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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이 수요를 만든다

by macrostar 2026.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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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한 이야기이긴 한데 예전에 모 디자이너가 어쨌든 팔리는 옷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뭐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된 피치못할 사정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디자이너는 옷을 팔리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는 이야기를 여러번 한 적이 있다. 약간 더 세분화하면 중저가 옷은 수요에 맞춰 옷을 만들고 중고가 옷은 수요를 창출하는 옷을 만든다. 그러므로 이런 말을 한 화자가 누군가가 사실 가장 중요한 문제다. 중저가 옷은 당연히 많은 수요에 맞춰야 한다. 고가옷은 공급으로 수요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에는 높은 가격이 붙는다.

 

높은 가격으로 인해 괴상한 걸 만들어서 안 팔려도 일단 몇 시즌은 이겨낼 수 있고 혹은 마니아들의 수요만 가지고도 브랜드를 굴릴 수 있을 정도를 만들 수 있다. 물론 수요를 창출하는 공급은 매우 어려운 문제다. 게다가 옷 가격의 문제도 꽤나 복잡해서 재료, 제작, 디자인, 마케팅 등 여러 요인이 얽혀 있지만 만듦새의 하향 평준이 꽤나 높아져 있어서 아무리 저렴해도 옷의 기능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세상이라(예전에는 정말 옷의 기능을 못하기도 했다) 디자인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크게 모나지 않은 일상적 디자인과 꽤 좋은 퀄리티가 결합된 중고가 영역 브랜드들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튼 그런 고충 속에서 매 시즌 지나치게 특별할 수는 없겠지만 필요없는 따라가기는 하지 않는 게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예컨대 마이클 라이더의 셀린느 남성복 패션쇼를 보면서 덜커덩 걸리는 부분들이 있었다.

 

 

한쪽 카라를 뺀 이유가 뭘까. 미우미우의 최근 패션에 대한 오마쥬인가, 남들 하길래 따라한 건가, 굳이 한쪽만 뺄 유니크한 이유가 있었을까, 마이클 라이더의 셀린느는 저런 걸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잘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아무튼 이런 세상도 이젠 전망이 불투명한 게 패션 제품 가격이 점점 높아지면서 사는 사람 풀이 좁아지고 그러면 그 사람들의 수요에 맞춰 패션의 상상력이 한정된다. 어차피 그놈이 그놈이고 이런 옷 사는 사람들이 헝거 게임에서 구경하는 사람, 오징어 게임에서 구경하는 사람 이런 식으로(상징적인 의미다) 고급 패션의 생산층과 소비층의 교집합이 커질수록 상상의 영역이라는 경계는 점점 더 좁아진다. 혹시나 공급을 보고 새로운 시각을 얻고 수요를 가질 수 있는 것들이 점점 자리를 잃게 된다.

 

이건 문화 영역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유튜브 채널들도, 신간 도서들도, OTT 드라마들도 소위 팔리고 있는 것들의 재해석들만 하고 있다. 그러니 끊임없이 똑같은 게 나온다. 가장 웃기는 문제는 사람들이 보던 것만 봐, 읽던 것만 읽는다고 하면서 무관심의 영역을 무지의 영역으로 쉽사리 간주해 버리고 있다는 거다. 볼 게 없고 읽을 게 없어서 그러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은 고려조차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재미가 없다는 이야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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