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위크가 한창이고 이번에는 바뀐 디렉터들이 많아서 주목할 만한 지점도 많다. 그럼에도 과도기 답게 전반적으로 재미없고 뭔가 그럴 듯 하게 치고 나가는 이들은 별로 없다. 약간 재미있었던 건 언더커버 정도.
그리고 이전에도 말했듯 시대가 딱히 전해주는 게 없고 방향을 잃고 있을 때 패션 디자이너들은 패션 자체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은데 "패션 패션"한 컬렉션 중에서는 아라이아가 재미있었다. 물론 이건 알라이아의 패션이라기 보다는 피터 뮬리에의 패션이라고 말할 만한 것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대형 브랜드를 거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자기 이름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긴 하다. 그럼에도 네임드 브랜드의 새로운 디렉터란 결국 과거를 지우는 일을 담당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아카이브를 뒤적거리는 이유는 피하기 위해서여야 하고, 그 피함이 결국 이전 디자이너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방식이어야 한다.
샤넬이나 미우미우에서 뭐 굉장한 게 나오지 않는 한 이번 시즌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할 게 없을 듯.
할 이야기가 몇 가지 생긴 이유로 추가
일단 미우미우는 목수와 농부 등 전통적인 워크웨어와 동키 재킷, 유틸리티 벨트 등을 끌어왔을 뿐만 아니라 거기에 더해 꽃무늬와 에이프런 등 주부의 옷이라 할 만한 것들 거기에 더해 민속적 워크웨어를 워크웨어로 간주하고 끌어올린 게 인상적이었다. 주부의 전형적인 아이템도 워크웨어라는 아이디어는 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다. 다만 미우미우가 여성복 브랜드지만 남성 착장이 몇 가지 있었는데 모든 것들을 여성의 옷으로 끌어들음에도 꽃무늬와 주방용 직물 에이프런을 남성으로 끌고가지 못한 건 약간 아쉬운 점이다.
디올의 경우, 조나단 앤더슨이 디올 아틀리에에 있는 자신에게 감격하고 있는 티를 내는 건 좀 곤란한 거 같다. 차라리 방황을 택한 JW 앤더슨의 미래에 더 관심이 가지만 매출이 존속을 가능할 정도로 나올 지 모르겠다.
보테가 베네타의 루이스 트로터는 약간 아쉽다. 카르벤에서 보여줬던 컬러의 세계를 가죽으로 재현하긴 무리가 있다.
일관되게 꽃무늬를 밀어붙인 셰미나 카말리의 클로에는 차라리 내 길을 간다는 의지가 보여서 좋았다.
마티유 블라쥬의 샤넬 패션쇼는 꽤 좋았다. 기대에 부응한다는 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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