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붑

얼리 이탈리안 고스

by macrostar 2026.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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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대중문화 양식으로서 남부 고딕(링크)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약간 더 흥미가 생겨서 소위 고스 문화를 약간 뒤적거려 보게 되었다. 일단 goth라는 말은 유럽 역사 여기저기 등장하는데 시작은 3, 4세기 goth족으로 로마를 차고 들어왔던 게르만 족이다. 지금의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크림 반도 그쪽이라고 한다. 당시 여러 문헌에 고스에 대한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게 피부가 하얗고 금발에 푸른 눈이라고 묘사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북유럽, 슬라브, 게르만 이런 사람들인가 봄.

 

그리고 16세기 쯤에 다시 나오는데 12세기 쯤부터 새롭게 등장한 수직적이고 화려한 건축 양식을 고전 조화미의 로마식과 달리 기괴하고 과장되었다며 고딕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뭐 여기서 중요한 건 고스라는 말에 스며들어있는 야만적, 기괴함, 과장성이 조금 더 구체적이고 표면화되었다는 정도로 보면 될 거 같다. 그런데 약간 흥미로운 게 당시 스웨덴에서는 고스는 사실 스웨덴이 고향이고 로마 제국을 무너뜨린 고스의 위대함이 스웨덴인의 피에 흐르고 있다는 등등의 민족주의 경향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문명의 기원은 고스 = 스웨덴 이런 식까지 나아갔다고 한다.

 

그러다가 18세기 들어 고딕의 수직적이고 기괴한 미학을 재평가하는 고딕 리바이벌이 나오고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 같은 문학 작품이 나온다. 고스 문화에서 어둠, 기괴함, 신비주의가 더 강화된다. 그리고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펑크의 변형인 포스트 펑크와 고딕 록 같은 게 나오면서 우리가 아는 고스 패션 같은 게 정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갑자기 튀어나온 건 아닐테고 글램록, the damned의 데이빗 버니언 같은 사람들을 통해 쌓인 결과일 거다.

 

여기까지는 대강의 상식 정도고 그러면 이탈리안 고스. 대체 이탈리아 사람이 왜 고스 이런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역사적으로 약간 추적을 해보자면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이탈리아는 소위 납의 시대, Years of Lead라고 해서 극좌, 극우의 양쪽 급진주의 정치 세력에 의한 테러가 계속되었다(링크). 사람이 너무 많이 죽고 양쪽의 인물들이 체포되고 소탕된 후 1980년대 들어 사회가 안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수지 앤 더 밴시스 같은 밴드가 유행을 하고 갑자기 고스 패션 피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로마에 고스들이 나타나는 걸 보고 사진을 찍기 시작한 디노 이냐니에 의하면 "로마의 고스 문화는 노동자 계층의 현상이었습니다. 또한 동성애자 구성원도 많았는데, 당시 로마에는 제대로 조직된 동성애자 공동체가 없었기 때문에 고스 문화는 그들이 모이는 장소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정치적으로는 우파부터 좌파까지 모든 성향을 아우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라고 한다. 디노 이냐니의 작업과 당시 분위기 등에 대한 인터뷰를 바이스(링크)에서 볼 수 있다. 

 

 

이런 느낌.

 

여기까지 찾아보다가 겸사겸사 이탈리아의 몇몇 고스 밴드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Ash Code라는 그룹의 뮤비를 봤는데 어딘가 조악한 레플리카 같은 느낌이 물씬 난다. 이게 약간 재미있는 게 2025년 발매곡으로 일부러 이러고 있는 거라는 점. 

 

 

처음에 보면서 옛날 그룹인가 했었는데 이분들 2014년 1월 데뷔로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갓세븐, 레드벨벳이랑 동기임. 최근 패션의 고스 재조명(링크)이라든가 하는 걸 생각해 볼 때 이 분야는 참 끈질기고 진득한 데가 있는 것 같다. 거기에 세기말 막장 라이프 같은 분위기를 내려고 하면서도 구석구석까지 열심히 꾸미고 다녀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실함이 요구되는 장르이기도 하다.  

 

참고로 오뜨 고스에 대한 탐구는 이 논문(링크)에서 시작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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