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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Madchester, Baggy : 서브컬쳐 시리즈 1

by macrostar 2012.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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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dy Boy - Mod - Skinhead - Punk - Mod Revival - Casual - Acid House - Madchester/Baggy 

지산 록페에 스톤 로지스와 라디오 헤드가 온 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오래간만에 매드체스터 이야기가 들렸다. 그러다 문득 Joe Bloggs가 생각나길래 올려본다.


여기서 음악 이야기를 메인으로 할 건 아니지만 일단 이해의 편의를 위해 교통 정리를 하자면 ; 우선 매드체스터가 있다. 80년대 말부터 90년대까지 맨체스터 중심의 음악신이다. 그리고 배기가 있다. 이 둘은 단어가 다르기는 한데 명확히 무슨 차이가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검색을 해봐도 의견들이 매우 다양한데 딱히 구별점이 있는 건 아니다. 매드체스터라는 말이 너무 지역적인 색채가 있으니까 배기로 좀 더 넓게 쓰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


배기는 당시 영국 댄스 신의 큰 두 흐름 중 하나인데, 다른 하나는 테크노의 영향을 좀 더 받고 있는 인디 댄스(예를 들어 지저스 존스)다.


일단 매드체스터, 배기하면 내 머리에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해피 먼데이스, 인스파이럴 카펫츠, 디스코 리듬, Farfisa, 싸이키와 나이트 클럽의 빨강 파랑 조명 뭐 이런 것들인데 - 어쨋든 신나게 춤추고 놀자는 음악이다 - 물론 이 단어들은 내 머리 속의 한정적인 정보들보다는 커버하는 범위가 넓다.


음악적인 이야기는 이쯤에서 대충 넘기고 자세한 건 좀 더 전문적인 서적을 참고하시길.


아래 내용은 대충의 줄기만 다룬다. 신 자체가 다들 그렇듯 그렇게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는다. 예컨데 입고 있는 옷만 딱 보고 매드체스터/애시드 하우스/배기 등등이 구별되는 건 아니라는 거다. 오늘의 주제 Joe Bloggs는 매드체스터 - 배기 라인을 관통하고 있다.

 

 

70년대 즈음 펑크록 주변하면 말콤 맥라렌과 비비안 웨스트우드, 그리고 SEX라는 가게(원래 이름이 Let it Rock) 정도가 생각나는 것처럼, 매드체스터와 배기하면 떠올릴 만 한 건 샤미 아메드의 Joe Bloggs가 있다.


하지만 이 둘은 같은 방식으로 취급할 만한 건 아니다. 말콤 맥라렌과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그 신의 중심 어딘가에 있었고, 특히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이후 디자이너로 최정상의 자리까지 올라갔다. 이에 비해 샤미 아메드는 발빠르게 움직이는 사업가다. 그 덕분에 일찌감치 백만장자가 되었다. 사실 옷을 딱히 잘 만들거나, 뭔가 새로운 것을 제시해 신을 리드해 간 것도 아니었다. 그저 유행을 민감하게 읽어내고 캐치를 무척 잘 해냈다. 그것도 물론 훌륭한 재주다.


 

일단 Baggy에 대한 이야기부터. 배기는 알다시피 루즈핏의 청바지를 말한다. 배기라는 말이 의미하는 게 굉장히 많은 편인데 60년대 캘리포니아 서퍼, 70년대 히피나 디스코 팬들이 주로 입은 플레어(나팔바지) 진, 그리고 바지를 물려입었던 게토에 살던 아프리칸 아메리칸들이 힙합 신에 진출하면서 계속 그런 식으로 입은 것도 배기라고 한다. 이 편한 바지는 하드코어 펑크, 레이버, 그런지, 스케이트 보더 등등의 신에서도 입고 있다.


80년대 말 영국의 Baggy가 왜 Baggy냐면 당연히 밴드고 팬들이고 루즈 핏의 옷을 많이 입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실 루즈 핏만 입은 것도 아니다. 낚시 모자(피싱 햇, 스톤 로지스의 Reni를 기억해 보면), 배기 탑, 배기 진스나 플레어 진, 밝은 톤의 염색된 티셔츠 등등 다양한 것들이 함께 했다.


크게 봐서는 레트로/히피/풋볼 캐주얼 정도로 사실 다들 그냥 입고 싶은 대로 입었다. 맨체스터답게 많은 멘체스터 출신 밴드들, 그리고 그들의 팬들 역시 축구팬들이 많아서인지 다함께 그냥 축구 셔츠 같은 걸 입고 다니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후드탑이 스트리트 패션의 메인으로 올라간 최초의 순간이기도 하다. 이런 것들이 대충 뭉뚱그려 맨체스터를 시작으로 해서 영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따져보자면 매드체스터 신이 60년대 사이키델릭, 70년대 펑키를 아우르면서 나아갔기 때문에 팬들도 뭐 둘 합치고, 자본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마음에 드는 방식으로 주변 사람들이 입고 다닌 제품과 비슷한 것들을 골라 입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바로 이런 자리를 샤미 아메드가 파고 들었다. 그는 대충 상황을 보니 이런 게 잘 팔리겠구나 생각해서 그런 걸 내놨다. 그러자 역시 너도 나도 막 사가서 입고 다녔다.


80년대 후반 매드체스터, 애시드 하우스, 레이브 파티 유행이 90년대로 이어지는 동안 편하고 따뜻하고 저렴했던 Joe Bloggs는 계속 인기를 끈다. 레이브 쪽에서는 여기에 페이즐리나 패턴 셔츠처럼 좀 더 화려한게 더해진다. 나중에 레이브 등의 문화가 미국, 캐나다로 넘어가면서 그쪽에서는 이게 맨체스터 레이버들이 입던 옷이야~ 하면서 Joe Bloggs가 소개되기도 했다.

 

 

참고 영상. Joe Bloggs와 Marks & Spencer에 구경간 해피 먼데이스.

 

샤미 아메드는 2살에 파키스탄에서 영국으로 부모와 함께 넘어왔다. 아버지는 옷 가게를 운영했는데 이게 도매상으로 꽤 성장했다. 80년대 맨체스터 음악신의 움직임과 함께 샤미는 'The Legendary Joe Bloggs Clothing Company'라는 브랜드를 런칭한다. 배기 진은 대 히트를 치고 순식간에 영국 탑 텐 청바지 브랜드로 올라가고(영국 브랜드로는 최초) 24살에 백만장자가 되었다. Joe Bloggs는 배기 탑, 플레어 진 등 편안하고 막 입을 수 있는 타입의 옷을 마구 생산했다.


그리고 매드체스터야 어떻게 되든 말든 90년대에는 비슷한 스타일로 틴에이저 옷에 더 집중하면서 역시나 돈을 많이 벌었는데 그러다가 2005년인가 매출도 떨어지기 시작하고 뇌물 사건 등 스캔들에 얽히고 하면서 2009년 결국 파산했다.


거대 신의 탄생 주변에서 면밀히 살피며 정확히 니즈를 파악해 갑부가 되었던 교과서 타입의 사업가라 할 수 있다.

 

 

 

이왕 시작한 거 약간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작년부터 영국의 1980년대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가디언의 Alexis Petridis는 그 중 1988년을 특정해 주목한다. 런던에 (이게 뭔지 짐작도 안 가지만) 1988년 food를 서빙하는 팝업 레스토랑도 생겼단다. 그에 의하면 80년대는 리바이스 501, 레이밴의 웨이페어러 선글라스같은 50년대의 재현이었다.


Alexis Petridis 말고 다음 유행은 Baggy가 아닐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좀 있는데 다들 Urban Outfitters를 주목하고 있다. 한동안 스키니가 메인이었으니 이쪽 유행과 함께 플레어나 배기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겠다. 2011년에는 Inspiral Carpets이, 2012년에는 Stone Roses가 재결합을 발표하기도 했고 해피 먼데이스도 뭔가 내 놓을 거라는 소문이 있다. 그리고 올림픽을 앞두고 영국이 문화 사업 쪽에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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