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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몸빼 바지, もんぺ

by macrostar 2012.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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袴(하카마)라는 건 일본식 옷 입는 타입에서 하의를 가리는 의복이다. 이 단어는 주로 남성용 정장을 가르키기는 하는데 포대기처럼 생긴 것도 있고, 바지처럼 생긴 것도 있고, 반바지도 있고 여러 종류가 있다. 그 중에서 여성의 노동용 바지가 몸빼다. 원래는 등나무, 칡, 대마 같은 걸로 만들었고 주로 홋카이도, 토호쿠 지방에서 사용되던 방한용 옷이었다.


(일단 일하러 가면 몸빼. 청춘불패 2. 그러고보니 우리양은 짚신을 신고 있네)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고 전시 물자가 부족해지자 보건 복지부에서 몸빼 보급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전쟁이 길어지고 전시 통제령에 따라 1940년에 남자 표준 복장도 제정되고(2가지 버전 정도가 있었는데 자주 볼 수 있는 게 전쟁 영화에 나오는 그 황토색 군복 비슷하게 생긴 옷), 1942년에는 여성 표준 복장도 지정되었는데 공습용, 방공용 옷으로 지정된 게 몸빼였다. 하지만 이건 강제 시행령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지켜지진 않았는데 공습이 자주 일어나자 도망가기 편한 복장이라 선호되었다. 

당시에는 무명이나 인디고 등 튼튼한 천이 주로 사용되었다. 딱히 강제되지는 않아 잡지 부록 같은 것으로 응용 형태의 재단도들이 실리기도 했는데 그래서 집에 있는 옷을 고쳐 만드는 경우도 많아 실크로 만드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몸빼 바지가 예쁘다고 생각해 전쟁통의 표준복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다. 사람들은 참 여러가지 생각들을 한다.


이건 일본 이야기고 1930년대 들어오면서 일제는 조선에도 몸빼 착용을 강요한다. 그건 아마 위의 보건 복지부령에 의한 것이었을 테고 1940년부터는 우리도 표준 복장이라는 같은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는 여성들을 위한 바지라는 게 없는 나라였기 때문에 이 이상하게 생긴 옷을 잘 입지 않았다. 그러자 '몸빼필착운동'을 전개해 몸빼를 착용하지 않으면 관공서나 공공집회장 출입을 금지시켰으며, 전차나 버스 승차도 금지하였다고 한다.

(여기까지 내용들은 주로 일본 위키피디아 もんぺ, 和服, 国民服 항목에서)


이런 아픈 과거가 있는 옷이긴 하지만 여튼 일하는 데 편하고, 저렴하고, 만들기도 고치기도 쉽기 때문에 해방 이후 지금까지도 애용되고 있다. 막상 '강제'가 없어지고 나자 그래도 그 옷이 일하긴 편해 하면서 시골에 잔뜩 보급된 게 재미있기는 하다.

몸빼라는 말이 좀 이상하다 싶으면 '고무줄 통바지'라고도 말하기는 하는데 딱 와닿지는 않는다. 1995년에 나온 일본어 단어 순화집에서는 몸빼 대신 '일바지', '왜바지'라고 순화했다. 하지만 시장에 가서 일바지 어디서 팔아요하면 그게 무슨 말인지 누가 알려나 싶나.

이 바지는 몸빼로도 팔리고 있지만 여러가지 형태로 응용되고, 변주되고 있다. 시장에서도 팔고, 무인양품에서도 팔고, 요지 야마모토에서도 판다. 몸매가 잘 드러나지 않는 옷이라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또 그만큼 편하고, 변형도 자유롭고, 활용도 다양하기 때문에 활용은 자기 나름이다. 이태원 같은 곳에서 여름에 몸집이 좀 있는 외국인들이 이와 비슷하게 생긴 옷을 입고다니기도 한다. 몸빼는 아닌데, 그렇다고 몸빼가 아닌 것도 아닌 그런 옷이다. 그 옷의 출처가 어딘지도 궁금한데 확인은 못했다.

기존의 영미유럽 계열 브랜드에서는 이렇게 생긴 옷을 보기 어렵고, 영어로도 뭐라고 하는 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외국에서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은 있다.



Racked 웹진 스트리트 사진에 찍힌 조안나라는 분이 비슷한 걸 입고 있는데 여기에는 그냥 Vintage Pieces라고 해 놨다. 사이트에 이 사진에 대한 Vote란이 있는데 가서 보면 역시 별로 인기는 없다(링크). 이런 건 뭐 기본적으로는 자기 편하자고 입는 옷이지 남 보기 좋으라고 입는 건 아니니까.


예전에 이대나 동대문 쪽에 가면 많이 정돈된 타입의 고무줄 나일론 바지를 팔았었다. 몇 장 사다 입고 다녔었는데 편하긴 편했다. 개인적으로는 시원해 보이고 햇빛도 가려주기 때문에, 곧 들이닥칠 온난화 예하 미치게 더울 여름을 대비한 훌륭한 바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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