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켓

구찌의 장인들

by macrostar 2012. 2. 24.
반응형

며칠 전에도 구찌 이야기를 한 번 했는데 다시 또 구찌 이야기. 요즘 좀 비지니스 쪽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남의 사업 구경하는 건 분명 재미가 있다. 패션이든 패션 산업이든 이 블로그에서 바라보는 방향은 비슷한데 결국 어떤 포지셔닝을 왜 택했는가, 그게 먹히는 자리인가,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잘 해내는가다.

 

결국은 발란스를 느껴보자는게 포인트다. 옷을 구경하는 것도 그런 취지가 아니겠나. 누누히 이야기하지만 패션은 근육이 아니라 발란스, 엣지가 아니라 시크. 산업도 좀 비슷하다. 조금은 재미없는 비지니스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늘어놓은 긴 변명은 이만 끝내자.

 

 

 

 

http://fashionboop.com/341 : 구찌의 뱀가죽 가방 이야기

 

저번 포스팅에서 구찌의 CEO 패트리찌오의 전략이 구찌를 더 고급화시키는 쪽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두 부분으로 요약되는데 더 좋은 소재, 장인의 강조다. 저번에 뱀가죽으로 상징되는 소재 이야기를 했으니 이번에는 장인 이야기다.

 

사실 구찌와 장인의 매칭은 톰 포드 이후로 많이 죽어버린 컨셉이다. 하지만 톰 포드는 그런 게 필요없는 천부적인 장사치로 장인의 이미지는 누그러졌지만 JetSetter로 표현되며 구찌를 일류 옷장사 브랜드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예전에 한 적이 있다.

 

http://macrostar.egloos.com/4008671 : 패션을 망쳐놓은 톰 포드

 

위에서 했던 예상은 많이 빗나갔다. 톰 포드가 나갔고 프리다 지아니니가 들어왔고, CEO도 패트리찌오로 바뀌었다는 큰 사정 변화가 있기도 했지만, 예상 같은 건 역시 함부로 하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세월은 흘러흘러 톰 포드의 저런 포장 능력만 가지고는 구매층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시절이 도래해 버렸다. 이제는 완전한 하이엔드가 아니면 언제 무너질 지 모른다. 디자이너들이 괜히 H&M과 콜래보레이션을 하려고 줄을 서있는 게 아니다.

 

 

 

 

여튼 작년에 구찌가 90주년을 맞이하면서 전세계 부티끄를 돌며 구찌 소속 장인들이 지갑이나 가방 같은 걸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위에서 말한 장인 강조의 일환이다. 미국, 인도, 두바이, 카타르, 쿠웨이트 같은 나라를 돌았고 지금은 이태리 어딘가를 돌고 있는 거 같다.

 

에르메스가 이미 2008년에 가방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행사를 한국에서도 했었는데 분명 많이 늦었다. 당시 우리나라 신세계에서 했던 행사는 한국에 거주하는 장인(에르메스는 수리를 위해 부띠끄에 장인이 파견나와있다)이 직접 버킨백 만드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http://blog.naver.com/greghuns/100055949738

 

에르메스 행사는 가죽 공예 하시는 byhuns님 블로그에서 사진과 설명을 볼 수 있다.

 

 

 

 

 

이 두 사진은 럭스프레소닷컴(링크)라는 사이트에 올라온 것으로 인도의 델리에서 있었던 행사 사진이다. 에르메스에서 송곳으로 바느질 구멍을 뽕뽕 뚫던 모습을 생각해보면 역시 느낌이 약간 다르다. 작년에 두바이에서 했던 행사에 대한 패션가십이라는 블로그의 포스팅(링크)를 보면 조금 더 다양한 사진들이 들어있다.

 

다른 건 그냥 그렇고 사실 사진에서는 아무 것도 건질 게 없는데, 구찌 삼색끈으로 되어 있는 가죽 앞치마가 매우 인상적이다. 검정 셔츠까지 세트로 맞춰 입고 있는 걸 보면 아마도 가방 만들기 쇼용으로 따로 만든게 아닐까 싶다.

 

 

 

솔직히 이 프로젝트가 그렇게 성공적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장인 정신이 그토록 그리운 사람이라면 에르메스나 모이낫을 찾아가는 게 맞지 않을까? 혹시 가격이나 젯세터에 비해 아무래도 올드한 이미지가 부담스럽다면 같은 회사 소속인 보테가 베네타도 있다. 이제와서 이렇게 나간다는 건 그저 구찌의 팬들에게 돈을 더 받아내겠다는 의지로 밖에 안 읽히는데... 나는 여전히 구찌의 어딘가 졸부틱한 행보를 탐탁치 않아 하고 있는 건가.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