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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모모타로 진

by macrostar 2012.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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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뒤적거리다 발견했는데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 몇 가지 이야기를 써 본다.

모모타로 진은 오카야마 현에 있는 청바지 회사다. 오카야마가 원래 목화 면직물 재배를 많이 하는 곳이라고 한다.
http://www.japanblue.co.jp/momotaro/ 

원래는 염색업을 했었다는데 청바지를 만들기 시작한 건 96년부터로 아주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사실 일본의 초창기 데님 기업들이 있었는데 80년대 미국 진이 유행하면서 확 휩쓸리며 강력한 구조 조정의 시기가 있었다. 90년대 들어 다시 프리미엄 등이 유행하면서 예전 망한 일본 회사들이 가지고 있던, 그리고 미국에서 사온 구형 방직기를 가지고 새로운 회사들이 만들어졌다. 80년대를 기준으로 그 이전부터 온 회사, 그리고 90년대 이후 생겨난 기업으로 크게 나눌 수가 있는데 모모타로는 후자에 속한다.

사실 일본의 데님 회사들은 거대 기업이라기 보다 조그만 공방 수준의 기업들이 많다. 모모타로도 자본금 300만엔에 종업원 수가 42명인 작은 회사다. 모모타로는 일본 동화에 나오는 애라고 한다.

크게 4개 라인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Golde(금단), Copper(은단), Going to Battle(출진), Vintage 라벨이다. 뭔가 좀 이상한데 Golde는 왜 Golden이 아니고 Golde인지, Copper는 구리인데 왜 은단인지 모르겠다. '출진'은 모모타로가 귀신 잡으러 출동하는 걸 형상화(한 흰색 두 줄이 바지 뒤에 그려져있다) 했다고 한다.

전부 짐바브웨산 면으로 만들어진다. 아는 분들도 있겠지만 짐바브웨산 면은 부드럽고 질기다고 평이 꽤 좋은 면이다. 그리고 물론 구식 기계로 만든 셀비지 진이다. 각 바지마다 특징들이 좀 있는데 다 옮기긴 귀찮으니까 생략한다.

빈티지를 제외하고 뒤로 갈 수록 색이 진해진다. 빈티지는 로데님이다.

 
이게 '출진'이다. 저 두 줄이 모모타로가 출진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건 Golde.


색이 참 '정통'파 청바지 색이다.

세로 줄이 살짝 보이는데 빈티지 제조 방식의 청바지에 세로 줄이 보이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예전에 포스팅에서 이야기 한 적 있는 카이하라의 로프 염색이다. fashionboop.com/314 이렇게 염색하면 세로 줄이 생긴다.

또 하나는 원단 만드는 방식이다.




이 청바지 원단은 배틀로 짜서 만든다... 하루 8시간 일하면 1m가 나온단다.. 구형 방직기도 모자라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여하튼 이렇게 하고 있다. 물론 이 노고는 그대로 가격에 반영되어서 한 벌에 178,500엔이라고 한다.

(약간 관계없을 지 몰라도) 이런 모습을 보면 습관처럼 드는 생각이 있다. 내가 만든 우화다... -_-

- 어떤 사람이 인생을 열심히 살아보자하고 결심을 했다. 뭐 아직 어려서 밥은 부모님이 준다고 하자. 하지만 열심히 사는 것도 하는 일이 뭐라도 있어야 가능한 법이다. 그러므로 딱히 할 건 없었다. 그래서 땅을 파기로 했다.

아침 8시에 일어나 개인 정비를 마치고 중간에 점심먹고 하루 8시간 씩 노동을 한다. 가끔 체력이 괜찮을 때는 야근도 해 가며 일주일 6일을 일하며 계속 땅을 팠다. 육체 노동이라 하루는 쉬어야 한다. 나름 희노애락이 있다. 피곤할 때도 있고, 아파서 서러울 때도 있었고, 많이 파서 보람을 느낄 때도 있었고, 하늘 아래 자기가 하는 일은 자신 밖에 모르지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결국 그는 커다란 구덩이를 만들었다. 물론 쓸모는 없다. 자, 과연 그는 뭘 한 걸까.


저런 배틀질이 꼭 구덩이 파는 것과 같다는 건 아니고. 그래도 저건 200만 원 짜리 옷이 만들어지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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