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나이키에 대한 우울한 전망이 계속 뉴스를 타고 있다. 전망에 대한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주식을 보면 나이키는 계속 하락 중이고 이에 비해 아디다스는 계속 상승 중이다. 즉 이 전망은 스니커즈 시장 전반에 대한 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에어포스 1 같은 예전 모델만 팔아서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런 건 사실 하나마나한 이야기다. 나이키가 잘 나가면 에어포스 1 같은 예전 모델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덕분이라고 할 거다.
이 뉴스는 여기서 볼 수 있다.
물론 아직 덩치 차이는 좀 있다. 단순비교를 해보면 아디다스는 시가 총액이 379.03억 유로로 400억 달러 정도 되고 나이키는 시가 총액이 1409.59억 달러 정도다. 아디다스의 경우 최근 5년 내 최고 고점이 2021년 8월 즈음의 310유로 정도였는데 2022년 10월에 110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해서 지금은 202유로 정도 된다. 나이키의 경우 최근 5년 내 최고 고점이 역시 2021년 11월 즈음의 177달러였는데 2022년 9월 말 83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좀 회복하나 싶더니 다시 떨어져서 지금은 93달러 정도다. 2022년 9월, 10월은 전세계적으로 주가가 폭락하던 시기였다.
약간 재미있는 건 나이키 쪽에서 부진의 이유를 상상력, 창조력의 부재에서 찾고 있고 그 원인으로 재택 근무를 들고 있다는 거다. 모여서 함께 뭐라도 하고 있어야 새로운 게 나올 수 있다는 진단이다. 설득력이 없는 건 아니다.
세상은 완성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관리 만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패션 같은 소비재를 판매하는 회사라면 더욱 그렇다. 이런 대형 조직이 창조성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뛰어난 1인에 기대는 방식이 가장 흔하다. 버질 아블로 이후 나이키의 운동화를 띄울 만한 큰 변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버질 아블로가 그 판을 다 만들어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리한 스니커즈 시장에 새로움을 제시할 수 있었고 이후 많은 협업을 통해 트렌드를 유지할 수가 있었다. 현대 사회의 뛰어난 1인이란 이런 식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코로나 판데믹으로 집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알록달록한 덩어리를 보면서 일종의 힐링 겸 투자를 할 수 있었다는 것도 큰 요인일 거다. 하지만 그런 시절이 지난 후 후지와라 히로시, 슈프림 등이 여전히 이것저것 내놓고 있지만 함께 빛을 바래고 있는 상황에서 흐름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결국 상황을 유지하면서 또 다른 뛰어난 이를 찾아내고 기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뛰어난 1인이고, 대조직 속 브레인스토밍이고 정례화하기가 어렵다. 높은 자본력은 뛰어난 이를 찾아내는 데 있어서도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겠지만 만약 세상에 그런 게 없다면 어쩔 건가에 대한 답이 별로 없다. 다 함께 모여 브레인스토밍을 하다 보면 재미있는 게 나올 거라는 기대도 마찬가지다. 고만고만한 것들이 아무리 모인다고 해도 딱히 나은 게 나올 거라는 보장은 없다. 사실 이렇게 만들어진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가 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결국 확률에 기대야 하고, 야구나 축구 같은 운동 경기에서 작전은 결국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확률에 딜을 하게 되듯 나이키 같은 회사도 그런 식으로 베팅을 하고 버티기 모드에 들어가게 된다. 누군가를 찾아내거나, 다른 브랜드에서 찾아내 시장을 선도하기 시작하면 그걸 응용하고 확대 재생산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이렇게 갈 수 밖에 없을 거 같다. 물론 뭐라도 하고 있다는 시늉을 위해서도 줌 회의 보다는 회사에 모여 "창조적 활동"을 하고 있는게 주주들 보기에도 좋다. 다가오는 올림픽에 뭐라도 해야 되기도 하고.
어쨌든 스니커즈 산업도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제작 방식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 3D 프린팅은 스니커즈의 제조 방식, 접근 방식을 뿌리채 바꿔놓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이런 3D 프린팅 제품을 패셔너블하게 여기고, 시장에 완전히 자리잡게 할 디자인, 제품, 디자이너를 찾는 게 지금 시점에서 가장 눈여겨 볼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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