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패션

피코트, 네이비

by macrostar 2010. 12. 2.
반응형

고등학교 때 교복이 감색이었다. 그게 대체 언제적인데, 그 이후 감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상한 건 군대 있을 때 온 몸, 온 시야를 휘감았던 올리브 그린 계통에는 그런 반감이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고등학교 때 보다는 군대가 더 나았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둘 다 그저 잊고 싶은 지루하고 고루한 시절일 뿐이다. 그냥 감색을 원래 싫어했던 걸지도 모르고, 26개월과 3년이라는 시간차가 만들어 낸 차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덧 시간이 흘러 감색이 괜찮은데... 하는 생각을 슬슬 하고 있다. 블랙은 좀 질리고, 예쁜 블랙을 찾기도 힘들다. 그레이 계통은 나같은 사람이 입으면 허접해 보인다. 겨울 아우터의 경우 너무 컬러풀하면 입기도 어렵다. 여하튼 작년에 유니클로에서 네이비 플리스를 샀었는데 잘 입게 되었다.

 

 

 

그리고 피코트. 요새 피코트를 하나 사 볼까 하고 뒤적거리고 있다. 이제 와서 뭔 피코트, 이런 생각도 있지만 그래도 이런 스테디 아이템은 있어서 나쁠 거 없으니까. 이대 앞 나일론에서 구제 피코트를 살까 말까 고민하던게 몇 년 전인데 이걸 아직도 못사고 진행중이다.

여하튼 어제 명동 갔을 때 갭, 유니클로, H&M, 폴로, 라코스테, A Land 등을 돌아다녔다. 백화점에서 좀 더 좋은 매장 몇 군데를 가봤는데 옷은 없었다. 다른 데서는 못 느꼈는데 A Land에 갔더니 남성의 겉모습을 한 모든 사람들이 피코트 주변에 몰려 있어서 조금 민망했다.

라코스테가 잘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약간 벙벙한 감이 있기는 해도 괜찮은 거 같았다. 원래 피코트라는게 벙벙하니까.

 

오리지널 피코트 착용 예. 이렇게 입고 싶으면 미 해군에 입대하는게 낫지. 이 정도는 아니지만 찾는 건 아주 기본적인 스타일이다. 그렇다고 광장 시장에서 득템할 때까지 헤매기도 그렇고, 나일론에서는 지금도 팔고 있는데 98,000원이나 한다. 구제는 싼 맛이 있어야 하는데(-_-). 그리고 구제 가게에서 나는 그 특유의 냄새가 좀 싫다.

피델리티나 쇼트는 사이즈가 어떨 지 걱정되서 주문하기가 좀 그렇다. 그리고 군대 모피 같은 소재일 게 분명한데, 피코트가 원래 그렇다지만 꺼끌거려서 목 주변 피부가 부어 오르는 것도 슬프다.

 

 

 

요즘은 피코트를 핏을 잘 맞춰서 입는데 그런게 좀 폼나 보인다. 하지만 내가 겨울엔 (자세히 설명하면 놀랄 정도로) 이것 저것 껴입기 때문에 그래봐야 별 소용이 없다. 그렇지만 또 어제 H&M에서 L 사이즈 피코트(15만원 대)를 입었을 때처럼 토킹 헤즈의 데이빗 번 처럼 보이고 싶지도 않다.

 

데이빗 번, Stop Making Sense 中

 

인터넷 쇼핑몰은 좀 둘러봤는데 소재를 잘 모르겠다. 그런 것도 생각해 볼 겸 해서 A Land에 각양 각색의 피코트가 있었는데 두께 차이들이 좀 난다. 괜히 구입했다가 너무 얇으면 골치 아프다. A Land에서 좀 괜찮아보이는 건 상표를 적어 왔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건 Thisisneverthat by jknd.

인터넷에서 찾아봤더니 우리나라 패션 디자이너가 만드는 곳인데 따로 쇼핑몰은 없는 거 같고 여기저기 멀티샵 같은데 넣는 거 같다. 소재도 좋고, 입었을 때 느낌도 상당히 좋았는데, 25만원 대로 예상보다는 비쌌다.

폴로나 라코스테는 50만원 대. 사실 코트류는 좋은 거 사려면 아예 허리가 휘청하게 무리하는게 낫고, 아니면 가격 대비 효용을 철저하게 추구하는게 나을 거 같은데 잘 모르겠다. 인터넷은 상당히 싼 데(대략 10만원대 초반) 가서 볼 수 있는 곳이 잘 없다.




본 것들 중에 구입할 가능성이 별로 없는 제품 몇 가지를 소개해 보면.

 

이건 그 옛날 헬무트 랑. 네이비와 블랙도 있는데 사진으로 잘 안보여서 브라운 사진을 가져왔다. 이렇게 접었을 때 단추가 6개 보이고, 카라를 올렸을 때 10개 보이는게 딱 좋은 듯 하다. 컴퓨터 모니터가 워낙 안좋아 잘 몰랐는데 아이폰으로 보니까 이건 면으로 만든 피코트 인 듯. 


면으로 된 걸 보니까 생각나는데 요 며칠 간 내가 본 제일 재미있는 변형 피코트는 랄프 로렌의 더블 알엘(Double RL)에서 나온 데님 피코트.


이걸 약간 WT 분위기 나는 아저씨가 입은 사진이 흥미진진한데 어디서 봤는지 못 찾겠다. 여튼 이건 무려 880불.



마가렛 호웰의 이 피코트도 상당히 단아해 보인다. 안감이 컬러풀한 체크이거나 파란색 실크인 옷은 반찬으로 계란 후라이를 주는 식당처럼 일단 텐션이 올라간다. 블랭킷 울이고 350파운드. 마가렛 호웰은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으로) 영국식 A,P.C 라는 느낌이다.



대충 이런 느낌... 막상 겨울 옷은 또 A.P.C랑은 느낌이 다르네.


여튼 또 이렇게 헤매다가 질려 버려서 못사지 않을까 싶다. 역시 뭔가 살 땐 지나가다 딱 보고, 오 이거야 하고 사버리는게 최고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