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분위기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영감 혹은 카피로 한때 명성을 모았던 자라의 향수들 이야기. 향수는 보통 2가지를 선택해 번갈아가면서 쓰는데 저번 텀에 하나가 떨어져갈 때 쯤 궁금함과 호기심, 부족한 자금 사정 등등의 이유로 자라의 향수를 몇 가지 구입했었다. 거의 모든 자라 향수에 무슨 제품의 dupe다라는 이야기가 들어가는 데 그런 이야기는 생략.

할인을 할 때 사긴 했지만 괜찮네 싶어서 이것저것 사들이느라 비용이 꽤 들었는데 그렇게 쳐도 보통 쓰고 있는 100ml 향수 하나 가격보다 낮았으니 손해볼 건 없었다 싶기는 하다. 아직 하나가 남아있기는 하다.
바이브란트 레더는 베르가못 들어간 향수를 몇 년에 하나씩은 꼭 들여오고 있으니 그런 연장선 상에 있다. 시트러스, 레몬, 뱀부, 파츌리 등등의 노트가 적혀있다. 약간 심심한 느낌의 여름 향수.
우드 바이브란트 레더는 위 바이브란트 레더와 함께 제롬 에피네트 조향사가 만들었다. 같은 우디 계열인데 베이스 노트에 우드와 앰버가 있다. 크게 다를 건 없는데 약간 더 추운 날 느낌이다. 둘 다 완전 대중 아이템 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무난 심심하긴 하다. 향이 아주 빠르게 사라짐.
마지막 아말피 선레이는 조 말론 콜라보로 나온 향수 시리즈 중 하나. 역시 베르가못에 만다린 오렌지, 오렌지 블러섬 등의 가벼운 여름 향수. 바이브란트 레더보다 더 여름 느낌이 강하다.
이 정도를 썼는데 모두 다 향이 가볍고 디테일이 단순하다. 다만 보통의 중저가 향수들이 가지는 전형적인 향긋함 같은 것과는 거리가 좀 있는 약간은 비뚤어진 면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속 시간이 무척이나 짧기 때문에 향의 여운과 변화를 느낄 새도 없이 사라지는 게 문제다. 이것 때문에 앞으로는 사지 않을 거 같다.
이와 함께 조 말론 향수나 제롬 에피네트가 만든 바이레도의 몇 가지 향수들을 대하면서 드는 생각인데 이 사람들은 향에 굉장히 민감하고 예민하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이미 아득하게 사라져 버린 향의 여운도 그들은 아마 맡을 수 있을 거다. 대부분 지속시간이 굉장히 짧고 애초에 약한데 이들 입장에서는 내가 오후가 되도 여운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지속 시간을 가진 향수는 아마도 너무 폭력적이고 자극적이지 않을까 싶다. 즉 이들이 만든 향수는 그 정도로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거 같다. 그러므로 나로서는 이보다는 좀 더 쎄고 오래 가는 것, 거기에 대중적이고 예쁘게 가다듬어진 건 별로다 정도가 기준인데 요새 향수 가격이 너무 비싸져서 뭘 멋대로 시도를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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