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 딱히 주도하는 것 없이 흘러가고 있으니(링크) 오히려 오트쿠튀르 쪽이 재밌어진다. 패션의 본질에 한 발 더 다가가 보는 건 이런 시기에 오히려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마침 샤넬에서는 마티유 블라지, 디올에서는 조나단 앤더슨이 첫 오트쿠튀르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파리는 흐리고 비가 내렸다던데 이 화려하고 번쩍거리는 세계 속에서 서로 각자의 가는 길을 잘 보여준 것 같다.

마티유 블라지의 샤넬은 전체적으로 가벼움을 지향하고 있다. 시스루(실크 모슬린이라고 한다), 깃털, 스커트에 붙어 있는 색종이들, 자수, 가방까지 모든 것들이 가볍게 찰랑거린다. 일상적으로 입는 평범한 룩은 하나도 없지만 그렇다고 시상식에 입고 가서 혼자 튀어 보려는 타입도 아니다. 마지막 드레스는 또한 의외로 나풀거리는 것도 없고 베일도 없지만 자개 스팽글로 장식된 오버사이즈 셔츠에 무릎 길이 스커트였다. 인도 모델 바비타 만다바가 입었다.
디올 쪽은 쿠튀리에의 능력을 잘 보여주는 복잡한 옷들이 많았다. 이렇게 힘을 많이 싣고 보니 너무 무거워보이고 샤넬의 가벼움을 다시 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꽃을 형상화한 듯한 이미지가 강한데 옷은 꽃병 같은 느낌을 준다. 라프 시몬스의 디올 오트쿠튀르 데뷔 컬렉션도 꽃이 만발이었는데 그게 문득 생각난다. 맨날 청바지만 입고 나와서 인사하던 조나단 앤더슨이 코트를 하나 걸치고 나왔는데 오트쿠튀르를 너무 의식하는 것 같은 느낌도 좀 든다. 그렇다고 해도 오트쿠튀르는 원래 이런 것이라고 생각할 만한 컬렉션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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