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예고했던 관세 정책을 발표했다. 예상보다 관세율이 높다. 이 영향은 전방위적이겠지만 패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특히 광범위하다. 한 나라에서 모든 걸 생산하는 경우가 별로 없고 거의 모든 의류가 글로벌 생산 체제에 기반해 있기 때문이다. 뭐 미국 시장을 제외해 버리자고 하면 상관이 없겠지만 소비 시스템 역시 그렇게 간단히 돌아가지 않는다.
보통의 경우 이렇게 관세 무역 장벽이 생기면 물가가 오르고, 그러면 암시장이 발달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니까 밀수. 예전에 동대문에서 모자 잔뜩 사들고 메이저리그 야구장 앞에서 판매하던 보따리상이 다시 부활할 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니까 이민자 정책 등도 강화되서 그것도 안되겠구나. 아무튼 패션 산업계는 곧바로 반응하면서 룰루레몬을 비롯해 나이키, 랄프 로렌, 태피스트리, PVH 등의 주가가 폭락했다. 특히 많은 스포츠 브랜드들이 대중국 강경책의 영향 속에서 외주 생산 공장을 중국에서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지로 옮겼는데 중국(34%)에 비해 베트남(46%), 방글라데시(37%)로 관세가 더 높다. 다들 러시아로 가려나. 거기서 뭐가 되기는 하나.
이런 식의 불확실성은 시민들이 물가 인상 등 압박에 견디지 못하고, 정권이 바뀌고 하다보면 언젠가 해소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수많은 업체들이 나가 떨어진다. 특히 중소 업체들의 타격이 크다. 즉 이런 불확실성은 기존 산업 체계를 흔들어놓고 종국에는 위기에 버틸 만한 자금이 있는 큰 기업이 살아남아 점유율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뭐 어쩌려는 건지 대체 모르겠지만 다른 나라의 정책이란 태풍이나 지진 같은 자연 재해와 비슷하게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 일단은 주어진 것이다. 좋은 옷을 만드는 브랜드들이 부디 이 거친 풍파를 이겨내고 잘 살아남길 기대할 뿐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