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처럼 시간을 알아서 관리하며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는 거 같다. 하나는 루틴에 맞춰 사는 거다. 자발적 챗바퀴 뭐 그런 거다. 또 하나는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효율을 극대화하는 거다. 일이 잘되면 많이 하고 안되면 차라리 쉰다. 잠깐 틈이 났네, 이걸 하자 이런 식이다.
양쪽 다 장단점이 있다. 그리고 철저히 루틴, 철저히 임시방편으로 사는 건 불가능한 거 같다. 살다 보면 여러가지 일이 있고 그런 경우 적당히 알맞은 방식을 찾아가며 처리를 해야 한다. 그러므로 서로 배타적일 필요는 없다. 양쪽 방식의 장점을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연습도 해놓는 게 좋다.
나의 경우 일단은 루틴 기반이 잘 맞는다. 약간 게으르고 언제나 의지가 불타오르는 게 아니라면 자신을 루틴에 몰아넣는 게 차라리 낫지 않나 생각한다. 장점은 어쨌든 챗바퀴 삶이므로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고 커피 한 잔 마시고 나가고, 일을 하고 밥을 먹고, 비슷한 시간에 잠이 든다. 그리고 매일 어느 정도의 시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작업에 유리하다. 단점은 루틴을 유지하는 데 에너지가 꽤 많이 든다는 거다. 아프거나, 비정형적인 이벤트가 있거나 해서 루틴이 틀어지면 복귀하는 게 꽤 힘들다. 또한 만사 의욕이 없는 시기, 흥미가 감소하는 시기가 찾아오면 루틴을 유지하는 데만 집중하느라 정작 일하는 건 도외시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약간의 범퍼가 필요하다. 너무 잦으면 안되겠지만 일이 잘 안 풀리면 다 내팽개치고 벌떡 일어나서 구경이나 다니거나, 그냥 집에 들어와서 잠이나 자거나 하는 것들이다. 즉 루틴을 지키되 구속되면 안된다. 이 발란스가 사실 어렵긴 하다.
2. 요즘에는 세 개의 시계를 사용한다. 시계가 왜 셋이나 되냐라고 하면 그러게... 말고는 답할 게 없고 정작 시간은 스마트폰을 더 자주 이용하기도 한다. 예전에 두 개의 시계를 쓴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하나가 늘었다(링크). 이외에도 사실 두 개가 더 있는데 고장난 미도 오토매틱이 있는데 이걸 언제 고치지 하고 있고, 배터리가 떨어진 타이멕스 카키가 있는데 이건 초침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쓰지 않는다. 책상 위에 놓고 자면 초침이 움직이는 진동 소리가 들린다.
아무튼 그런 결과 카시오의 5600BJ, MQ24 그리고 A100이다. 모두 카시오다. 사실 시계를 안 차고 나가는 날은 없는데 크게 관심은 없다. 롤렉스 있으면 삶이 즐거울까? 없어봐서 모르겠다. 기회가 되면 세이코 정도 하나 구해볼까 싶기는 하다.
이렇게 셋인데 일단 MQ24와 A100이 기본이다. MQ24는 추울 때, A100은 더울 때인데 그때그때 밝은 시계가 마음에 들 때, 어두운 시계가 마음에 들 때 바뀌기는 한다. MQ24는 볼 때마다 지나치게 조악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고장날 거 같지가 않다.
지샥은 예전에는 레귤러 착용 제품이었는데 요즘엔 수영장에서만 쓴다. 딱히 기록 체크를 하는 건 아닌데 눈이 안 좋아서 벽에 걸린 시계가 보이질 않아 강습을 얼마나 했는지, 얼마가 남았는지 답답할 때가 있기 때문에 시계를 차고 다니기로 했다. MQ24와 A100의 방수 능력을 그다지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부 시계줄이 일자로 벌어지는 방식이라 좀 불편한 점이 있다. 특히 A100의 고정 방식이 믿음직스럽지가 않다. 폴딩? 디버클 뭐 이렇게 고정되어 있는 시계줄을 사용하고 싶은데 적당한 대체재를 찾지 못했다.
3. 평소 샤워를 할 때 시간을 재거나 하진 않는데 수영장을 다니면서 씻다보니 얼마나 걸리는 지 알게되었다. 즉 샤워장에 들어가 머리를 감고, 배스타올로 온 몸에 비누칠을 하고, 폼클렌징으로 얼굴을 닦고 하는데 다 씻어내는 데 딱 5분이 걸린다. 예전에 군대 훈련소에서 7분에 씻어라 하는 이야기 들었을 때 어떻게 씻어 생각하면서 마음이 급했는데 이제 보니 2분이 남는 거였다. 이거 너무 짧지 않나 생각이 드는데 줄이기도 어렵지만 늘리기도 어렵다.
다니고 있는 수영장의 경우 30분 전에 입장이 시작되고 들어가서 탈의실에서 옷 넣어두고 하면 40분 정도가 된다. 씻기 시작해서 끝나면 45분. 50분 부터 입장이니까 이렇게 되면 5분이 남는데 그 사이에 할 게 별로 없다. 그래서 그냥 뜨거운 물을 5분 넘게 멍하니 맞고 있다가 매번 제일 먼저 수영장에 내려가 있는 사람이 되어 있다. 욕탕이 있긴 한데 그거 들어갔다 나오면 너무 번거로워진다. 잠깐 있기도 그렇고 오래 있기도 또 그렇고. 끝나고도 비슷한데 50분 조금 넘어서 끝나고 올라와 씻고 나면 3분 정도가 되어 있고 말리고 옷 입고 나가면 8분에 오는 차를 탈 수 있다. 아무튼 좀 여유있는 시간 관리를 하고 싶어서 어느 부분을 늘릴까 생각을 하고 있는데 3개월 째 답을 못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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