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2012.04.23 21:24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사고가 더 진행되기 전에 일단 간단히 정리해 본다. 전개는 의미가 없음.

1. 따지고 보면 '예전'에는 모두가 독립 디자이너였다. 앙드레 김처럼 국제복장학원을 나와 명동인가 소공동에 샵을 차리는 경우도 있었고, 디오르처럼 루씨엥 루랑에 취업해 커리어를 키워가다가 독립하는 경우도 있었다. 도제-학원은 여전히 혼재되어 있어서 알렉산더 맥퀸처럼 세인트 마틴의 현대적 학제와 세빌 로우의 도제 시스템을 동시에 거친 사람도 있다. 요즘 들어서는 LVMH나 프라다, 랄프 로렌 그리고 H&M이나 유니클로같은 공채/픽업/스카웃 형태도 예전보다 훨씬 유의미하게 존재하게 되었다.

2. 요즘은 패션에서도 양극화 추세가 심해지고 있다. 하이엔드는 더 하이엔드로 나아가고, 아래 쪽은 패스트 패션들이 있다. 패스트 패션은 수요가 훨씬 많은 대신에 고객들의 가격 탄력성이 높고, 원자재 가격의 움직일 때(면화 가격이 상승 일로다)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단점이 있다. 

3. 이쪽은 이대로 내비두고 중간 이야기를 해보자. 일단은 스포츠 웨어들이 있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이나 나이키 NSW처럼 일상복과의 사이를 넘나드는 곳들도 있다. 그리고 꽤 작은 타겟을 노리고 포지셔닝하는 브랜드들이 있다.

여하튼 유니폼/클론같은 건 입고 싶지 않고, 그렇다고 백화점 명품관이나 청담동 거리의 허들은 어지간히 높다고 느끼고, 취향이 매우는 아니라지만 알맞게 까다롭고, 가격과 품질, 디자인과 취향 사이의 어떤 지점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4. 한겨레에서 디자인 독립 만세라는 제목으로 이 즈음의 어딘가를 포지셔닝하는 디자이너들을 '독립 디자이너'라는 이름으로 다뤘다.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1851.html 이름에 대한 논쟁이 있고 말고 할 정도로 널리 회자되지도 않고 있기 때문에 용어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할 말이 없다.

여기서는 취향을 꽤 우선으로 두고 아무래도 약간은 튀는 브랜드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물론 이 외에도 각자 자기가 생각하는 자리에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식'들이 존재한다. 소울팟 스튜디오 같은 곳도 있고, TOJ 같은 곳도 있다. 



Spectator의 2012 SS 룩북


 

 
Original Cut 2012 SS 룩북

5. 이건 우리나라에서만 생기는 현상은 아니다. 이 바닥은 언어의 장벽이 무의미한 분야고 유행 역시 인터넷, 트위터, 페이스북을 타고 거의 함께 움직인다. 그리고 작은 공방/독립형/장인 타입의 메이커들도 이 줄기를 타고 움직이고 있다. 이런 브랜드들은 특히 최근들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리스트는 별로 의미가 없을 듯. 저번 도미노에서 나는 이걸 큰 틀을 움직이려는 시도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었다.

6. 이게 과연 기존의 대안으로서 어떻게 작용할 지는 아직은 모른다. 불필요한 환상을 가질 필요도 없고, 필요없는 비관론을 펼칠 이유도 없다. 하지만 결과가 만들어지면서 금방 시스템 자체가 움직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 덩치가 무척 크니까.

7. 그리고 극단적으로 보이는 양끝도 존재한다. LVMH나 에르메스에 만족하지 못하고 커스텀을 찾아나서는 사람들도 있고, 유니클로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잔뜩 있다. 어차피 하나 하나 세세하게 따지자면 끝이 없고, 그렇다고 큰 덩치들만 생각해도 그렇게 간단하게 정리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건 중간이 가지는 '다양성'과 그것들이 만들어 낼 수요에 대한 신뢰가 바탕인데 그 중간이 알다시피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8. 시간이 얼마 안 지났는데도 작년 연말에 5와 같은 말을 할 때와는 느껴지는 기운이 사실 많이 달라졌다. 결국 이곳의 패션이 덤핑치며 한 몫잡고 발을 빼거나 중계 수입상을 할 게 아니라면 빨리 튀어 위로 올라가든지, 단단한 아래의 누군가와 손을 잡든지 이래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 내 비관론이 짜증나긴 한다. 물론 적어도 창피한 것들을 내놓지 않으면서, 나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역시 존경스럽다. 서로 서로를 마냥 위안 할 시즌이 아닌 건 분명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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