진으로 접하는 것 - 연출된 화보로 접하는 것 - 매장에서 보고 만져보는 것 - 입고 몇 년을 지내보는 것 사이에는 간극이 꽤 크다. 많이 입어보고, 많이 만져보다보면 간극이 조금 좁혀진다. 그렇지 못하다보면 다시 간극이 넓어진다. 예전에 이태원에서 좀 잘 만들어졌다는 페이크 가방을 구경한 적이 있다. 보자마자 이건 실제 제품이 아니라 카탈로그 사진을 보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보면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확실히 점점 곤란해 지고 있다.



위에서 말한 잔재미.


슬렁슬렁 보면서 몇 개 고른거라 풀 컬렉션 사진들을 자세히 보면 훨씬 더 많은 잔재미들을 발견할 수 있을 거다. 위 사진들은 모두 보그UK(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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