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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JC de Castelbajac

by macrostar 2012.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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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 de Castelbajac은 장난 좋아하고 예쁜 거 좋아하는 카사블랑카 출신 아저씨 까스텔바작이 1970년대부터 만들기 시작한 브랜드다. 시대를 붙잡고 끌고 나가지는 않지만 패션의 소소한 재미들을 끊임없이 선보여왔고 감탄은 못 만들지언정 가끔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발상과 유연함을 보여줬고, 가끔 연예인들이나 예술가들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제품들로 언론의 주목도 받아왔다.

 

 

개인적으로 애매하지만 뭔가 작은 재미난 구석이 있는 하이엔드 브랜드(정확히는 국내라면 명품관 어딘가로 들어갈 회사들)로 까스텔바작을 비롯해 ICEBERG, W&LT, Bernhard Willhelm 같은 브랜드들을 넣어놓고, 대체 어떻게 꾸려나가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매출을 견인하고 다음 시즌을 가능하게 해 줄 구매자들의 구체적인 모습을 상정하기가 무척 어렵다) 그래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중에 W&LT는 사라졌다.

 

어쨋든 까스텔바작도 장기간 재정적 어려움을 겪어왔고 스웨덴의 Sixty AP Fund라는 펀드 회사가 가지고 있었다. 결국 그들도 포기하고 작년에 회사를 시장에 내 놨는데 두 회사가 경쟁을 했다. 하나는 한국의 EXR, 또 하나는 중국의 Li & Fung이다. Li & Fung은 2010년에 이태리의 Cerruti를 사들였다.

 

한국의 이엑스알은 자체 브랜드 EXR을 비롯해 라이센스로 컨버스와 카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컨버스도 잘 팔리고 카파도 그럭저럭 괜찮게 팔리고 있다. 그리고 까스텔바작의 국내 유통 회사였다.

 

결론적으로 2011년 9월에 이엑스알은 까스텔바작의 주식 100%를 사 들였다(까스텔바작은 주식을 좀 받고 싶어했는데 못받았다고 한다). 20명 정도 되는 원래 직원은 유지되었고 까스텔바작 본인도 아트 디렉터로 임명되었다.

 

그 이후 6개월 정도 준비 기간이 있었고 이번 달 10일 롯데 백화점 잠실점에서 CASTELBAJAC LIGNEE(까스텔바작 리니에)라는 이름으로 런칭을 한다. 폴로나 타미 힐피거 같은 미국식 트래디셔널 캐주얼에 대항하는 프랑스식 트래디셔널 캐주얼을 선보일 거라고 하는 거 보니 서브 캐주얼 브랜드 쯤이 하나 나오는 것 같다. 프랑스 캐주얼 브랜드라면 PAUL & JOE가 생각나는데 신원에서 수입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요즘에도 있나 모르겠다.

 

어쨋든 맥시멈한 전통의 하이엔드 급들이 LVMH나 PPR 사이에서 거래되고(예를 들어 얼마 전 포스팅한 Moynat) 그 외 귀족 등 개인 기업들 소유로 유지해 가고(예를 들어 에르메스, 고야드 등등) 있는 반면에, 바로 그 아래 약간 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고 높은 가격대 안에서 소화될 만한 정도의 과감함과 실험을 해 나가던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금융 투자 기업 소유를 거친 다음 속속 한국, 중국, 일본 회사들에 팔리고 있다.

 

사실 유럽이나 전 세계에 팔려면 공장만 가지곤 안되고 이름과 이미지가 필요할테니 어쩔 수 없을 거 같다. 미국은 아마 Made in USA 쪽으로 좀 더 나아갈 거 같고(미국은 솔루션을 애국에서 찾는 경향이 확실히 잦다),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서는 결국 이런 식의 지역적 재편이 가속화되지 않을까. 까스텔바작은 '현대사회에 위축된 젊은이들을 패션으로 위로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그것도 문제겠지만, 정작 그걸 만들어 낸 진짜 문제는 훨씬 더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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